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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Apr 03. 2020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 통제할 수 없는 것

19일 차 자기발견

18일 차에서 하루의 시간을 '기업과 컨택하기'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기업을 컨택하려는 시도를 하면서 어려움이 있었다.


첫째는 기업 정보를 찾기가 어렵다. 대기업 정보는 활발하게 공유되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스타트업과 같은 중소기업 정보는 부족하다. 잡플래닛과 크레딧잡을 참고하긴 하지만 서비스 특성상 퇴사한 직원이 불만 글을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한쪽면만 보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든다.


이전에 언론에서 꽤 괜찮은 조직문화라 생각해서 크레딧잡을 찾아봤다가 '최악의 회사'라고 평한 것을 보고 의욕이 금방 상실한 적이 있었다. 그렇다고 아예 안 보고 들어갔다 낭패를 보는 건 아닌가 싶어 이런 균형을 조절하는 것이 어렵다.


둘째는 관심 있는 기업은 (꽤 알려진 서비스를 좋아한다..) 채용을 안 하거나 채용 공고를 올려도 경력직만 뽑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나는 경력직 공채만 나열된 페이지를 보고 '신입은 도대체 어디에 가야지?'하며 좌절했었다. 이때쯤이면 단기 인턴이라도 좋으니 한번 일이라도 시켜달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간절해진다.


셋째는 에이전시와 컨설팅 기업에 대한 편견이다. 첫 인턴을 리서치회사에서 빡세게 경험한 이후로 다른 회사와 프로젝트를 하는 것보다, 자체 서비스를 보유한 회사에서 인하우스로 일하고 싶었다. 고민이 되는 이유는 앞서 현직자 두 분과 상담을 하면서 전문역량을 쌓는 방법으로 에이전시와 컨설팅 회사를 추천했기 때문이다. 에이전시 업계는 갑회사의 의견에 휘둘리는 일이 많고, 업무 강도가 센 데 비해 임금이 낮은 편인 걸로 알고 있다. 내가 여기에 들어가서 버틸 수 있을까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링크드인에서 대기업 혹은 글로벌 기업에 계신 현직자들의 커리어 경로를 분석한 적이 있다. 대기업 혹은 글로벌 기업 모두 종합해 봤을 때 크게 네 가지 경로로 현재 자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1. 국내 대기업/글로벌기업 (신입 혹은 인턴) > 국내 대기업/글로벌기업 (경력)

2. 국내 스타트업(경력) > 국내 동종업계 대기업

3. 국내 에이전시(8년 정도의 경력) > 국내 대기업

4. 국내 에이전시(3년 정도의 경력) > 해외 대학 디자인 석사과정(2년) > 국내 대기업/글로벌기업


국내 대기업이나 글로벌기업에 처음 입사한 분들은 국내 대기업, 글로벌기업 한 방향으로 이직하는 경향을 보였다. 국내 대기업에서 글로벌기업으로 크로스하거나 글로벌기업에서 국내 대기업으로 크로스해서 이직하는 분들은 많이 보지 못했다. (아직 인맥이 적어서 일수도 있다. 좀 더 찾아볼 예정이다)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한 경우는 동종업계의 경력직인 경우가 많았다. 이를 보면 확실히 같은 업계가 아니면 기업규모가 큰 회사로 이직이 어려운 것 같다. 에이전시의 경우는 두 가지 경로로 나뉘었는데, 하나는 UX디자이너 기준으로 에이전시 한 곳에 오래 일하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혹은 경력 + 해외 대학 디자인 석사과정을 밟고 이직하는 것이 있다.


이렇게 봤을 때 4가지 경로 모두 가능성을 열어놓고 기업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1번이 아닌 2~4번의 경로를 선택하기가 망설여진다. 그 이유는 장기적인 계획을 짜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스타트업이나 에이전시를 갔는데 커리어를 망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이 결정을 뒤로 미루게 된다. 하루나 일 이주에서 한 달까지는 계획을 어느 정도 짤 수 있다. 하지만 한 달 이상을 넘어가면 목표를 설정하는 것부터 헤쳐나가는 과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진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현실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책 <디자인 유어 라이프>에선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문제를 중력문제(gravity problem)으로 정의하고 있다. 지구에 있는 한 중력을 거스를 수 없는 것처럼 내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바꿀 수 없는 문제는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상황에 순응해서 내가 하려는 일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방안을 찾아내는 것을 의미한다.


<통제할 수 있는 것>
구직기간 데드라인 정하기
직무경험 쌓기(인턴, 아르바이트 등)
현직자와 컨택하기
<통제할 수 없는 것>
기업의 채용일정 그리고 채용규모
기업의 인재상/필요역량
경제침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은 어려운 것은 내 약점이다. 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장기계획을 세워야 한다라고 얘기하지만 따라 하려고 해도 금방 놓기 마련이고, 시간이 지날 때마다 목표가 자주 바뀌다 보니 한번 세우는데 들이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약점을 억지로 보완하기보다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강점으로 이 문제를 극복해보려 한다.


적어도 나는 현재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결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잘할 수 있다. 정보가 부족하다, 모호하다고 말은 내뱉지만 해결책이 보인다. 다만 내가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을 뿐이다. 채용일정과 채용규모를 내가 통제할 수 없다. 기업의 사정에 따라 현재는 내가 원하는 직무가 열리지 않을 수 있다. 또 아무리 기업이 좋아 보이고 가고 싶어도 나의 성향과 거리가 멀거나 요구하는 역량이 부족하면 갈 수 없다.  '이 기업만 가야 돼'라는 고집을 버린 이유다. 커리어의 네 가지 경로를 명심하고 장기적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


아마 많은 분들이 우려하는 대로 이번 연도는 채용문이 굉장히 좁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 상황에서 나는 하나라도 직무와 관련된 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 인턴이든 아르바이트든 경험을 쌓아가면서, 채용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지금부터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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