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진출이 대안이 될까?
2023년 4월 24일,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향후 4년간 한국 콘텐츠 산업에 25억 달러(약 3조 3375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평균적으로 1년에 약 8천억씩 투자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넷플릭스는 2021년 한국에 약 5,000억을 투자해 오리지널 시리즈 15편을 제작했습니다. 2022년에는 공식 발표는 없었으나, 25편의 오리지널을 내놓은 것을 감안하면 약 8,000억을 투자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넷플릭스는 2022년 수준의 투자 규모를 앞으로 4년간 지속하겠다는 계획을 공유한 셈입니다.
대규모 투자를 단행 중인 넷플릭스의 공세에 콘텐츠웨이브가 유독 타격을 크게 입고 있습니다. 2023년 초, 월간활성 사용자수 측면에서 티빙과 쿠팡플레이에 밀렸습니다. 2022년 연간 천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경쟁 상황을 고려해봤을때 손익 개선이 당장 쉬워 보이지도 않습니다. 재무적으로 2024년 11월까지 상장을 해야 하나 투자 시장도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이래저래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으로 확장을 추진 중이나, OTT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에서 얼마나 빨리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최근 콘텐츠웨이브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2022년 말까지만 하더리도 넷플릭스 다음으로 선두권에 있었던 콘텐츠웨이브는 이제 시장에서 4위 OTT 사업자로 전락했습니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2023년 3월 기준, 티빙은 460만 월간 활성화자수를 보유하고 있고, 그 뒤로 쿠팡플레이는 409만 명, 웨이브는 370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웨이브는 2022년 11월 이후 지속적으로 월간활성 사용자수가 감소하고 있어 심각한 상황입니다. 티빙은 2022년 12월 시즌과 합병을 하면서 콘텐츠웨이브를 월간활성 사용자수 측면에서 따라잡았습니다. 쿠팡플레이도 스포츠 중계를 필두로 콘텐츠웨이브를 따라잡으면서 티빙과 선두권을 다투고 있습니다.
연간 천억원대 적자도 상당한 부담입니다. 콘텐츠웨이브는 ‘예고된 적자’라는 수식어를 사용 중이나 적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 콘텐츠웨이브의 영업손실은 1,217억 원으로 2021년 558억 원 손실과 비교해 2배가 넘게 악화되었습니다. 당기순손실 규모 역시 1년 새 664억 원에서 1,351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문제는 콘텐츠 제작 및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2022년 콘텐츠 투자비는 약 2,000으로 작지 않은 규모이나, 넷플릭스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해 더 줄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더군다나 콘텐츠웨이브는 2023년에도 10편 이상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으로 콘텐츠 투자비는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2023년에는 드라마 2편(박하경 여행기, 거래), 예능 3편(피의게임 2 등), 다큐멘터리 3편(국가수사본부 등), 영화 2편(데드맨, 용감한 시민)을 계획 중입니다. 티빙 등 국내 OTT 사업자간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 할인과 마케팅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입니다.
콘텐츠웨이브는 2024년 11월까지 상장을 해야 하나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2019년 설립 당시,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2,000억을 투자받으면서 전환사채(CB)를 조달했고, 이때 5년 이내 기업공개(IPO)를 약속했습니다. 만약, 약속한 2024년 11월까지 상장을 하지 못하면, CB 만기상환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대주주인 SK스퀘어가 2022년 원스토어, SK쉴더스 등 상장을 철회하면서 당장 콘텐츠웨이브의 상장 가능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2019년 출범 당시, 콘텐츠웨이브는 2023년까지 유료 구독자 500만 명, 매출 5,000억 원의 담대한 비전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2019년 총 3,000억 원의 자금을 유치했고, 2021년 SKT로부터 추가적으로 1,000억 원 유상증자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2025년까지 1조 원의 콘텐츠 제작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매출 추이나 활성 사용자수 추이를 볼 때, 2023년 목표 달성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콘텐츠웨이브가 택한 전략은 미국 시장 진출입니다. 콘텐츠웨이브는 2022년 미국 소재의 웨이브아메리카(Wavve Americas, Inc.) 지분 40%를 인수했습니다. 웨이브아메리카의 지분 100% 가치는 2,253억 원으로 이중 40%에 해당하는 총 901억 원으로 주식을 취득했습니다. 웨이브아메리카는 2017년부터 OTT '코코와'를 운영해 온 회사로 2021년에 12억 원 흑자를 내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주로 K콘텐츠를 제공하는 회사로 북미 및 중남미에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콘텐츠웨이브로서는 코코와 인수를 통해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셈입니다. 또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구글 TV, 라쿠텐의 비키, 로쿠 등 다양한 현지 OTT 및 케이블 TV 회사와 제휴를 맺고 자사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코코와가 흑자를 계속 내는 한 콘텐츠웨이브의 미국 진출은 순조로울 수 있어 보입니다. 여기에 콘텐츠 판매 또는 유통 수익이 부가적으로 생긴다면 국내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콘텐츠웨이브로서는 숨통이 트일 수 있는 여지가 커질 것입니다.
상장을 약속한 시점까지 1년 반 정도가 남은 현재 시점에서, 콘텐츠웨이브로서는 여러 가지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콘텐츠 투자를 늘리자니 넷플릭스 대비 열위이고 콘텐츠 제작 단가가 늘어나면서 제작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마케팅을 늘리자니 티빙과 쿠팡플레이의 공세가 거셉니다. 추가 투자를 받아 상장 의무를 떨쳐버리자니 모회사인 SK스퀘어의 상황도 여의치 않고, 경기 침체로 투자 시장이 경색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코코와 인수를 통해 북미 시장 공략을 노리고 있으나, 미국 시장이야말로 넷플릭스, 디즈니뿐 아니라 맥스 등 다양한 OTT 사업자들의 각축장입니다. 미국 시장에서 마케팅을 하려는 순간 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사면초가에 빠진 콘텐츠웨이브로서는 결국 ‘플랫폼 플레이’를 할 것인지, ‘스튜디오 플레이’를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것으로 보입니다. 웨이브와 코코와라는 플랫폼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마케팅을 과감하게 단행해야 하나 쉽지 않아 보이기에, 결국은 ‘스튜디오 플레이’를 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콘텐츠 제작 역량이 검증된 한국에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다양한 외부 OTT 플랫폼에서 유통하는 방식입니다. 이미 미국에서 아마존뿐 아니라 라쿠텐 비키 등과 제휴를 맺고 있는 것이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다만, 콘텐츠웨이브가 구독자수를 가장 많이 보유한 넷플릭스, 디즈니와의 협업을 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자사 오리지널 콘텐츠를 넷플릭스나 디즈니에 판매할 경우 국내 웨이브에서는 방영이 어려워 자칫 ‘모순’적 상황에 처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실리를 택할 것인가? 플랫폼 사업자로서 자존심을 지킬 것인가?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2023년은 콘텐츠웨이브에게 '생존'을 결정짓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