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태국의 국민 메신저가 되다

반한에서 친한으로

by 경영로스팅

라인 메신저의 태국 월평균 활성 사용자수는 4,700만 명 이상입니다. 전체 인구 약 7,000만 기준으로 아이와 노년층을 제외한 태국인들 대부분이 한 달에 최소 한 번은 라인을 이용한다는 의미입니다. 라인은 태국에서 테크 산업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한국의 네이버와 카카오의 위상을 합친 것만큼이나 태국 현지에서는 유명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라인 메신저는 일본에서 2011년 성공적으로 론칭하면서 해외에 퍼져있는 일본인들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때 미국, 유럽, 남미 등 전 세계로 확장을 꿈꾸며 페이스북의 아성 이상을 꿈꾸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라인은 결국 일본을 시작으로 태국 및 대만에서만 대표 메신저로 자리 잡았습니다.


왜 유독 태국과 대만에서만 성공했을까?

태국에서 만난 많은 이들이 저에게 물어보던 질문이기도 했지만,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해 제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던 질문이었습니다. 라인이 유럽이나 남미에서 철수하는 것을 보면서 더더욱 궁금해졌습니다. 문득 정답은 의의로 단순한 것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태국과 대만 모두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매우 높고, 캐릭터를 사랑한다는 공통점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태국은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매우 높습니다. 단적으로 방콕 곳곳에서 일본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태국의 최대 쇼핑몰에는 유명 일본 백화점 <다카시마야>가 들어서 있고, <센트럴 월드>에는 <이세탄 백화점>이 <마분콩(MBK)> 쇼핑몰에는 <도큐 백화점>이 들어서 있습니다. <세븐일레븐>은 태국의 1등 편의점이며, 방콕의 청담동이라 불리는 <에카마이>에는 일본식 고급 레스토랑이 즐비합니다. 태국에만 2,300여 개 일본 식당이 성업 중이고, 일본은 태국인들의 유명 관광지입니다. 휴가철만 되면 태국인들의 페이스북에는 미국 다음으로 일본 관광지에서 찍은 사진이 많이 업로드되고는 했습니다. 일본 패션 브랜드 <이세이미야케>의 <바오바오> 백은 유명세를 탔고, 일본 화장품이나 시계 브랜드도 유명합니다. 일본 걸그룹 <AKB48>과 태국 위성 걸그룹 <BNK48>은 현지에서 매우 유명한 아이돌입니다.


태국 입장에서 보면 일본은 최대 투자국입니다. 1970년대부터 항상 1위 투자국의 위상을 지켜왔습니다. 2012년 일본의 투자 금액은 약 12조 원으로 전체 외국인 직접투자(FDI)의 63%를 차지했을 정도입니다. 2017년에는 일본의 투자 비중이 전체 외국인 직접투자의 40%를 차지했습니다. 한편, 중국은 5%, 한국은 2.7%에 불과했습니다. 코로나로 외국인 투자가 주춤한 시기에도 일본은 꾸준히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998년 외환위기는 태국 내 일본의 입지가 더 강화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어려움을 겪던 태국을 외면하고, 한국 금융회사뿐 아니라 많은 한국 제조 회사들은 철수를 단행했습니다. 그 후 오랫동안 '괘씸죄'를 적용받아 한국 기업의 태국 진출이 용이치 않았습니다. 한국 금융회사가 태국에 다시 들어간 시점은 2013년 KDB 산업은행의 사무소 개설이 허용되면서부터로 비교적 최근입니다.


하지만 일본은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오히려 태국 정부에게 대규모 차관을 제공했고, 태국 내에서도 일본 금융사들은 태국 기업과 아픔을 함께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일본의 이미지는 더욱더 좋아졌고, 일본의 태국에 대한 영향력은 막대해졌습니다. 2015년부터는 일본은 태국을 핵심 투자 지역으로 선정하여 태국의 내수 시장에도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라인 입장에서는 진출 단계에서 선호도가 높지 않은 한국 이미지보다 일본의 이미지를 내세우는 것이 훨씬 유리했습니다. 라인이 태국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한 시점은 2012년부터로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매우 높은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는 태국인들이 라인의 모회사가 알고 보면 한국 회사인 것을 굳이 알아채지 못하길 바랬다는 표현이 정확할 듯합니다. 일본에 대한 호감도를 기반으로 일본에서의 유명세가 빠르게 태국으로 확산되길 바랬을 것입니다.


<태국 센트럴 월드 내 이세탄 백화점, 출처: The Nationa Thailand>




또한, 태국인들의 귀여운 캐릭터 사랑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2020년 태국 반정부 시위의 상징은 일본의 캐릭터 '햄토리'였습니다. 태국 반정부 시위대는 태국의 젊은 세대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캐릭터를 사용할 정도입니다. 시위 현장에 햄타로뿐 아니라 해리포터 등 인기 대중문화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 방콕 시위 현장에 등장한 일본 햄타로 캐릭터>


태국은 캐릭터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길거리 상점에서 캐릭터를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유명 쇼핑몰에서도 입구에 캐릭터를 전시해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쇼핑몰 앞에 다양한 캐릭터가 즐비하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매우 많습니다. 다채로운 원색에 귀여움으로 무장한 캐릭터는 태국의 상징입니다. 태국에서 소비재, 테크 사업을 하려면 귀여운 캐릭터는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한 줄짜리 멋있는 캐치프레이즈보다 귀여운 캐릭터가 브랜딩에 훨씬 더 효과가 좋기 때문입니다.


<라인 태국 오피스 안에 자리 잡은 라인 캐릭터>


라인 메신저가 태국 시장에서 사랑받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캐릭터입니다. 메신저의 기본 기능은 사실 다른 메신저와 별다를 게 없습니다. 라인은 당시 유행했던 홧스앱(Whatsapp) 대비 캐릭터라는 차별화 요소를 더했습니다. 다양한 캐릭터 스티커와 이모티콘 등을 제공해서 이용자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도록 했다. 모든 대화를 스티커만으로도 이어갈 수 있을 정도로 스티커가 다채롭습니다. 일본에서는 라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었고, 대만에서는 연예인들이 라인 스티커 캐릭터 표정을 따라 하는 프로그램이 생겼습니다.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은 기존의 메신저가 가지고 있던 기본적 '기능'에 더한 차별적 '감성' 요인이 되었습니다.


<라인 메신저 스티커, 출처: 라인 스티커샵>


라인은 누구나 직접 라인 스티커를 제작해 전 세계 라인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바로 오픈 플랫폼인 ‘라인 크리에이터스 마켓(LINE Creators’ Market)’입니다. 라인은 태국에서 2014년 5월, ‘라인 크리에이터스 마켓(LINE Creators’ Market)’을 선보였습니다. 판매된 수익금은 앱스토어 수수료 30%와 일부 운영비를 제외하고 스티커 원작자에게 배분됩니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캐릭터를 좋아하는 태국인들은 직접 스티커를 만들어 유통하는 데에도 누구보다 적극적이었습니다. 출시된 지 5개월 만에 스티커 제작자가 5만 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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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이 되자 이제 라인은 태국의 국민 메신저 위상을 넘어 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 중 하나가 되었다. 스마트폰을 가진 거의 모든 이들이 라인을 메신저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라인의 대표 캐릭터인 '브라운'의 인기 역시 날이 갈수록 유명해지고 있었습니다.




이제 라인이 일본 브랜드임을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모회사가 한국임을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호감을 더 주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유니콘들이 태국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본엔젤스> 등 한국의 벤처캐피털이 태국에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태국 국적의 K-POP 아이돌이 생기면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켜져 갔기 때문입니다. 2017년, 태국에서는 <소녀시대>, <GOT7> 등과 함께 <BTS>가 K팝을 대표하는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2016년 말 데뷔한 <블랙핑크>가 유명세를 타면서 <리사>는 주요 브랜드의 광고모델로 태국 유명 쇼핑몰들의 옥외광고(OOH)를 도배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 한국 문화가 1020세대의 전유물이었다면 본격적으로 태국의 대중문화 트렌드로 자리잡기 시작하며, 일본의 문화 영향력과 겨우 비등해졌다는 느낌을 갖게 된 시점이기도 합니다. 이제 태국 옥외 광고판에는 <2PM>의 <닉쿤>, <GOT7>의 <뱀뱀>뿐 아니라 <블랙핑크>의 <리사>, <여자아이들>의 <민니>가 익숙한 얼굴이 되고 있습니다.


반면, 코로나는 태국에서 일본의 위상에 변화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철옹성 같은 일본의 대형 백화점이 철수하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9월, <센트럴 월드>에 1985년 개장한 <이세탄 백화점>이 30년 역사를 마무리하고 철수했습니다. 2020년 1월 방콕 <파라다이스 파크>에서 운영하던 <도큐 백화점>이 철수했고, 그로부터 1년 뒤인 2021년 1월에는 <마분콩 쇼핑몰>에 1985년 개장했던 <도큐 백화점>도 문을 닫았습니다. 현재 태국에 남아있는 대규모 일본 백화점은 <아이콘 시암>의 <타카시마야 백화점>이 유일합니다.


<태국 BTS에 홍보된 PUBG와 블랙핑크의 콜라보 광고, 출처: InsiderSport>




시간은 상처를 치유합니다. 1998년부터 커진 한국에 대한 반감이 20년여 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사그라들었고, 한국 드라마와 K-POP이 태국 현지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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