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시작된 '타일랜드 4.0'
한국에서 모바일 혁명은 2010년경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아이폰은 2007년 최초 출시되었으나, 한국은 초기 출시국에서 제외되어 있었습니다. 한국은 당시 위피(WIPI, Wireless Internet Platform for Interoperability)라는 대한민국의 표준 모바일 플랫폼을 두고 정부 규제하에 자국 제조사를 보호하며, 외국 휴대전화 사업자들의 진입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이 규제가 2009년 4월에 폐지되고, 같은 시점에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최초로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2009년 11월 아이폰이 한국에 처음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모바일 혁명을 가속화시킨 것은 4G 인프라였습니다. 2011년 7월, SKT와 LGU+가 상용화를 시작한 이후, 2012년 6월 전국구로 확산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이동통신사와 제조사의 '모바일 혁명'을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에서 4G가 처음 시작된 2011년을 모바일 혁명의 시작점으로 본다면, 태국은 이보다 5년 늦은 2016년이 모바일 혁명의 시작점입니다. 당시 AIS, dtac에 이어 시장점유율 3위였던 트루(True)가 태국 최초로 4G 서비스를 공급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2016년은 주변국과 비교해봐도 상당히 늦은 시점입니다. 싱가포르와 필리핀은 2012년 4G 서비스를 시작했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2013년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태국에서 4G 인프라 도입이 늦어진 이유 중 하나는 2011년 발생한 태국의 대홍수입니다. 2011년 7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계속된 폭우로 태국 전역이 물에 잠겼고, 1,000만 인구를 보유한 방콕에 대피령까지 내려진 급박한 상황이었습니다. 태국의 주요 자동차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었고, 전세계 HDD 최대 생산국 중 하나였던 태국에서 HDD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HDD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막 태동하기 시작한 SSD가 각광받기 시작했고, 이후 산업은 SSD로 재편되기도 했습니다. 2010년 7.5% 태국의 경제성장률이 2011년 0.8%까지 곤두박칠쳤고, 이에 정부도 경제를 정상화시키는데 급급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4G 도입이 더 늦어진 이유는 혼란스러운 정치적 상황 때문입니다. 태국은 1932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19차례의 군부 쿠데타를 경험했습니다. 2014년 일어난 쿠데타는 잉락 친나왓 총리가 2013년에 발표한 정치범 사면 목록에서 촉발되었습니다. 이전 쿠데타로 축출당한 탁신 전 총리가 사면에 포함되자 이에 반발한 국민들의 전국적 시위로 정국이 혼란스러웠졌습니다. 2014년 군부 쿠데타로 정권이 바뀌었고, 그러면서 2014년 말 예정되었던 4G 주파수 옥션을 연기했습니다. 그 결과, 4G 도입이 2016년에서야 이루어진 것입니다.
인프라 확산은 비록 늦었으나, 2010년대 초반부터 글로벌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모바일 산업은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태국의 가능성을 높게 본 사업자는 구글이었습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동남아 오피스를 태국에 2011년 설립했습니다. 당시 0.3%에 불과하던 온라인 광고 침투율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구글의 태국 오피스는 세일즈 기능을 중심으로 시작되었습니다. 2012년 당시 태국의 2위 통신 사업자인 dtac이 사내 엑셀레이터 프로그램을 태국 최초로 론칭했고, 라인과 페이스북이 각각 2014년, 2015년 태국에 오피스를 설립했습니다.
태국 정부도 뒤늦었지만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타일랜드 4.0'을 2016년 발표했습니다. 기존 1차 산업인 농업, 2차 산업인 경공업과 제조업인 3차 산업을 넘어 디지털 산업을 4차 산업으로 정의하고 이를 촉진시키기 위한 다양한 투자 정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부 주도로 디지털 산업이 발전 가능한 것인가는 논외로 치더라도 태국 정부의 우호적 정책이 디지털 산업의 발전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2016년부터 선도 외국 테크 회사들이 다양한 세제 혜택을 받게 되었고 정부 차원의 다양한 지원을 약속받은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쿠데타의 나라라는 오명을 벗고 태국이 유망한 투자처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인지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합니다. 단적으로 2016년 태국 정부와 알리바바간 협약이 이루어졌고, 알리바바는 라자다를 앞세워 3만 개 이상의 중소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화를 위한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그 후로 넷플릭스와 그랩이 론칭되고 2017년부터 태국의 최대 테크 콘퍼런스인 '테크소스 글로벌 서밋'이 시작되면서 아세안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태국의 모바일 인프라는 매력적인 수준으로 변모했습니다. 디지털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스마트폰 침투율과 아이폰 사용 비중으로 보더라도 태국은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스마트폰 침투율에서 태국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 이은 3위입니다. 전체 인구 대비 80% 가까이가 스마트폰을 활용하고 있어 디지털 사업을 전개하기에 최적입니다. 구매력 높은 소비자를 상징하는 아이폰 사용 비중도 베트남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높습니다. 베트남에서 아이폰은 럭셔리폰의 상징이 되었고, 몇 달치 월급을 모아서 중고 아이폰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베트남의 경우에는 주의해서 수치를 해석해야 합니다.
[동남아시아 스마트폰 침투율 및 아이폰 비중]
태국이 비록 '디지털 이코노미'로의 인프라 투자는 늦었으나, 아세안 제2의 경제 대국이자 1위 자동차 생산국이라는 위상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태국은 테크 산업의 '기회의 땅'이기도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겪었을 초기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서 시장의 발전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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