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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로스팅 Feb 02. 2024

내 인생에 팀장은 처음이라

프롤로그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실수 투성이었습니다. 역량을 검증받아 팀장이 되었으나, 막상 팀장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이는 없었고, 무엇을 배워야 할지도 막막했습니다. 팀원들에게 그동안 하던 대로 '업무 단위로 쪼개어 깊게 파봐!'라고 막연하게 업무를 지시하고는 미팅에서는 산출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며 화를 내기 일쑤였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이제 막 승진했다는 자부심과 함께, 혹시나 내가 모른다는 것을 들키면 어떨까 하는 두려움, 내가 새로운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혹시나 팀원들이 나를 따르지 않으면 어떨까 하는 두려움 등.


팀장은 무언가를 더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동안 쌓아 올린 것들을 내려놓는 것이 먼저라는 가르침을 누군가가 알려주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봅니다. 팀장은 그 무엇보다 자신을 성찰하고, 부족함을 인정하며, 자신을 내려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받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팀장은 일을 직접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맡기는 사람이고, 팀을 유지하고 동기부여 시키고 무엇보다 팀장으로서의 소통은 팀원으로서의 소통과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는 점을 그때도 알았다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어도 될 것입니다.


어느 날 팀원들이 익명으로 평가한 처첨한 상향 평가(Upward feedback) 코멘트를 보며 눈물 흘리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팀장은 그 어느 누구보다 번아웃을 경험할 확률이 높고, 이 상황에서 어떻게 마음을 관리해야 할지 알았다면 치열할지라도 한 구석에 나만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두며 그렇게 미련하게 앞만 보며 달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내 마음을 몰라준다며 팀원들을 원망하고 술로 눈물로 밤을 지새우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개인의 삶을 중요시하는 풍토와 맞물려 이제는 팀장을 기피하는 문화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요즘 팀장들은 실무적인 전문성과 함께 팀원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합니다. 팀원들을 위한 피드백과 평가에 수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하고, 1:1 미팅은 이제 반드시 요구되는 항목입니다. 책임과 일이 늘어나면서도 감성 케어를 요구하는 팀원들의 비위를 맞추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작 팀장이 되면 자신의 삶과 배움의 시간이 더 줄기도 합니다. 그래서 팀장은 워라밸 (Work & Life Balance)과 워러밸 (Work & Learning Balance)을 모두 포기해야 하는 자리라고도 폄하될 정도입니다.


하지만, 팀장의 자리는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이끄는 여정에서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커리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합니다. 사회 초년차에게 업무 전문성을 쌓기 위한 공부가 핵심이었다면, 팀장이 되면 사람 공부가 중요해집니다. 전문성은 정답이 있는 교과서를 통해 기를 수 있지만, 사람 공부는 결국 부딪히면서 경험하고 깎여야만 가능합니다. 더 큰 조직을 이끌기 위해서는 작은 팀에서부터 시작하여 자신을 갈고닦아 야만 합니다.


그래서 팀장이 되었다는 것은 새로운 배움의 영역으로 한발 강하게 내디딘 것입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먼저 리더십을 경험한 이들의 소중한 조언은 존재합니다.


초보 팀장이 되신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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