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의 합작 법인 경험을 기반으로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입니다. 가장 유명한 소설 도입부 중 하나인 이 문장은 합작법인(Joint Venture)에도 적용됩니다. 성과가 좋으면 합작법인은 행복합니다. 하지만 불행한 합작법인의 이유는 모두 다릅니다. 실상 대다수 합작법인은 실패로 귀결되며, 실패 확률은 70%에 이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작법인은 해외 사업에서 반드시 한 번은 거쳐야 할 고민입니다. 태국의 경우 규제가 까다롭고 해외법인의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어 현지 회사와의 합작법인 설립 또는 투자를 통해 진출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파트너사의 역량이나 시장 지위를 활용하고, 현지의 네트워크, 판매 채널 등이 강력하다면 합작법인은 비용과 위험을 분산시키고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매력적인 수단입니다.
라인은 태국에서 세 개의 합작법인을 만들었습니다. ‘래빗 라인 페이’는 방콕 지상철을 운영하는 ‘래빗’사와 1등 통신사인 ‘AIS’와의 3자 합작법인입니다. 라인 BK는 현지 1등 상업은행인 ‘카시콘 뱅크’와의 합작법인입니다. ‘라인맨 웡나이’ 역시 서로 다른 두 개 회사간 합작 법인입니다.
다른 외국 회사들도 태국 진출 시 합작법인을 활용합니다. 'GS샵'은 태국의 2등 통신사인 ‘트루’와 합작법인을 설립했습니다. '현대홈쇼핑'은 태국 방송통신 1위 기업인 '인터치 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했고, 중국의 쇼핑몰 '징동 닷컴'은 현지 유명 유통사인 '센트럴'과 ‘JD Central’을 설립했습니다.
합작법인을 성공시키는 방법 중 하나는 불행한 결말을 초래할 ‘끝’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어차피 실패할 확률이 높다면 그 원인을 미리 고민하고, 대책 마련을 하는 방식입니다.
역설적이지만 합작법인은 애초에 안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실패 확률이 매우 높으며, 성공한다 하더라도 파트너사에게 배신당하고 지분을 뺏기는 경우도 상당수입니다. 통상 한국 기업들은 자신들이 51%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지배권을 행사하려 합니다. 하지만, 아세안 시장은 후진국이라 얕봤다가는 큰코다치기 일쑤입니다. 한 가지 방법은 초기 단계에 소수 지분으로 투자를 통해 참여하는 것입니다. ‘앤트 파이낸셜’은 태국 1등 디지털 결제 서비스인 ‘트루 머니’에 초기 지분 참여를 했습니다. 이후 증자 단계에서 투자를 통해 지분 참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태국 유통사 ‘센트럴’은 ‘그랩 태국’ 법인에 투자를 통해 대다수 지분을 인수하며 경영에 참여했습니다.
파트너사를 선정하고 합작법인을 추진하기로 했다면, 합작법인 추진이 불가능한 요소(Deal breaker)를 사전에 명확하게 정의합니다.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과, 타협할 수 있는 것들을 사전에 명확하게 정의해야 합니다. 때로는 양보하기 어려운 조건과 타협하느니 협상을 중단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 지분율: 해외 사업의 경우 현지 사정에 밝은 현지 회사가 대주주가 되는 것이 그나마 사업 성공 확률이 높다. 지배권을 가져가고자 영향력이 미미한 회사와 합작법인을 진행할 경우, 경영권은 가져갈 수 있으나 사업 자체의 성공 가능성이 낮아질 위험이 있다.
* 이사회 구성: 전체 이사진 중 몇 명으로 구성할지 정한다. 양쪽 회사의 이사진이 동수일 경우, 교착 상태에서 의사결정을 어떻게 할지 반드시 논의하여 정관에 포함시켜야 한다.
* C-레벨 임명권 및 재직 보장 기간: 사업에 필요한 핵심 C-레벨을 정의하고, 누가 해당 C-레벨을 임명할지 결정한다. 특정 C-레벨 임명권을 놓고 협의가 좁혀지지 않아 논의가 종료되는 경우도 상당수 존재한다.
* 합작법인의 사업범위 및 모회사의 사업 제한 조건: 합작 법인 설립 후, 현지 회사의 사업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합작법인이 해당 사업에 대해 현지 시장에서 독점적 권리를 갖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 양사 현금 출자와 현물 출자 방식: 이 부분은 협상 종결 조건으로 가는 경우는 적으나 사전에 분명하게 협의해야 할 항목 중 하나다.
* 주식 양도권: 어느 한쪽이 주식이 매각하는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 매각할 수 있지 조건을 정의한다.
* 상표권: 합작법인이 갖게 되는 상표권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제한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해외 법인의 브랜드를 합작법인을 통해 활용할 경우, 합작법인이 종결되거나 또는 상대가 지분을 인수하는 경우 어떤 식으로 권리를 이양할지 명확히 해야 한다.
합작법인을 만들기로 합의했다면, 합작법인의 예상 목표를 명확히 하고 종료 시점을 산정해야 합니다. 4년 내에 종료되는 경우가 60-70% 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3년 및 5년 정도의 명확한 마일스톤을 정의합니다. 성공 조건을 정의하는 것만큼이나 종료 조건을 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종료 조건이 발동되었을 때 실제 어떨게 실행할 것인지 사전에 시뮬레이션해보고 미리 사내 주요 이해관계자와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만약 합작법인을 종료하기로 했다면, ‘끝맺음’도 전략도 필요합니다. 지분 일괄 매각과 청산 사이의 옵션들을 정의하고, 회수 가능한 현금을 산정해 의사 결정합니다. 회수 금액이 예상보다 적다고 시간을 끌거나 파트너사와 불필요한 감정 싸움을 하다가 오히려 손실이 더 커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여섯 번의 합작법인 논의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두 번은 컨설턴트로서 양사의 입장을 조율하며 논의를 이끌었습니다. 두 번은 현업 부서에서 의견을 드리는 정도로 참여했고, 다른 두 번은 당사자가 되어 직접 상대 회사와 논의를 이끌었습니다. 입장에 따라 합작법인을 바라보는 관점도 상이해졌습니다. 조율자나 조언자 입장에서는 최대한 긍정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가 되었을 때는 관점이 바뀌었습니다. 사업 협의 과정에서 이렇게 많은 쟁점들이 부딪힌다면 실제 사업의 현장에서는 오죽할까라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습니다. 따라서, 당사자가 되었을 때의 늘 마음가짐은 조건이 안 맞는다면 언제든 협상을 중지한다였습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이지 합작법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으로 ‘끝’을 생각하는 협의는 효과적이었습니다. 양보할 수 있는 것과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상대에게 명확하게 원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글로벌 합작법인은 만들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만들더라도 실패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합니다. 초기 단계 투자나 인수를 통해 접근할 수 있다면, 이 방법부터 살펴보는 것이 현명합니다. ‘시작’할 때 ‘끝’을 생각해야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유망한 파트너사와 합작법인 논의가 어그러지는 경우 이는 사업 실패가 아닙니다. 오히려 사업에 성공하기 위한 실패 옵션 하나를 소거했을 뿐입니다. 반대로 양보와 타협을 통해 어설프게 합작법인을 만들었을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고 결과적으로 시간 낭비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목적과 수단을 혼동해서는 안됩니다. 합작법인을 통한 PR 효과가 아니라, 실제 사업에 성공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