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첫 유니콘의 탄생

오랜 기다림의 결실

by 경영로스팅

2021년, 태국에서 오랫동안 고대하던 유니콘이 마침내 탄생했습니다. 이커머스 물류회사인 '플래시 익스프레스'와 간편 결제 서비스인 '트루 머니 월렛'을 서비스를 하는 '어센드 머니'입니다. 물류와 결제는 이커머스 발전의 필수 기능으로, 태국 이커머스 산업의 발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두 개 회사 모두 알리바바가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출처: CBInsights, 2022년 8월 기준>




태국 최초의 유니콘은 이커머스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래시 익스프레스'입니다. 2021년 6월 시리즈 D+와 시리즈 E 단계에서 1억 5천만 달러 (약 2,000억)을 투자받으면서 10억 달러 (약 1.3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으며 유니콘이 되었습니다.


플래시 익스프레스가 태국 최초의 유니콘이 되었다는 뉴스에 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많은 이들이 낯설어했습니다. 잘 알려진 회사도 아니었고, 특히 2018년에 만들어진 신생 회사라 교류가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현지에서 이커머스 물류 서비스로는 케리 (Kerry Express)나 태국 우체국 (Thailand Post), 싱가포르 기반의 닌자밴 (Ninja Van) 또는 인도네시아 기반의 J&T 익스프레스가 더 많이 알려져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탄탄한 회사였습니다. 15,000개의 배송 차량과 23개의 물류 센터와 1,300개의 물류 배급소를 가지고 있는 대형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약 10,000개의 서비스 지점을 확보하고 있어, 태국의 1위 물류 회사인 케리의 15,000개와 비교하더라도 매우 빠르게 성장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케리는 2020년 12월 태국 증권거래소에 상장이 되었고, 2022년 8월 현재 기업 가치는 374억 밧 (약 1.4조 원)입니다. 플래시 익스프레스의 기업 가치를 약 1.3조 원으로 인정한 것이니, 투자자들은 플래시 익스프레스를 태국 내 1위 사업자와 비등한 수준 또는 그 이상의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플래시 익스프레스는 공격적인 가격으로 경쟁사 대비 차별점을 만들어 냈습니다. 기존 사업자들의 60밧 (약 2,400원) 대비 저렴한 25밧 (약 1,000원)으로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서비스 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중국에 300여 명의 개발자를 두고 있습니다. 플래시 익스프레스는 당일 배송을 위해 지방으로 서비스 확대 중이며, 투자자 중 하나인 태국 1위 주유소 PTTOR와 연계하여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플래시 페이(Flash Pay)와 같은 간편 결제 서비스도 계획 중이라고 합니다.


플래시 익스프레스가 유니콘이 된 과정은 흥미롭습니다. 플래시 익스프레스는 중국계인 콤산 리(Komsan Lee)와 알리바바에서 알리페이나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 경험이 있던 웨이지이 디(Weijie Di)가 공동 창업했습니다. 물류 사업과 연계된 경험이 많지 않았으나 중국에서의 산업 경험과 인사이트를 태국에 성공적으로 이식한 것이 주요했습니다. 알리바바 자회사인 라자다(Lazada) 쇼핑몰 근처에 물류센터를 설립하고 초반부터 협업 관계를 구축했습니다.


나아가 초반부터 태국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보다는 중국 투자자들과 손을 잡았습니다. 가오롱 캐피탈(Gaorong Capital)이 대표적인 기존 중국 투자자로 중국 현지 테크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벤처캐피털입니다. 가오롱 캐피탈의 투자자로 국부 펀드는 말할 것도 없고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등의 창업자와 경영진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탄탄한 B2B 서비스 이력과 인프라 그리고 중국계 투자자들의 뒷받침은 태국 대기업 CVC들이 투자할만한 매력적인 요소였습니다. 시리즈 D+ 라운드는 시암 커머셜 뱅크의 CVC인 SCB 10X가 주도했으며, 시리즈 E는 싱가포르의 Founder’s Fund Buer Capital와 기존 투자자인 eWTP Capital 외에도 태국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태국 1위 정유 업체인 PTTOR과 쿠룽스리 은행의 CVC인 Finnovate, 레드불 제조회사로 유명한 TCP Group과 TCP Group의 물류창고 관리 자회사인 Durbell이 투자자로 참여했습니다.


<사진 출처: Flash Express 웹페이지>




두 번째 유니콘은 '어센드 머니 (Ascend Money)'입니다. 2013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태국 2위 텔레콤 회사인 트루 (True)에서 분사되었습니다. 태국의 전자 지갑 1위인 트루 머니 (True Money)를 통해 간편 결제 및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트루는 태국 내 1위 재벌인 CP그룹의 자회사이기도 하여, 어센드 머니는 재벌 그룹의 든든한 뒷배를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2021년 9월, 모회사인 CP 그룹 외에도 중국의 알리바바 그룹의 알리페이와 미국계 사모펀드인 Bow Wave Capital이 1억 5천만 달러(약 2,000억 원)를 투자하면서 어센드 머니의 기업 가치를 1.3조 원 넘게 책정했습니다.


'어센드 머니'는 시장 내 영향력 있는 서비스 경쟁력과 성과를 보여주고 있어 기업 가치가 그리 놀랍지는 않으나, '플래시 익스프레스'와 다른 점은 개인 창업자가 시작한 스타트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네이버가 대부분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네이버 페이를 별도 자회사로 만들고 외부 투자를 유치하면서 유니콘의 반열에 오르게 만드는 형국입니다. 실제로 신세계 그룹이 SSG 닷컴을 분사하여 외부 투자를 유치하면서 이마트, 신세계와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어피너티), 블루런벤처스(BRV) 등 외부 사모펀드 간 주주 구성을 한 것과 유사한 사례입니다.


태국 스타트업 생태계 관점에서는 어센드 머니보다 플래시 익스프레스의 탄생을 더 유망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향후 개인 창업가 및 투자한 벤처캐피털이 Exit을 하게 되었을 때, 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있는 다른 스타트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가능성이 높고 이를 통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Goole Play>




마지막으로 비트커브(Bitkub) 얘기를 빠트릴 수 없습니다. 비트커브는 태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입니다. 비트커브는 탑 (Topp Jirayut Srupsrisopa)이 개인 창업자로 시작한 서비스입니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과 옥스퍼드 대학에서 공부한 후 태국 최초의 비트코인 지갑 서비스인 Coins.co.th를 창업했습니다. 이후 고젝에 매각한 후, 2018년 비트커브를 창업했고 2021년 11월 시암 커머셜 뱅크의 CVC인 SCB 10X가 기업가치 350억 밧 (약 1.3조 원)을 기준으로 51% 지분을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유니콘의 반열에 오르는 듯했습니다.


비트커브의 소식에 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환호했습니다. 탑이 오랫동안 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몸을 담고 있기도 했고, 현지 투자자들이나 창업가들과 긍정적 의미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실리콘 밸리의 ‘페이팔 마피아’'처럼 '비트커브 마피아'가 형성되어 후배들을 멘토링 해주고 투자자로 나서면서 생태계에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습니다.


다만, 이 딜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SCB 10X는 2021년 11월 인수 발표를 하면서 2022년 2분기까지 딜 완료를 목표로 한다고 했으나, 2022년 8월 현재 해당 실사 작업이 연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이 발표되지 않았기에 지켜봐야겠으나, 암호화폐 가격이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와 맞물려 급락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이 불안해지고, 따라서 비트커브의 기업가치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Bitkubb 서비스 화면>




태국 유니콘의 탄생 배경에는 중국계 자본의 적극적 투자가 있습니다. 두 개의 태국 유니콘 모두 알리바바와 연관이 있습니다. 플래시 익스프레스는 알리바바의 자화사인 ‘라자다’와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통해 성장을 도모하고 있으며, 알리바바 그룹의 앤트 파이낸셜이 ‘어센드 머니’의 지분율을 늘리고 있습니다.


대규모 자본 투입이 요구되는 동남아 이커머스 시장은 알리바바가 투자한 '라자다'와 텐센트가 투자한 'SEA 그룹'의 '쇼피'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발달에 필수적인 물류와 결제 모두 중국계 자본이 파트너십이나 투자를 통해 생태계의 성장을 도모하는 형국입니다.


특히 결제는 알리바바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알리바바는 자회사인 앤트 파이낸셜을 통해 주요 국가의 전자 결제 서비스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태국의 1위 전자 결제 서비스인 '어센드 머니'를 포함해, 인도네시아 2위 서비스인 'Dana', 필리핀의 1위 서비스인 'G-Cash', 말레이시아 1위 사업자인 'Touch'n Go'에 모두 지분 투자를 했습니다. 앤트 파이낸셜은 카카오페이의 주주이기도 합니다.


싱가포르 기반의 물류 서비스 닌자밴에는 알리바바가, 인도네시아 물류 업체인 J&T 익스프레스에도 중국계 투자자의 자본이 대규모 투자되어 있습니다.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계 자본이 동남아 시장의 투자 업계 큰 손으로 등장한지 10여 년이 흘렀습니다. 지금까지의 주요 투자가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중심이었다면, 이번 유니콘 탄생을 기점으로 태국 시장에도 관심이 고조될 것으로 보입니다.


태국 유니콘의 탄생은 이제 또 다른 시작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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