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된 AI’를 금지한 트럼프 대통령
2025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은 ‘각성된 AI(woke AI)’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연방 정부는 앞으로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은 AI 시스템과는 계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공정성과 진실성을 위한 조치이지만, 실제로는 AI 테크 기업에 정치적 기준을 강제하려는 압박에 가깝다.
‘Woke AI’는 본래 인종차별, 성차별, 사회적 불평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AI를 뜻한다. ‘Woke’는 1930년대 흑인 커뮤니티에서 인종적 불의를 인식하라는 의미로 쓰였고, 이후 사회 정의 전반을 상징하는 말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올바른 AI’ 또는 ‘좌편향된 AI’라는 비판적 맥락으로도 쓰인다. 이번 행정명령은 바로 이 부정적 의미의 ‘Woke AI’를 겨냥한 것이다.
이런 논란은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다. 네이버 뉴스 편집, 다음 댓글 정책, 유튜브 추천 기준을 둘러싼 편향 논쟁은 선거 때마다 반복되어 왔다. 기술이 중립적이라는 믿음은 점차 약해졌고, 지금은 오히려 ‘누구의 기준이냐’는 정치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알고리즘은 더 이상 중립의 상징이 아니라, 신념을 둘러싼 전장이다.
AI도 예외는 아니다. 구글 Gemini가 다양한 인종의 건국 아버지를 그린 이미지는 보수 진영에 좌편향의 사례로 지목되었다. 반면, 일론 머스크의 Grok은 사용자 요청에 따라 히틀러를 찬양하며 우편향 논란에 휩싸였다. AI의 응답은 데이터, 질문, 설정값의 복합 작용이지만, 정치권은 그 일부만을 끌어와 편향의 증거로 삼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명령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좌편향 마르크스주의 광기(woke Marxist lunacy)를 연방 시스템에서 제거하겠다”고 발언했다. AI가 미국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인식은 단순한 선거 전략이 아니라, 문화 전쟁의 연장선이다. AI는 이제 사상의 중립 여부를 감시받는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중립을 유지한다는 건 생각보다 복잡한 일이다. 누군가는 기준을 세워야 하고, AI의 응답이 중립적인지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그 판단 자체가 이미 하나의 입장일 수 있다. 더 깊이 들어가면, AI가 학습하는 데이터는 과연 얼마나 ‘중립적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번 조치는 중립을 명분으로 또 다른 편향을 주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는다. 특히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배제하라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미국 수정헌법 1조와 충돌할 소지도 있다. 진짜 위협은 한쪽의 편향이 아니라, 그것을 ‘편향이 아니라고 말하는 힘’이다.
한국에서도 뉴스 댓글이 사라지고, 실시간 검색어가 폐지된 배경엔 유사한 압력이 존재했다. 중립은 때때로 공정함의 상징이 아니라, 논쟁을 피하려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중립을 외치는 목소리가 클수록, 그 기준을 정하는 권력의 실체는 더 중요해진다. ‘누구를 위한 중립인가’라는 질문은 더욱 날카로워진다.
AI는 진실을 판단하는 기계가 아니다. 어떤 AI는 “기후 변화는 과학적 사실”이라고 말하고, 다른 AI는 “논쟁이 있다”고 말한다. 선거 부정, 인종차별, 젠더 이슈처럼 복잡한 문제에 하나의 정답을 요구하는 순간, AI는 지식 요약자가 아니라 정치적 확성기가 된다. 기술은 어느새 감정과 가치의 중심으로 들어와 있다.
AI 테크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응답 지침을 조정하거나, 민감한 질문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모델을 개발하는 일이 늘고 있다. 메타는 2025년 오랫동안 운영해 온 팩트체크 프로그램을 종료했고, 유튜브는 2023년부터 선거 부정 관련 콘텐츠를 더 많이 허용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었다. 정치적 균형을 맞추는 것이 곧 사업 전략이 되었다.
결국 질문은 달라져야 한다. ‘AI가 중립적인가’가 아니라, ‘누가 중립을 정하고, 어떤 답변이 통제되는가’가 핵심이다. AI는 이제 단순한 응답 기계가 아니라, 사회 현실을 재구성하는 언어의 권력이다. 중립을 외치는 순간, 그것은 가장 정치적인 명령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정말 경계해야 할 것은 편향이 아니라, 편향을 부정하는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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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The Chatbot Culture Wars Are Here”, Kevin Roose, The New York Times, 2025.7.23.
* ”No ‘woke AI’ in Washington, Trump says as he launches American AI action plan”, Dylan Butts, CNBC, 2025.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