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내 팽배한 모랄 해저드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생태계가 심각한 신뢰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 2년간 (1) TaniFund, (2) eFishery, (3) Investree, (4) KoinWorks, (5) Gojek, (6) TaniHub 등 주요 테크 스타트업에서 회계 조작, 허위 대출, 자금 유용 등 구조적 부패 사례가 잇따라 드러났다. 국영 투자사와 대형 벤처캐피털도 연루되면서 시장의 자정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 2024년 5월,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원은 농업 금융 플랫폼 TaniFund의 P2P 대출 면허를 취소했다. 전체 대출 가운데 약 64%가 90일 이상 연체되고, 미흡한 투자자 보호 조치를 이유로 플랫폼 운영 중단을 명령했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부실 대출 규모는 최소 14억 루피아(약 8,700만 원) 이상이며, 실제 피해 투자자는 130명 내외로 확인된다. MDI Ventures와 BRI Ventures가 TaniFund 및 TaniHub에 투자한 2,500만 달러는 대규모 부실 사태로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해졌다.
(2) 2024년 7월, 유니콘으로 평가받던 양식 스타트업 eFishery의 분식 회계가 드러났다. 내부 고발과 외부 조사 결과, 2023년 1~9월 기준 실제 매출은 약 1억 5,700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회계상 7억 5,200만 달러로 부풀려졌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로 인해 기업가치는 급락했고, 해외 확장 계획은 전면 재조정되었다. 스마트 피더 보급 수치와 이익률 등도 상당 부분 왜곡되었다는 의혹이 뒤따랐다.
(3) 2024년 하반기, 대출 중개 플랫폼 KoinWorks는 신분증 위조 등으로 가짜 차입자 계정을 생성해 수백억 루피아를 탈취한 사건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의 핵심은 플랫폼 보안의 허술함과 내부 심사 프로세스의 부재에 있었다. KoinWorks는 이후 신규 대출을 중단하고, 플랫폼 전반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이 사건은 인도네시아 P2P 대출 산업 전반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
(4) 2025년 3월, P2P 대출 플랫폼 Investree의 공동 창업자가 금융감독당국의 수배 대상이 되었고, 이후 중동에 체류 중인 사실이 알려졌다. 그는 회사의 자금을 부적절하게 운용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당국은 자금 흐름과 법인 운영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Investree는 임시 경영체제를 도입하고,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에 나섰다.
(5) 2025년 7월, 인도네시아 검찰은 교육부 크롬북 조달 사업과 관련해 부정 입찰 및 예산 유용 정황을 포착하고, Gojek 모기업인 GoTo 그룹을 수사 중이다. 이 사건은 나디엠 마카림 전 장관 재임 시기의 정책과 연결돼 있으며, Gojek과 교육부 간 계약 구조의 투명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번졌다.
(6) 비슷한 시점에 TaniHub 관련 사건은 더욱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창업자는 자금세탁 및 횡령 혐의로 구속되었다. 이 회사는 벤처 투자금을 대출로 전환한 뒤 대규모 부실을 발생시키고, 이를 은폐한 채 청산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영기업 계열 벤처캐피털의 역할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고, 정책 자금의 책무성 문제도 제기되었다.
이번 사태는 회계, 투자 심사, 거버넌스 전반의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되었다. 다수의 스타트업이 외형 성장에 집중하며 내실 관리를 소홀히 했고, 투자자들은 사전 실사보다 시장 선점에만 몰두했다. 국영 기업과 정부 기관의 투자 또한 명확한 책임 구조 없이 진행되며, 문제 발생 시 책임 전가만 반복되었다.
특히 투자자 보호 장치의 부재와 금융감독 기관의 소극적 대응은 피해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금융감독원은 일부 사건에서 면허 취소와 같은 조치를 취했으나, 사건 발생 이후 대응 중심의 한계를 보였다. 부패방지기구 역시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감시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실질적 조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2025년 7월, 인도네시아 대표 벤처캐피털 알파 JWC Ventures는 내부 고발을 장려하는 ‘SpeakUp’ 플랫폼을 출시하며 자정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 시스템은 2주 만에 20여 개 포트폴리오 기업에 도입되었고, 수만 명의 임직원이 직접 활용하게 되었다.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생태계는 분명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이 시련은 더 성숙한 문화를 만드는 교훈이 될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혁신 DNA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지금의 도전을 투명하게 극복한다면 다시 신뢰받는 스타트업 허브로 거듭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