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락 글쓰기

by 대한극장옆골목

처음엔 영화 리뷰를 쓰는 게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나만의 시선으로 이해하고, 그것을 글로 남기는 일이 좋았다. 그래서 영화 리뷰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렇게 영화에 대한 글이 하나둘 쌓이다 보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 글이 내 것이 아닌 듯했다. 아무리 내 생각을 적는다 해도 역시 글의 핵심은 영화였으니까. 영화에 기대어 글을 쓰는 대신, 소소하더라도 나만의 글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건 꽤나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하고 싶은 말은 많았던 탓에 글감을 찾기는 쉬웠다. 문제는 특별할 것 없는 내 일상을 가지고, 읽을만한 글을 써내야 한다는 점이었다. 부담감에 글을 시작하기가 막막했고, 잘 쓰고 싶은 욕심에 자꾸 힘이 들어갔다. 그래서 우선 짧게 써보기로 했다. 짧은 글이라면 쉽게 시작할 수 있고, 읽는 사람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터였다.


내가 글을 쓰는 방식은 참 간단하다. 우선 쓰고 싶은 내용을 정한다. 그리고 '기승전결' 네 단락으로 나눠서 글을 쓴다. 마지막으로 각 단락의 내용이 부족하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도록 다듬는다. 이 3단계를 거치면 쉽게 글 하나를 쓸 수 있다. 하고 싶은 말을 무작정 써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맞춰진 틀 안에 집어넣으니까 글쓰기가 훨씬 수월하다. 그리고 내용이 중구난방으로 흩어지는 대신, 꼭 하고 싶은 이야기로 수렴이 된다.


우리나라의 고전 문학인 '시조'는 정형적인 틀이 있다. 이방원의 '하여가'와 정몽주의 '단심가'를 생각해 보자. 3장 6구 4보격 12음보라는 틀이 정해져있지만 나올 수 있는 시조는 다양하고, 길이는 45자 내외로 짧지만 그 안에는 깊이가 있다. 글을 쓰고 싶지만 선뜻 쓰기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나처럼 더도 말고 단락 네 개만 써보자. 보통 글쓰기 수업에서 사용하는 '5단락 글쓰기'보다는 못하더라도, '4단락 글쓰기'는 나만의 이야기를 시작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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