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뷔페에서 타락죽을 먹다가 급히 수저를 놓았다. 달짝지근하면서도 고소한 맛에서 빨리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타락죽은 우유로 만든 죽이었고, 나는 우유를 못 마시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우유를 먹으면 꼭 배탈이 난다. 우유가 들어간 카페라테는 물론이고, 우유로 만든 치즈, 요구르트, 아이스크림도 마찬가지다. 소위 말하는 '유당 불내증'이다. '락테이스'라고 하는 유당 분해 효소가 없는 탓인데, 엄마는 매일 조금씩 우유를 마시면 효소가 다시 생겨난다며 늘 우유를 권한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우유를 정말 좋아한다. 어릴 적에는 우유를 너무 좋아해서 밥을 말아먹을 정도였고, 우유를 하도 마셔서 키가 클 줄 알았다. 키는 썩 크지 않았지만 어른이 된 이후로는 매일 아침 아메리카노 대신 카페라테를 마셨고, 아이스크림을 너무 좋아해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까지 했다. 이런 내가 언제부터인가 우유를 먹으면 배가 아프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도 둘 중 하나일 거다. 신의 장난이거나, 그동안 배가 아픈지도 모르고 먹었거나.
그래서 지금은 우유는 입도 못 대고, 유제품은 최대한 자제 중이다. 심리적인 측면도 있는 탓인지, 괜스레 전보다 더 배가 아픈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마셔도 배가 안 아픈 우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배를 아프게 하는 유당을 분해하거나 필터로 걸러낸 '락토프리' 제품이었다. 얼른 마트에서 우유를 사 왔다. 그리고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셔보았다. 추억의 비린내와 고소함. 내가 어떻게 이걸 참고 살았던 건지. 나는 서둘러 우유를 따라 시리얼을 말아먹었고, 다행히 배는 거의 아프지 않았다.
깨끗한 유리잔에 담긴 새하얀 우유의 자태를 보라.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지만 좀 이상하기도 하다. 우유는 사실 사람이 아니라 송아지를 위한 건데. 배 아픈 걸 참고 없는 효소를 만들면서까지 마셔야 할까? 그 정도로 우유가 좋은 식품일까? 우유는 '완전식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항상 논란이 있다. 우유를 마시면 키가 큰다거나, 우유가 항생제 덩어리라는 잘못된 속설도 많다. 심지어 어떤 의사는 우유가 암을 예방한다고 하고, 어떤 의사는 우유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이토록 맛있는 우유를 다시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