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아빠의 다이어리

한 사람의 삶은 기억하는 사람에 의해 이어진다.

by 한별

아빠가 떠나기 한 달 전,

11월에 전화가 왔다.

“새로운 직장을 구했어.

이제 돈도 좀 더 벌 수 있을 것 같아.”


오랜만에 들은,

조금은 들뜬 목소리였다.


나는 그 일이 어떤 일인지

자세히 묻지 않았다.

그저

“열심히 해.”

짧은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게 마지막으로 들은

아빠의 기대 섞인 목소리였다.


아빠가 떠난 뒤에야

그 일이 어떤 일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인력사무소를 통해 들어간 현장에서

사람들을 관리하는 일이었다.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빠의 성격으로는

더더욱.


가끔 나에게 흘리듯 하던 말들이 떠올랐다.

가족에게 짐이 될까 봐 걱정하던 사람.

많이 벌지는 못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버텨내던 사람.


집에는

아빠가 마지막으로 사용하던 다이어리가 있다.

2020년 다이어리.


이미 2019년 12월에 떠났는데,

그 다이어리는

새해를 준비하며 미리 사두었던 것 같았다.


두꺼운 다이어리의

첫 몇 페이지에는

2019년 12월의 기록이 남아 있다.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다.

빈 페이지가

오래 남아 있다.


나는 가끔

그 다이어리를 펼쳐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아빠가 쓰지 못한 시간들에 대해.


‘한 사람의 삶은

기억하는 사람에 의해 이어진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나는

그 말이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빠의 다이어리 위를 살아간다.


그가 남겨둔 페이지를

하루씩 채워가며.

이전 08화매년, 다시 돌아오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