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남기는 사람이 될 것인가
물건을 보면 그 사람의 가치관이나
생각, 취향을 엿볼 수 있다.
아빠의 물건을 정리하기 위해
아빠가 살던 집으로 갔다.
아빠의 방은 단정했고, 물건은 많지 않았다.
옷장을 열어보니 운동복 몇 벌과 외출복,
그리고 정장 코트 하나가 전부였다.
책장에는 두꺼운 성경책 하나와
몇 권의 신앙서적이 있었다.
그중에는 ‘고통에는 뜻이 있다’,
‘저는 너무 자주 화를 냅니다’라는 책이 있었다.
그 책들을 보는 순간,
아빠가 고통의 시간 속에서도 의미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계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모습들을 나는 한 번도 보려고 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저려왔다.
검은색 성경책에는
아빠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고,
페이지마다 형광펜으로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아빠가 그 말씀들을 붙잡고 살았다는
흔적처럼 느껴졌다.
지금 그 성경책과 책들은
내 책장 한편에 놓여 있다.
아빠가 남긴 것은 많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오래 남는 것들이었다.
이 시간을 지나며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첫 번째는, 나는 무엇을 남기고 싶은 사람인 지였다.
죽음을 떠올리면 보통 유산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그것들은 남아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나는 내가 떠난 자리에,
사라지지 않는 것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두 번째는, 지금 나는 무엇을 쌓으며 살고 있는지였다.
‘내가 떠난 뒤, 이 물건들이 누군가에게 짐이 되지 않을까.’
이 생각이 들고 나서부터는
물건을 사는 관점이 조금 달라졌다.
조금 덜 사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부족하지만,
적어도 나는 내가 무엇을 남기고 싶은 사람인지
조금은 더 분명히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