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품아. 요즘에는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초등학교가 있다니 흉흉한 세상 얼마나 편리할까 싶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무려 집에서 버스 정류장 한 정거장 거리로 꽤 멀었다. 버스를 타면 직선으로 가지만, 도보로 가면 멀리 돌아가야 해서 초등학생의 작은 보폭으로 20~30분 남짓 걸렸다. 초품아보다 험하지만, 따사로운 추억들로 반들반들 등하굣길이 포장됐다. 엄마와 걷는 하굣길, 굴다리 앞에 있던 작은 호떡집이 기억난다. 굴다리 입구에 큰 파라솔로 자리를 선점한 호떡집은 주인아주머니 혼자 계셨고, 엄마가 나를 데려 가 아주머니의 말동무가 되어 주곤 했다. 호떡이며 쥐포 같은 자잘한 주전부리를 팔았는데, 그러고 보니 붕어빵이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왜 이걸 쓰고 있었던 걸까.)
눅눅한 피에 덜 익은 듯 뭉근하게 흘러내리는 속살, 몸통 부분에 적게 들어있는 팥이 기준이던 붕어빵 세상에 황금잉어빵이라는 외래종이 침입했다. 이름도 고급진 황금잉어빵은 겉이 파삭하고, 팥 앙금은 머리부터 꼬리까지 가득했다. 얼마나 풍성했으면 얇은 피에 팥이 비칠 정도였으니까. 황금잉어빵을 만나고야 깨달았다. 내가 붕어빵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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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 작은 논쟁이 일었다.
“슈붕? 팥붕?”
슈크림이 들은 슈붕(슈크림 붕어빵)과 팥붕(팥 붕어빵) 중 뭘 좋아하느냐고 선호를 물은 것이다.
“뭐죠, 그딴 건?”
슈크림 들은 붕어빵을 들어는 봤지만 먹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팀은 팥붕파 2명, 슈붕파 3명으로 갈렸고, 그 와중에 슈붕파가 더 많다는 점은 나를 뒤집어지게 했다. 어린 동료들은 팥붕을 언제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망언으로 나를 끽끽 긁어 성나게 하기도 했다. 아니, 그리고 물어볼 때 왜 슈붕을 먼저 물어봐? 팥붕파로 분류된 자로서는 화날 일 투성이었다.
슈붕이냐 팥붕이냐는 동료들 사이에서 그저 재미를 위한 논쟁일 뿐…이 아니라 정말 진지했다! 슈붕파는 슈붕파가 더 많다는 데이터를 퍼다 날랐고, 팥붕파는 반격의 기사를 들이밀며 답이 없는 논쟁이 팽팽하게 이어졌다.
하루는 ‘팥’이라고 쓰인 종이 접시에 담긴 팥붕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쓰고 보니 붕어빵을 팥붕이라고 써야하는 것도 화가 난다.)
"역시 팥붕 아니겠어요"
인스타그램 친구인 슈붕파 동료 지니는 곧장 답장을 보냈고, DM으로 논쟁을 이어갔다.
"쇄국정책을 멈추십시오"
"팥붕을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붕선대원군�"
용기가 부족해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예’라고 하고,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라고 하는 사람은 못되지만 붕어빵에 있어서만은 소신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여러분, 슈붕을 먹을 거면 델리만쥬를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