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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러포즈를 하고 약혼을 해야 결혼을 하지!

결혼에 순서가 있었어?

by Fresh off the Bae
이 사람이 내 피앙세야.

너무 로맨틱하지 않나? 피앙세라니... 누군가를 남자친구가 아닌 피앙세로 소개하고, 누군가의 피앙세로 소개받는 일은 꽤 기분 좋은 일이었다. 결혼의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좀 더 공식적인 관계로 인정받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반면 한국에서 약혼이라고 하면 (최소한 나에게는) 꽤나 거창한 느낌이다. 실제로 주변을 봐도 약혼을 했다고 말하기보다는 그저 결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정도로만 얘기하고, 상대방을 소개할 때에도 “내 약혼자야”보다는 “나랑 결혼할 사람이야”라고 말한다. 특히, 부산 출신인 나에게 약혼녀, 약혼, 약혼자라는 말은 뭔가 나를 오그라들게 하는 용어였다.


당시 내 머릿속에 그려진 약혼식은 이랬다. 예비신부는 아주 화려한 핑크 드레스를 입고, 예비신랑은 깔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채 손님들을 거대한 이벤트 홀로 초대한다. 그리고 "우리 결혼합니다"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며, 샴페인을 홀짝홀짝 마신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약혼식은 약간 부자 사람들만 하는 그런 이벤트란 거다. 도대체 내가 어디서 이런 콘셉트를 가져왔는지 당췌 알 수가 없다. ㅋㅋㅋ




반면 미국에서의 약혼, Engagement는 한국보다 훨씬 더 보편적이다. 많은 이들에게 인생의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로 여겨지며, 말 그대로 big deal이다. 프러포즈를 하고 상대가 이를 받아들이는 순간,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약혼한 사이’가 된다.


프러포즈 = 제안


대부분의 경우 남자가 제안을 하고, 여자에게는 Yes or No의 선택권이 주어지게 되는데, 여자가 "YES!"라고 대답하면 약혼, 즉, Engagement의 상태가 되는 것이다.


Photo by Ava Sol on Unsplash


물론, 여자가 프러포즈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상 그리 흔하지는 않다. 미국인들은 프러포즈 후 Engagement Party를 하기도 하고 프러포즈에 사용한 반지를 결혼 전까지 왼쪽 네 번째 손가락에 끼고 다니면서 주변에 약혼을 공식화한다. 프러포즈 반지를 본 미국인들은 "어머 약혼했어?!!" 하며 축하해 준다.


즉, 프러포즈/약혼반지는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지고, 결혼반지와는 다르다.


이 부분은 다다음 편에 얘기하려고 한다.




한국에서는 보통 두 사람이 대략적인 결혼 시기를 결정하고 양가 부모님을 만나 상견례 후 날짜를 잡는 것으로 결혼 준비가 시작된다. 프러포즈는 결혼 준비 막바지쯤, 예비 신부가 예비 신랑에게 "나한테 언제 프러포즈할 거야?"하고 옆구리를 쿡쿡 찌르고 결국 꼬집기에 돌입한 상태에 이르러 진행된다. 고전적으로는 자동차 트렁크에 풍선을 한가득 채우거나, 방에 수많은 캔들을 하트표로 만들어 "나랑 결혼해 줄래" 플래 카드와 함께 깜짝(?) 반(?) 깜짝 이벤트가 진행되는데, 요즘의 한국 프러포즈 문화도 궁금하긴 하다.

Photo by Edi Libedinsky on Unsplash


남편에게 한국에서는 프러포즈를 이렇게 해!라고 얘기했더니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짓는다.


프러포즈는 제안을 하는 거잖아. 결혼을 이미 다 결정해 놓고 결혼하자는 제안을 하는 건 이상하지 않아?


말을 듣다 보니 그렇긴 한데, 생각해 보면 우리의 전통적인 결혼 방식에 서양의 결혼 문화가 스며들어 생긴 현상이 아닐까 싶다.


서론이 좀 길었지만,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


다음 편에서: 내 인생 평생 잊지 못할 '프러포즈받은 날 벌어진 일'을 공개합니다.


*상단의 커버 이미지: Photo by Deepak Gupt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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