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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밍 Aug 13. 2022

푸른탑에 오르다

 페드로  아타카마를 떠난 , 나는 푼타 아레나스로 향했는데, 오로지 귀여운 마젤란 펭귄을 보기 위해서였다. 푼타 아레나스에 있는 막달레나 섬에는 마젤란 펭귄 서식지가 있어 배를 타고 들어가야했다. 바쁜 일정이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왜냐하면 펭귄은 귀엽고, 귀여운 것은 최고니까. 그런데 그렇게 귀여운 펭귄들로 가득찬 섬이라니. 섬에 있는 내내 펭귄을 한마리 납치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아야 했다.



마젤란 펭귄을 보고 나서는 바로 토레스  파이네로 향했다. 토레스  파이네는 등산복 브랜드로도 유명한 ‘파타고니아라는 이름의 지역에 위치한 산지로, ’푸른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름 그대로, 토레스  파이네에는 만년설이 쌓인 푸른 산봉우리들이 탑처럼 높이 솟아 있다. 뿐만 아니라 산지 주변에는 빙하가 있어서, 빙하에서 흘러내린 물이 모여 소다처럼 투명하고 푸른 호수를 만들었다.



만년설이 쌓인 , 빙하, 그리고 푸른 호수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마치 엽서  그림처럼 아름다워서, 이곳에 가면 왠지 마음이 정화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토레스  파이네의 유명한 트래킹 코스인 W코스를 걷기로 결심했다. W 스를 완주하려면 3 4일이 소요되었는데, 남미 여행기간을 고려하면 상당한 시간을 쓰는 셈이었지만  정도는 감수할 만한 경치라고 생각했다.


트래킹 첫째날에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도중에 한국인 모녀를 만나 이런 저런 수다를 떨며 무난히 걸을  있었다. 딸은 작가였는데, 인생에 한번쯤 엄마와 여행을 가고 싶어서 남미 여행을 엄마와 함께 왔다고 했다. 그녀들과 걸으며 나도 엄마 생각을 했다. 우리 엄마는 늘상 스페인에 있는 순례자의 길을 걷고 싶어했는데, 나도 엄마를 데리고 순례자의 길을 걷고 싶었지만 그게 언제가 될런지는   없었다. 매년 휴가  어디로 여행갈지 계획을 짜다 보면 엄마와의 여행은 어느새 뒷전으로 밀려났다. 생각해보면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중요한 이 없는데 무엇이 그렇게 어려웠을까.


브리타니코 전망대의 만년설


이튿날에는 <브리타니코 전망대> 가서 만년설을 보았다. 셋째날 아침에는 너무 피곤해서 최대한 느즈막히 일어났다. 산행을 이틀 연속 했더니 삭신이 쑤셨다. 다들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나가는데,  혼자 침대에 누워있으니 사람들이 다들 걱정 되었는지 내게 괜찮냐고 물어봤다. 그다지 아픈 것도 아닌데 괜히 걱정을 받으니 부끄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세계 각국에서 온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마음을 써준다는 것이 약간은 감동적이었다. 글로벌한 걱정을 받은 느낌이랄까.


셋째날은 마지막 캠핑장인 <라스 토레스> 캠핑장까지 가는 일정이었는데, 가는 길에 한국인 부부를 만나서 동행했다. 둘은 자식이 있지만 한국에 두고 둘이서만 여행을 왔다고 다. 다음날 아침 <토레스 전망대>에서 일출을 보러  예정이라고 해서, 나도 마침 일출을 보고 싶었던 터라 함께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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