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작지만 아름답고 생명력 넘치는 마을이었다. 사막을 건너온 여행자들은 나른한 표정으로 노천 카페에 앉아 있거나, 아무런 목적도 없이 이곳 저곳을 걸어다녔다. 그래서인지 이 마을에는 바닷가 휴양지 같은 몽롱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내겐 그런 느긋함을 즐길만한 시간은 없었다.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바쁘게 환전을 하고, 숙소를 잡고, 달의 계곡을 보러갔다.
이 마을 근처에 있는 달의 계곡은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곳으로, 이름 그대로 달처럼 이 세상 같지 않은 기이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실제로도 외계 행성의 환경과 흡사 해서, 화성 탐사를 위한 테스트가 이곳에서 진행되었다고도 한다.
하지만 달의 계곡을 돌아보는 내내 내 신경은 온통 다른 곳에 집중되어 있었다. 우유니 사막부터 시작된 설사가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정말 기이하고 이 세상 같지 않은 경이로운 풍경이었지만 나는 온통 화장실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고, 괄약근을 조이는데 내 모든 집중력을 쏟아부었다. 투어 도중 위험했던 순간들이 꽤 있었지만 그때마다 적절한 곳에 화장실이 있어 그럭저럭 아슬아슬하게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투어가 끝날 때쯤 가장 큰 위기가 찾아왔다. 조금만 걸으면 화장실이 있는데, 한 발자국도 걸을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린 것이다. 심지어 내 몸 하나 숨길 수 없는 황무지 한가운데서 말이다. 그 자리에 만약 가시덤불 하나라도 있었다면 나는 바로 덤불 속으로 뛰어들고 바지를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이지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순간 정말 진지하게 바지를 내릴까 고민했다...하지만 남의 나라 자연유산에 똥을 쌌다가는 뉴스감이 될지도 모른다...아니 어쩌면 달의 계곡을 더럽힌 죄로 잡혀갈지도 모른다...그런 생각으로 마지막까지 남은 초인적인 힘을 쥐어짜서 화장실을 향해 비틀거리며 걸었다.
내 인생을 통틀어 그렇게 최선을 다한 적이 없었다...그리고 마침내 화장실에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더럽기 그지 없는 화장실이었지만 천국이 바로 그곳에 있었다. 이렇듯 나의 남미 여행에는 줄곧 행운이 따라주고 있었다. 리마에서는 모자를 되찾았고, 우유니 사막 한가운데서는 여권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아타카마에서 나는 내 바지와 팬티, 나의 존엄성, 그리고 우리나라의 국격을 지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