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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밍 Aug 12. 2022

사막에서
여권 잃어버릴 뻔한 썰 풉니다


우유니 사막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이동하려고 하는데 찐이 날 불렀다.


- 저거 네 가방 아니야?


맙소사... 찐이 가리킨 곳에는 내 크로스백이 있었는데, 그건 그냥 가방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들만 모아 놓은 가방이었다. 내 신용카드며 여권이며 중요한 나의 모든 것이 그 가방 안에 있었다. 만약 찐이 아니었다면 나는 크로스백을 우유니사막 한가운데에 버려두고 갔을텐데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온통 소금 벌판인 곳에서 크로스백을 다시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을테니 말이다. 3주 동안 남미에서의 일정이 아주 타이트하게 짜여져 있었기 때문에 그때 만약 여권을 잃어버렸다면 남은 여행 일정의 대부분을 날렸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찐은 내 남미 여행의 구원자였다.


멀리 보이는 검은색 점이 나의 크로스백


숙소에 도착한 것은 해가 다 지고 어두워진 후였다. 숙소에 도착하자 가이드가 인원별로 방을 배정해주기 시작 했다. 투어 인원이 꽤 많아서 방을 배정받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마지막으로 우리 차례가 왔다.


- 너희들 방은 이쪽이야.


가이드가 안내해준 방은 4인실이었다. 한참을 기다리던 우리 일행들은 모두 폭발했다. 왜냐하면 애초에 이 투어는 2인실을 제공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고, 우리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2인실로 배정을 받았기 때 문이었다.


 - 이건 말도 안돼. 우리한테만 4인실을 주는 이유가 뭐야?

- 2인실이 다 차서, 4인실밖에 남지 않았어.

- 다른 사람들은 다 2인실로 배정받았는데, 우리만 4인실을 주는 건 불공평해!


한창을 실랑이한 끝에 우리는 숙소를 돌아다니며 기어이 빈 2인실을 찾아내고 말았다. 덕분에 우리는 2인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애초에 남는 2인실이 있는데도 4인실을 우리에게 준 이유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입실했는데, 갑자기 그날 저녁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기가 느껴지는 정도여서, 조금 피곤했나 싶었는데, 나중에는 이가 딱딱 부딛힐 정도로 온몸에 오한이 들기 시작했다. 가지고 있는 옷을 전부다 꺼내서 껴입고, 침낭에 이불까지 덮고 핫팩을 껴안고 있어도 추위가 가시질 않았다. 거기다 밤새 설사가 멈추지 않아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아픈 적이 없었는데, 낯선 곳에서 혼자 아프니 괜히 서럽고 앞으로 여행은 잘 할 수 있을런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 다음날부터 아타카마에 도착할 때까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파서 그랬는지, 고산병이었는지 몰라도 투어를 하는 내내 나는 병든 닭처럼 계속 잤다. 차를 타는 동안은 기절하다시피 잠들다 관광지에 와서는 간신히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서 사진을 찍고 또 잠이 들었다.


사진은 아름다운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니 안타깝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어느새 칠레의 국경을 넘어,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우유니에서 함께했던 일행과도 이곳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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