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가던 우리는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니 사방은 온통 캄캄했고 하늘에는 별이 소금을 흩뿌려놓은 것처럼 밝게 빛났다.
바닥에는 빗물이 고여있어 고무 장화를 신어야 했다. 우유니 사막을 배경으로 우리는 별이 다 지고 해가 뜰 때까지, 말 그대로 밤새도록 사진을 찍었다. 오랫동안 물 속에 잠겨 있던 장화 속으로 물이 스며 들어 발이 시렸다. 장갑을 끼고 있어도 추워서 셔터를 누르는 손이 다 곱았다. 그래도 우리는 멈추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 아무튼 이곳에서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사진 뿐이었고,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찍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동이 트고 나서야 우리는 기진맥진해서 각자 숙소로 돌아가 잠이 들었다.
하지만 오후에는 다시 또 투어를 나가야 했다. 똑같은 사막을 몇번이고 계속해서 투어하는 이유는 같은 우유니 사막이더라도, 아침과 낮, 그리고 동이 틀 무렵, 노을 질 무렵 모두 풍경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해가 뜨는 것을 보았으니, 이제 낮시간과 노을질 무렵의 우유니 사막을 보러갈 차레였다. 이번 투어를 담당한 것은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가장 유명한 가이드인 죠니였다. 죠니가 유명하다는 것은 한국에서 여행 준비를 하 면서부터 여러 블로그를 통해 접했던 사실이었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그냥 막연히 사진을 잘 찍어주기 때문 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죠니는 여러모로 다른 가이드들과는 다른 데가 많았다. 아니, 다르다는 말도 부족하고, 클라쓰가 달랐다. 우선 죠니가 모는 지프에서는 레드벨벳의 <빨간맛>노래가 흘러나왔다(!) 죠니는 비단 <빨간맛>뿐 아니라 최신 한국 노래를 모두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죠니는 카톡을 쓸 줄 알았고, 카톡을 통해 투어 예약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진을 찍을때 죠니는 아티스트였다. 다른 가이드들은 적당히 사진을 찍어주는 느낌이었다면 죠니는 프링글스 통이나 티라노 인형 같은 아이템을 활용해가면서, 다 양한 포즈를 우리에게 요구했다. 그리고 사진을 위해 기꺼이 사막 바닥에 엎드리기까지 했다. 어찌나 열정이 넘치던지 우리는 거의 고문을 받는 느낌이었다. 뜨거운 햇볕이 내려 쬐는 사막 한 가운데서 죠니가 만족스러운 컷이 나올 때까지, 우리는 수없이 많은 포즈를 취했다. 분명 돈을 주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 것은 우리었는데, 마지막에는 거의 죠니에게 제발 사진 좀 그만 찍자고 애원할 정도였다. 한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죠니의 명성은 허투루 얻어진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