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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밍 Dec 21. 2020

열아홉과 스물아홉의 우유니

리마 여행을 마치고 난 바로 당일 저녁, 다음 목적지인 우유니로 가기 위해서 볼리비아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세계 최대의 소금사막 우유니. 아주 오래전 안데스 고원이 바닷 속에서 솟아오르면서 바닷물로 이루어진 거대한 호수가 만들어졌고, 이 호수가 말라 우유니라는 거대한 소금사막이 되었다. 눈처럼 새하얀 소금 사막이 만들어내는, 아름답고도 비현실적인 풍경. 바로 그것을 보기 위해서 내가 지금 가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우유니 사막을 처음 보게 된 것은 열아홉살의 어느날, 우연히 웹서핑을 하다 발견한 사진에서였는데, 파란 하늘과 또 다른 하늘이 지표면에서 맞닿아 있었다. 빗물이 고인 우유니 사막이 거울처럼 하늘을 투영한 것이었다. 지구에 저런 곳이 존재한다는 것이 놀라워서 오랫동안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그 후로부터 우유니 사막에 가는 것은 줄곧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비록 도전할 용기가 없어서 오랜 시간 동안 생각으로만 머무르긴 했지만 말이다. 이제 열아홉살의 내가 바라던 소망을 스물아홉살의 내가 드디어 이루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벅찼다. 


 우유니는 사막 위 작은 마을이라 볼리비아의 수도인 라파즈를 경유하여 가야 했다. 라파즈 공항에 도착해 우유니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는데, 내가 이제까지 탄 비행기 중에서 가장 작은 비행기였다. 실내는 열댓명이 간신히 앉을 수 있는 정도였고, 키가 큰 사람이라면 어쩌면 비행기 천장에 머리가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비행기가 이륙을 시작하자 동체가 덜덜 소리를 내며 떨리기 시작했다. 그 엔진소리와 떨림이 앉아있는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질 정도였다. 창밖을 내다보니 종잇장 같은 날개가 퍼덕거리며 요동치고 있었다. ‘무사히 도착할 수 있겠지…?’ 조금은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작은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공항은 비행기만큼이나 작은 공항. 나는 드디어 우유니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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