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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밍 Jan 04. 2021

어두운 밤,
사막에서의 해프닝


우유니에서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사진, 무조건 사진이다. 워낙 쉽게 찾아가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고,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인데다 낮과 밤,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우유니 관광객들은 하루 종일 사진만 찍으러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어만 해도 시간에 따라 선라이즈, 데이라이트, 선셋, 스타라이트 4종류가 있을 정도니 말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대부분 한국인들끼리 그룹을 만들어서 투어를 함께한다.  아무래도 하루 종일 함께 하다보니 의사소통이 잘 통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남미에 오기 전부터 함께하기로 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과연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되었다. 


숙소에 도착했지만 체크인까지는 시간이 아직 남아 있어서, 짐을 프론트에 보관하고 벤치에 앉아있는데, “혹시, ㅇㅇ님?”하고 누군가 나를 불렀다. 고개를 돌려보니 젊은 한국인 여자 C와 남자 D가 있었다. C와 D는 우유니 일정을 나와 함께할 일행 중 한명이었는데, 그동안은 카톡으로만 연락을 하다 실제로는 처음으로 만난 것이었다. 우리는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일단 나가서 마을 구경도 하고, 밥도 먹기로 했다. 숙소 근처에는 시골에서 볼법한 조그만 시장이 열려있었고, 우리는 시장을 돌아다니다 적당한 곳에 앉아 밥을 먹었다. C와 D는 부부였는데, 결혼을 하고 둘이 나란히 퇴사를 한 다음, 1년간 세계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세계여행을 하기 위해서 퇴사를 하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또 이야기를 하던 도중 깜짝 놀라게 되었는데, 그들이 일하던 회사는 다름 아닌 내가 다니는 회사의 협력사였던 것이다. 심지어 서로 이야기를 하다보니 같이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남미 한가운데서 이런 인연을 만나게 되다니 세상은 참 넓으면서도 좁다는 생각을 했다. 


식사를 하고 나서 숙소로 돌아가니 또다른 일행 E가 와 있었다. E는 조그만 체구였지만 강단있어 보이는 여자였는데, 들기에도 버거워 보이는 커다란 트렁크를 두개나 들고 왔다. 우리는 E와 함께 다음날 새벽에 있을 투어를 예약했다. 다음날 이른 새벽에 출발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각자 숙소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저녁이 되어 우리는 같이 밥을 먹었는데, E는 영화판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아주 어릴 때부터 일을 시작해서 이른 나이에 승진도 빨리 했지만 어느 순간 번아웃되고 말았고, 지금은 일을 쉬면서 아버지 일을 돕고 있다고 했다. 



다음날 새벽 3시 우리는 어두운 마을 광장에 모였다. 사막이라 건조해서 그런지 한낮에는 그렇게 더웠는데, 밤이 되니 내복에 바람막이, 판초까지 둘렀는데도 쌀쌀했다. 잠시 후 가이드가 지프차를 몰고와서 올라탔다. 지프차는 어두운 사막으로 향했다. 불빛 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사막길에서, 어디로 향해야 할지 어떻게 아는 건지는 몰라도 지프차는 어둠 속을 달렸다. “뭐야?”하고 E가 갑자기 소리쳤다. 정적을 깬 E의 목소리에 다들 화들짝 놀라서 E를 보았다. “지금 가이드가 광장에서 기다리고 있다는데?” “뭐야 그러면 지금 우리랑 있는 이 사람은 누구야…?” 등골이오싹해지는 순간이었다. 캄캄한 사막 한가운데 무슨 일이 일어나면 우리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갑자기 앞에서 말없이 차를 운전하고 있는 가이드가 무섭게 느껴졌다. 스페인어를 할 줄 알았던 E가 가이드에게 말을 걸었다. 알아듣지 못할 말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더니 E가 건넨 핸드폰을 받은 가이드가 한참 통화를 하고 나서야 오해가 풀렸다. 알고 보니 가이드끼리 일정에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작은 헤프닝이었지만 잠깐이나마 오싹했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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