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한라산이 보이는 창문은 이젤입니다
휴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풍경 여러 장이 한데 그려지고 있네요
집 앞 팽나무는 가로와 세로의 비를 맞춰주는
구도이고요
붓이 지나간 자리에는 비늘 같은 구름이
드러납니다 그 낱낱을 칠할 수 있는 건
태양에게도 팔레트가 있기 때문입니다
수평선에 이를수록 분홍 물감이 불룩 짜지고요
그림 그리는 손을 멈추게 할 수는 없지만
순간을 기억하고 싶은
나는, 누워서 왼손 검지를 오른손 엄지에
오른손 검지를 왼손 엄지에 잇대놓습니다
사각 액자가 내게 걸려지네요
오늘의 기분은 몇 호(毫)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