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마음으로

가을 조아름 2019 첫 번째

by 피츠로이 Fitzroy


도쿄에서 살았을 때 나는 가난했다. 월급날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우체국 은행에 가서 들어온 금액을 확인하고 월세를 인출했다. 그러면 남아 있는 금액이 너무 적어서 한숨이 먼저 났다. 그래서 내가 살던 이케부쿠로 근처 가장 싼 마트에서, 요일별로 할인하는 가장 싼 냉동식품을 사서 냉장고에 쟁여 놓고 아껴 먹어야 했다. 시부야에서 일하면서 내가 원하는 패션일을 하고 있다며 자신을 독려하려 했지만, 현재 통장 잔고를 떠올리며 편의점에서 오니기리를 고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 자존감이 발바닥에 붙어 있는 게 보였다.
나의 낮은 자존감은 경제적인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일하는 곳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열등감’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나는 이 나라의 외국인일 뿐이고, 영어도 일어도 어중간할 뿐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항상 괴로웠다. 한 여름 반지하 방으로 꾸역꾸역 들어오는 지독한 습기 만이 괴로운 게 아니었다.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의 노예였다.
누구도, 어떤 말도 하지 않았는데 나는 상사나 동료들에게 평가절하 되고 있다고,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스스로 믿어버렸다. 그렇게 믿어버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은 사람에 대한 의심과 증오다. 의심과 증오가 커지면 밤에 잠도 안 온다. 그 사람이 싫어서. 너무 싫어서. 그리고 그 사람이 가진 것 같은 완벽함에 분해서.
나는 끊임없이 타인과 나를 비교하면서, 내가 모자란 점을 확인하면서, 나 자신을 괴롭혔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사람의 욕구 중에 가장 다루기 힘든 욕구다.
나의 나약함에 기운이 빠진다. 쉽게 열등감에서 헤매고,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가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지는 보다 중요한 내가.
오늘 가고시마의 한 마트에서 오랜만에 냉동식품을 보다가 그 생각이 들었다. 2012년 그 뜨거운 여름, 도쿄에 있었던 나와 지금의 나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구나......
나를 더 아끼며 살자. 나를 많이 아껴준 후에, 그다음에 남이 나를 생각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도 괜찮다. 누구보다 나를 응원하는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