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비지니스 시대의
개인과 조직

크리에이티브 비지니스 시대(Creative Business Era)

by 김수민

우리가 “크리에이티브 비즈니스 시대”라고 부르는 것은 디자이너나 예술가가 갑자기 비즈니스의 중심이 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창의적인 사고방식과 세계관이 비지니스 카테고리 전반에 적용된다는 의미에서 훨씬 구조적인 변화에 가깝습니다.




1. 크리에이티브 비지니스 시대의 정의


“크리에이티브 비즈니스 시대는 한 사람의 생산성이 하나의 기업이 되는 시대다.”


여기서 말하는 크리에이티브는 직업군이 아니라 작동 방식입니다. 누구든 하나의 문제를 정의하고, 그것을 풀기 위한 맥락을 만들고, 기술과 관계를 엮어 실제로 굴러가는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하나의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는 셈입니다.


도시와 공간의 관점에서 보면 이 변화는 더 분명해집니다. 생산과 성장의 관점에서 과거에는 도시가 기업을 담는 그릇이었다면, 지금은 개인의 창작과 기획 능력이 도시·공간·플랫폼과 결합해 새로운 경제 단위를 만들어내는 구조가 되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비즈니스 시대란, 개인 능력과 생산성이 기술을 통해 증폭되며, 조직이 아니라 ‘개인 단위의 생산력’이 경제 활동의 기본 단위가 된 시대입니다


이 시대에서 비즈니스는 대규모 자본이나 인력의 투입으로만 성립되지는 않습니다. 한 사람이 무엇을 만들고, 누구와 연결되며, 어떤 맥락을 설계하느냐에 의해 성립됩니다. 핵심 자산은 규모가 아니라 맥락을 만들고 관계를 조직하는 능력입니다.




2. 크리에이티브 비지니스 시대의 개인


기술의 발달은 생산성을 점점 더 개인 쪽으로 이동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온라인 기반 비지니스 뿐 아니라, 물리적 기반의 오프라인/BtoB 비지니스 영역까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AI, 노코드 툴, 자동화, 글로벌 플랫폼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조직 단위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관찰되는 변화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과거라면 수백 명 규모였을 기업들이 이제는 1~10명 수준의 극단적으로 작은 팀으로도 전 세계 시장을 상대하는 유니콘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대의 개인과 개인의 생산성을 이해할 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일을 일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큰 임팩트를 만들 수 있느냐"입니다. 더 큰 임팩트를 만들기 위해 개인의 생산력을 구성하는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A. 문제 정의력(Problem Framing)


무엇을 만들지 보다, 무엇을 문제로 설정하느냐가 우선입니다. 단순 실행력이 아니라 “이건 아직 제대로 정의되지 않았다”를 발견하는 능력. 크리에이터 비즈니스의 출발점은 항상 여기에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생산성'은 일을 많이 하는 능력이 아니라, 문제를 잘 고르는 능력에서 출발합니다.



B. 맥락 설계력(Context Design)


두 번째는 콘텐츠, 공간, 서비스를 어떤 관계와 흐름 안에 놓는가입니다. 맥락 설계력은 혼자서도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드는 핵심 역량입니다. 같은 콘텐츠, 같은 공간, 같은 서비스라도 어떤 맥락에 놓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왜 지금, 여기서, 이 사람들에게 필요한가”를 설명할 수 있는 힘이 중요합니다.


하드웨어를 넘어서는 가치, 즉 맥락을 설계하는 능력입니다



C. 도구 활용력(Tool Leverage)


이 시대의 개인은 시간을 써서 버티는 사람이 아니라, 도구를 써서 증폭시키는 사람입니다. AI, 노코드, 자동화, 외주 구조화를 활용하여 (‘혼자서 다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혼자서도 시스템을 굴려 극대화된 생산성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의 개인은 솔로 크리에이터이면서 동시에 마이크로 조직에 가깝습니다.



D. 관계 조직력(Network Orchestration)


사람을 많이 아는 것과 협업을 설계하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영업' 관점의 관계 설정을 넘어, 느슨하지만 반복 가능한 협업 구조를 만들고, 프로젝트 단위로 연결되고 해체되는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동시대 개인의 생산성은 '인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구조화'에서 나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Design)


지속가능성은 다양한 분야에서 너무 많이 쓰이는 이야기라 중요성에 대해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 잘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할 수 있게 만드는 능력이 개인이 비지니스적 생삼성을 가질 수 있는 핵심입니다. 이는 수익 모델, 리듬, 공간, 생활, 회복력 등을 포함한 포괄적 요소입니다.


역설적으로 개인이 '생산 단위'로 회귀하는 시대에 '속도'보다 '지속성'의 중요도에 대한 고민과 우선순위 부여가 중요합니다.



개인의 관점에서 '생산력'은 문제를 정의하고, 맥락을 설계하며, 도구와 관계를 활용하여,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능력이다.





3. 크리에이티브 비지니스 시대의 조직과 커뮤니티


이 시대 개인과 개인 생산성의 변화는 조직과 커뮤니티의 의미와 역할을 완전히 바꾸고 있습니다.


이전 시대의 조직이 '더 이전 시대의' 개인 단위 생산력을 ‘대체’하고 규모화시키면서 보편적 기준이 되었다면, 크리에이티브 비즈니스 시대의 조직과 커뮤니티는 개인의 생산력을 ‘증폭’하는데 그 역할이 있습니다.


산업화 이전에는 개인 단위의 '상대적으로 영세한' 생산이 기본인 체제였고, 포디즘의 생산벨트형 분업 생산이 중심이 된 시대에는 조직은 개인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총합의 최대치를 만들고 관리하는 장치였습니다.


하지만 AI와 자동화가 발전하면서 주요 생산 단위는 다시 개인으로 돌아오면서 조직과 커뮤니티의 역할도 '일을 시키는 조직'에서 '환경을 만드는 조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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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조직이 목표를 정하고 → 일을 쪼개고 → 사람을 배치하고 → 관리했다면. 지금은 네트워크 할 수 있는 생산의 장을 제공하고 → 만날 사람을 연결합니다. 이를 통해 조직의 '생산성'은 개인의 자유도와 연결 밀도에 따라 결정되며, 조직은 개인의 역량과 생산성을 조직 내에 얼마나 담아 둘 것인가, 조직 내외부에 존재하는 개인 및 중소규모 유닛의 연결과 협업을 얼마나 높은 빈도로 가져갈 있는가(연결의 밀도)에 집중합니다.


조직과 커뮤니티는 더 이상 "무엇을 하라”라고 말하지 않고 “무엇을 시도할 수 있는가”를 가능성을 수집하고 제시하는 역할들을 반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조직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커뮤니티 역시 조직과 같은 연장선에 놓여 있습니다. 커뮤니티는 개인과 소규모 조직 간 프로젝트 생성 장치 역할을 합니다.


세스 고딘(Seth Godin)은 『트라이브스(Tribes)』에서 "사람들은 리더를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할 수 있는 움직임(movement)을 찾는다"라고 했습니다. 커뮤니티가 단순 친목이 아니라 프로젝트와 실험의 장이 되어야 하는 이유죠.


조직과 커뮤니티는 개개인의 기여와 퍼포먼스를 잘 엮어서 조직 전체의 성과로 만들고, 이를 다시 부스트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종의 '객체지향적' 사고와 관리가 필요합니다. 개인에서 조직으로, 그리고 다시 개인으로. 이 흐름 속에서 조직과 커뮤니티는 개인화된 퍼포먼스를 엮어내어 가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조직과 커뮤니티는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요? 생산성 측면은 개인에게 맡기고,

다음과 같은 혼자서는 만들기 어려운 맥락/리듬/관계/신뢰에 관련된 역할에 집중해야 합니다.


첫째, 맥락 제공자 (Context Provider)

"이게 왜 중요한지"를 설명해 주는 프레임을 만듭니다. 개인의 작업을 사회적·도시적 맥락에 연결해 줍니다.


둘째, 관계 중개자 (Connector)

인맥이 아니라 협업 가능한 조합을 만들어줍니다. 프로젝트 단위의 만남과 해산을 설계합니다.


셋째, 실험 인프라 (Sandbox)

실패 가능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공간, 시간, 최소한의 자원을 제공하고, 시도해 볼 수 있는 판을 깔아줍니다.


넷째, 지속성 장치 (Continuity Device)

개인이 지치지 않게 만드는 리듬을 제공합니다.




4. 조직과 커뮤니티에 필수적인 핵심 3요소

증폭되는 개인의 생산성을 담고, 지속가능한 생태게를 성장시킬 수 있는 조직으로 성장하기 위해 다음 요소가 필수적입니다.


수용성(Capacity to Absorb)


다양한 개인과 시도를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의 역할을 위해, 다양한 배경, 역량, 속도를 가진 개인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되어 있을 수 있는 구조를 바탕으로, 과정 중인 사람을 환대하고, 머무를 수 있게 하는 다양한 '환대'의 방법론이 필요합니다.


유연성(Situational Flexibility)

맥락에 반응하는 구조와 규칙이 필요합니다. 시장, 개인, 프로젝트, 시기에 따라 작동 방식 와 상황이 수시로 바뀝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계획을 돌아보고, 시장과 이해관계자의 '리듬'과 '옵션'을 고려하여 조직은 전략을 고집하기보다 상황에 맞게 전략과 전술을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선별 능력 (Selective Clarity)

시장과 이해관계상황이 상황이 수시로 변하고, 조직이 수용성과 유연성이 중요해질수록, '때'가 오면 기회를 잡고 거기에 맞는 조직 내외부의 역량을 선별하여 화력을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배제의 논리가 아닌 집중의 논리로 가치, 태도, 맥락에 대한 최소 기준은 명확히 해야 합니다.


단순히 열려 있는 조직과 커뮤니티가 아니라 '때'에 맞춰 설명 가능한 선별 기준을 갖춘 조직으로의 성장이 제일 중요합니다.




요약하면,


이전 시대의 조직은 개인이 없어도 돌아가야 했지만,

지금의 조직과 커뮤니티는 개인이 잘 작동해야만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좋은 조직과 커뮤니티는

규모가 크지 않아도 되고, 명확한 미션 하나면 충분하며, 사람들이 잠깐 머물다 가더라도 분명한 '흔적'을 남길 수 있어야 합니다.


크리에이티브 비즈니스 시대의 조직과 커뮤니티는 개인을 관리하는 장치가 아닙니다. 개인의 생산력이 연결되고 증폭되는 환경, 즉 맥락과 관계를 설계하는 인프라에 가깝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직과 커뮤니티는 도시와 동네와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이건 유행이 아니라, 이미 시작되고 곧 주요 흐름이 되는 구조적 변화입니다.





김수민(Sumin Kim) / Soft Developer


공간과 비지니스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을 합니다. http://instagram.com/leo_seongo

도시 생산자들에게 공간과 멤버십을 제공하는 로컬스티치(localstitch.kr)를 만들고 운영합니다.

D&D Property Solution(https://dndproperty.com)에서 사업 개발 부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공간 기획/개발/디자인 관련 문의 = 로컬스티치 디자인(https://www.localstitch-desi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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