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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Apr 10. 2024

오늘, 일상을 위로하는 친구

K드라마에서 배우는 인생

세계가 주목한 성난 사람들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이 연초 큰 화제를 불렀다. 보복 운전에 관한 에피소드를 10부작 블랙코미디에 담은 작품으로 올해 미국 에미상 8관왕을 휩쓸었다. 특히 눈길을 끈 이유는 이성진 감독과 주연배우 스티븐 연이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 1.5세대라는 사실이다. 자연스레 한국의 문화적 감성이 드라마 곳곳에 담겼다.


이 작품의 에미상 쾌거는 여러 가지로 의미가 크다. 먼저 이야기의 주인공이 소수 민족인 아시아계, 그들의 목소리를 미국 주류사회가 수용한 점이 주목을 끌었다. 그간 ‘찌질하게 당하는 화풀이 대상’이었던 소수 아시아계가 삶의 애환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주체적 입장으로 그려졌다. 2023년 중국인 이민자를 다룬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7관왕을 차지한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우리들의 목소리, 일상의 이야기


또한 현대 사회를 사는 사람들의 리얼한 모습을 설득력 있게 잘 표현했다는 점이다. 보복 운전 같은 상황에서 분노를 표출하는 건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일상이다. 누구나 쉽게 빠져들면서 공감하게 만든 작품의 흡인력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드라마는 우리의 일상을 이야기한다. 외롭고, 힘들고, 분노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동시에 드라마는 그 시대의 정서와 욕망을 보여준다. 시대에 부대끼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이 투영되기 때문이다. 일상에 찌들고 삶에 지친 우리들을 위로하는 드라마, 모두가 좋아하고 열광하는 이유가 아닐까.          



2023년 우리를 행복하게 한 화제의 드라마들



K드라마, 어디로 갈 것인가    


한국은 드라마와 콘텐츠 강국으로 떠올랐다. 1997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중국 인기로 시작한 한류는 영화 <기생충(2019)>과 <미나리(2021)>, 드라마 <오징어게임(2022)> 등이 연달아 히트하면서 세계인들의 주목과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2023년 드라마 시장은 혼란과 위기라는 말이 많다. OTT 등장 이후 제작 편수는 늘었지만, K콘텐츠에 낀 거품이 빠지면서 함량 미달의 작품이 쏟아졌다는 평가가 따랐다.  

 

중요한 건 사람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서사. 동시에 시청자들을 감정 이입하게 하는 이야기의 빌드업이 탄탄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려하거나 볼거리가 많다고 성공하는 건 아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더 글로리>, <무빙>을 필두로 뛰어난 작품도 많았다.   


올해는 예정된 라인업이 화려하고 기대를 받는 작품이 많다. 최근 <피지컬: 100>에 이어 <지옥>, <경성크리처>, <오징어게임> 등 세계적인 화제에 오른 작품들의 시즌2가 줄을 잇는다. 이뿐만 아니라, 글로벌 팬덤의 이목을 사로잡을 다채로운 신작들도 대거 등장한다. K콘텐츠 강국의 인기와 위상을 이어갈지 궁금해진다.



드라마에서 배우는 인생     


친구 중에 인기남이 있다. ‘드라마 마니아’인 그는 만날 때마다 재미난 멘트로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모임은 그 친구 덕분에 활기가 돌고, 다들 둘러앉아 낄낄거리며 웃는 일이 잦다. 어쩌면 그렇게 감(센스)이 좋냐, 고 물으니 답이 흥미롭다. “웬만한 건 드라마에 다 있다. 우리 이야기를 하니까 보고 있으면 저절로 몸에 배게 된다.” 물론 그의 타고난 순발력 덕분이겠지만, 드라마가 얼마나 우리의 일상을 잘 보여주는지 실감이 난다.


2023년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어떤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들의 일상을 그려 잔잔한 화제와 호평을 받았다. 힘겨운 현실을 버티는 모든 이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가 담겼기 때문이다. 정신병동 이야기인데 묘하게 '내 직장생활 같다'는 후기도 달린다. 자살생존자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면서 의사가 말한다. "우리는 그냥 생존자입니다. 현재진행형인 사람들이에요. 그러니 멈추지 말고 오늘을 살아가야 합니다."


갈수록 거창한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희미해진다. 이제는 나의 이야기, 일상의 이야기가 힘이 되고 의미가 새로워진다. 드라마는 그런 의도에 가장 가까운 장르가 아닐까 싶다. 좋은 드라마는 우리의 일상을 위로하며 상처를 어루만진다. 때로 외롭고 현실이 막막할 때 친구 같은 존재가 된다. 우리의 고단한 삶을 응원하는 친구, 예나 지금이나 드라마가 계속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누구나 나만의 이야기, 자신만의 드라마를 만들며 산다.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가 '현재진행형'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야기, 어떤 흥미진진한 순간이 펼쳐질까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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