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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Jul 04. 2021

치킨, 코로나, 관광의 미래

- 지속 가능한 관광에 관하여

한국인이 사랑하는 배달 음식 1위는 치킨이다. 


'치킨공화국' 이나 '치느님'이라고 불릴 정도다. 시골에 혼자 계신 어머니도 치킨은 좋아하신다. 평소엔 담백하게 드시고 고기도 썩 즐기지 않으시는 분이다. 가끔 깜짝 방문할 때 나는 읍내에서 치킨을 산다. 덜컹거리는 버스에 은은한 냄새가 퍼지면 군침이 절로 돈다. 어머니 식성은 깐깐하다. 양념이 아니라 후라이드, 깔끔한 쪽에만 손이 가니까.


나도 치킨 마니아였지만 요즘은 자주 맛보질 못한다. 아내가 닭, 오리 같은 부리 동물과 친하지 않기 때문이다. 집안 내력이 그렇다. 식탁에 조류가 등장할 일이 거의 없다. 출근해서 외식이나 한잔 회식 기회가 있을 때 나는 치킨이나 닭 요리를 얼른 주문한다. 그간 구경 못한 공백기 때문인지 웬만해선 그들에게 실망할 일이 없다.      

 

한국인이 이렇듯 좋아하는 닭의 일생은 알고 보면, 참 기구하다. 


삼계탕이나 치킨용은 알에서 깨어난 지 불과 6주부터 도축되기 시작한다. 산란계는 A4용지 한 장 크기 케이지에서 평생을 갇혀 지내다 2년여 만에 생명을 다한다. 공장식 축산방식으로 그들의 삶은 햇빛 구경 한번 못하는 지옥처럼 열악하다. 조류인플루엔자라도 퍼지게 되면 '묻지 마' 식 살처분의 운명을 맞는다. 닭의 평균 수명은 8년, 천수를 누리면 20~25년을 산다고 한다.




인간은 질병과 떼려야 뗄 수 없다. 문명은 질병과의 투쟁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개나 닭 같은 야생의 동물을 가축화한 1만 년 전부터 질병도 생겨났기 때문이다. 일반 감기(말), 인플루엔자(오리), 장티푸스(닭), 홍역(소와 양), 천연두(낙타)가 다 그렇다. 14세기의 페스트는 중세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하면서 봉건제 붕괴의 단초를 제공했다. 현대사 최악의 팬데믹인 스페인 독감은 세계적으로 5000만 명이 희생되면서 1차 세계대전 종결, 유럽의 몰락과 함께 미국의 시대를 열었다.      


최근 들어 인수공통 감염병(사스, 에볼라, 광우병, 조류인플루엔자)과 고병원성 신종 변이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감염병의 원인은 무엇일까. 결국은 인간의 욕심이 초래한 재앙에 가깝다. 인구 증가와 난개발이 부른 환경 파괴와 지구 온난화는 날로 심각해진다. 육류 소비 증가에 따른 공장식 사육방식의 확산은 생태계를 어지럽히면서 지구를 망치고 있다.


윌리엄 맥닐은 <전염병의 세계사>에서 두 가지 종류의 '기생(寄生)'을 말한다. 


미시 기생(微視 寄生)은 바이러스가 숙주(인간)에 기생하는 것이고, 인간 사이에 일어나는 거시 기생(巨視 寄生)은 지배계층이 힘없는 피지배계층을 '권력의 갑을관계'로 착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그들의 삶의 터전인 지구에 염치없이, 탐욕스럽게 기생하는 것은 아닐까. 부와 자본이 부른 개발 본능에 사로잡혀 쉴 새 없이 파헤치면서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 과연 기생 아니고 무엇인가.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닌데 말이다.





관광에서도 개발 과잉 문제는 심각하다. 


전 세계 유명 도시와 관광지는 ‘오버 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나의 '버킷 리스트'에 들어있는 페루의 마추픽추는 해발 2430m의 고원에 위치한 잉카의 고대 도시다. 연간 관광객이 170만 명을 넘어 가파르게 늘면서 최근 입장객 수를 제한하기로 했다고 한다. 1950년대 17만 명의 주민이 살았던 베네치아는 연간 방문객이 2800만 명에 달하면서 최근 인구가 5만여 명으로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관광은 사라졌지만 운하의 물은 맑아졌다고 한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삶과 관광이 어떻게 평화롭게 함께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이렇게 여행의 본질이 무엇인지 반성하게 한다. 


윤리적인 여행 소비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었다. 공정 여행이나 책임 관광, 지속 가능한 관광이 모두 그런 흐름에서 나온 이슈다. 결국은 지역 주민과 여행자, 환경과 생태계가 조화롭게 어울리는 게 중요하다. 관광의 모든 주체가 서로 상생하고 공존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제 주변에서 하나씩 실천해 보자. 거창하게 '지구를 돌본다'는 생각은 조금 먼 얘기 같다. 우선 여행하면서 그 지역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들여다보고 어떻게 하면 현명한 소비를 할 것인지 따져보는 거다. 일상에서는 친환경적으로 생활 습관의 변화를 주면 좋겠다. 그중에서도 식습관은 중요하다. 맛있는 치킨과 달걀 요리를 당장 끊을 수는 없지만 차츰 양을 줄여가면서 동물복지에 관심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가까운 데서 조금씩 환경을 생각하는 것이 결국은 지구의 평화에 기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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