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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Jul 31. 2021

날마다 여행하듯이 사는 4가지 방법

- 여행하는 일상을 살면 지금 여기서 행복해진다

일상은 큰 변화 없이 반복된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무의미한 시간 같다. 하지만 막상 일상이 깨지면 모든 게 불확실해진다. 재난이나 질병, 특정한 사건이나 사고라는 불청객으로 고통을 겪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루틴이 깨지면 외려 루틴이 그리워지는 법이다. 바로 요즘이 그런 시대 아닐까.


일상을 떠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라면 단연 여행이다. 여행은 따분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탈출이고 변화니까. 코로나 팬데믹으로 돌연 이동이 멈춘 순간, 우리는 절감했다. 역설적이게도 여행이 일상이었다는 걸 말이다. 도돌이표 같은 일상에 활력을 주는 여행도 사실은 우리 생활의 루틴이었던 것이다. 차이점이라면 조금은 이벤트성이고 비정기적으로 반복된다는 점이랄까.    

  

여행은 일상을 그림처럼 액자 속에 놓거나 보석처럼 세팅함으로써,
그 고유한 특성이 보다 뚜렷해진다.
여행은 일상에 선명한 윤곽과 예술적 의미를 부여한다.
- 작가 프레야 스타크




다시 그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은 무엇일까. 가까이서 여행하는 것처럼 살면 되는 거 아닌가.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을 설레는 여행 모드로 사는 방법에 관해 생각해본다.     


1. 웬만하면 걷는다. 맨날 그 길이 아니라 오늘은 다른 길로 돌아간다. 


모든 여행은 걷기에서 시작해 걷기로 마무리한다. 두 발로 땅을 딛고 걷다 보면 사람이 스치는 거리가 보이고 자연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걷기는 인간의 감각과 몸의 속도에 가장 잘 어울린다. 기차나 승용차, 비행기는 빠르고 편리하지만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가기 일쑤다.


걷기는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다. 운동이면서 여행이다. 파워워킹도 좋지만 여행자라면 느긋하게 걷는 걸 추천한다. 매일 지루해지는 똑같은 길 대신에 낯선 길로 한 발자국 내딛는 게 여행이다. ‘코로나 블루’라는 무기력증을 탈출하려면 작은 변화를 시도해보자. 지름길이 아니라 새로운 길로 돌아가는 거다. 어제 이 길로 갔으면 오늘은 다른 샛길이나 골목길에 들어서 본다. 뜻밖의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여행의 매력은 의외성과 우연성이다. 일상에서 느끼는 이런 자잘한 놀라움이야말로 여행이 주는 선물이다.     


나는 골목길 여행을 즐긴다. 새로운 곳, 색다른 가게를 발견하는 것도 재밌다. 어떤 길은 포근하고 사람 사는 온기가 느껴져 기분이 좋아진다. 평일엔 안국동이나 삼청동 길, 종로 5가 쪽으로 자주 걷는다. 낯선 골목길을 일부러 찾아 들어가 본다. 주말에는 부부가 함께 걷는다. 동네 주변을 산책하거나 장보기 삼아 전통시장을 들르기도 한다. 공기가 맑은 날이면 서대문 안산과 인왕산의 자락길을 즐겨 찾는다.      


서울 시내 길을 걷다 우연히 만난 풍경. 가끔 막다른 골목길을 만나기도 한다.


2. 날마다 오늘의 관찰 포인트, 여행 주제를 정한다.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먼저 오늘의 관찰 포인트를 생각한다. 바로 그날의 여행 주제다. 일상의 루틴이 반복되면 누구나 비슷한 생각, 비슷한 기분에 빠지기 쉽다. 스마트폰만 뒤적일 게 아니라 사람들과 거리를 관찰하는 것이다.

     

특정 색깔, 특정 자동차, 특정 패션을 눈여겨보는 건 어떨까. 더운 여름이라면 시원한 하늘색인 '스카이 블루' 콘셉트로 여행을 해보자. 그런 색깔의 차와 패션을 찾아보는 거다. 그리스 산토리니의 그림 같은 풍경과 지중해 푸른 바다를 상상하면서 말이다.


상점가를 지나치면서는 재미난 간판을 눈여겨본다. 기발한 발상으로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그런 집이 있다. 나중에 한번 가봐야지, 하고 점찍어둔다. 그날의 주제 가게를 찾아보는 것도 재밌다. 카페, 술집, 점집, 자기 이름이 상호로 들어간 집 등등. 내가 평소에 관심 있는 주제일수록 그날의 일상 여행이 설레고 흥미로워진다,      


오늘의 주제는 술집이다. 종로 젊은이 거리의 술집들, 언제쯤 한번씩 가볼꺼나


3. 먹는 시간에는 맛집 기행을 떠난다.


가끔은 많은 사람이 찾는 ‘뜨는 거리, 새로운 맛집’에 가보는 것도 좋다. 최신 유행과 트렌드를 살펴보고 체험하는 장점이 있다. 소셜미디어로 검색하면서 요즘 사람들의 취향은 어떤 건지 확인하는 것도 흥미롭다. 뜨는 거리가 아니어도 요즘엔 세계 여러 나라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맛집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단골집이냐, 새로운 맛집이냐, 어떤 메뉴를 거를거냐를 고민하다 보면 자신의 식성과 취향도 분명히 알게 된다. 나는 사실 단골집을 선호하 안정형에 가깝다. 부부가 비슷하다. 메뉴가 그리 까다롭진 않다. 우리는 종종 감한(?) 시도를 한다. 새로운 곳을 고르는 일은 약간의 리스크가 있지만 기대와 호기심도 따른다. 변화를 주면 의외의 소득도 얻는다. 인생이 걸린 큰 건수도 아닌데 뭐 어떤가. 잘 건지면 새로운 단골이 되고, 그렇게 단골집이 늘어가는 재미도 쌓인다.     


종로3가역 익선동에 가면 일본 가정식, 방콕 맛집부터 불란서식 비스트로와 이태리 총각도 만날 수 있다. 망원동 티라미수가 유럽의 요리 강국 사이에서 의연하게 자리를 지킨다.


4. 미디어를 통해 여행을 경험하면서 '찐 여행'을 준비한다.


요즘 같은 시대엔 간접 경험도 좋다. 언제든 내가 원할 때 집구석, 방구석에서 여행을 즐길 수 있어서다. 여행지 현지에서 가이드가 실시간으로 여행을 안내하는 '랜선 투어' 상품이 인기다. 내 방에서 노트북을 켜면 여행 시작이다. 시원한 치맥과 함께면 금상첨화. 나도 바르셀로나, 피렌체, 베네치아 등 몇 군데 여행했는데 가성비도 좋고 나름 여행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가장 손쉬운 건 역시 독서다. 근처의 서점을 찾아가 피서를 겸하면서 책을 골라 본다. 정기적으로 서점을 방문하면 새로운 트렌드를 아는 데도 도움이 된다. 방송 프로그램은 비주얼 장착으로 만족감이 배가된다. 국내 방방곡곡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많다. 내가 가장 애정하는 건 <한국기행>이다. 호젓한 산골이나 바다, 소박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어 마음이 푸근해진다. <세계테마기행>이나 <걸어서 세계 속으로(걸세)>를 역주행하며 해외로 날아가기도 한다. <걸세>는 흥겨운 오프닝을 보기만 해도 콧노래가 나오면서 여행 기분에 빠진다. 멋진 여행지의 풍광이 금방 눈앞에 펼쳐지는 마법을 경험한다.    

  

한태주의 오카리나 연주곡(물놀이)으로 시작하는 <걸세> 오프닝

https://youtu.be/AA6LvVzfNFg


브런치의 여행 글도 즐겨 찾는 메뉴다. 시간이 날 때마다 여러 작가들의 생생한 여행기를 맛볼 수 있다. 언론사, 포털사이트와 SNS에서는 여행지와 숙박업소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는다. 코로나가 물러간 이후 가고 싶은 곳의 리스트가 벌써 수북하다.        

   



여행은 여행자와 낯선 풍경의 조우에서 시작한다. 익숙한 곳을 떠나 처음 만나는 장소에서 느끼는 설레는 감정과 경험이 여행의 본질이다. 작가 폴 볼스는 “최고의 여행기의 주제는 작가와 장소 사이의 갈등이다.”라고 했다. (폴 서루의 <여행자의 책>).   

   

낯선 장소에서 느끼는 생경한 기분을 '갈등'이 아니라 '유쾌한 체험'으로 바꾸어나가는 것, 이것이 여행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일상의 소소한 순간마다 여행의 이런 자잘한 기쁨을 만들어나가면 행복은 커진다. 일상을 여행처럼 사는 건 지금 여기서 시작된다.



 


* 표지 사진은 서대문구 안산 자락길의 메타세쿼이아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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