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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한강공원① 도시의 무대가 되는 순간

케이팝데몬헌터스 드론쇼로 읽는 여의도의 역동성

by Nak

2025년 11월 15일 밤 7시 30분


여의도 한강 공원은 사람들로 붐비는 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날은 케이팝데몬헌터스 드론쇼가 여의도 한강 공원에서 펼쳐지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서늘한 강바람이 불어오던 그날 저녁, 마포대교 아래 유람선 선착장 주변은 마치 거대한 콜로세움의 경기장처럼 재미있는 볼거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가만히 서있으면 등 뒤에서 떠밀려오는 압박감, 아이들 손을 꼭 잡은 부모들의 얼굴에는 피곤함과 함께 기대감이 서려있었고, 영상 촬영을 위해 자리 선점을 시도하는 젊은 커플들과 케이컬쳐를 사랑하는 외국인들이 뒤섞인 이질적인 분위기까지. 이 모든 풍경이 여의도 한강 공원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kpop.jpg 여의도 한강공원을 케이팝데몬헌터스로 수놓은 수천대의 드론들

7시 45분.

중앙 행사장에서 드론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렬 횡대와 종대로 나란히 늘어서, 마름모꼴로 진형을 포진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2천대의 드론이 한꺼번에 하늘로 솟구쳐 올라 케이팝데몬헌터스의 장면들을 하나씩 연출해내기 시작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그 거대한 연출은 드론 기술의 절정이었다. 장가계의 절경 경치를 기술로 구현한듯한 중국의 드론 산업의 발전 속도가 눈앞에서 체감되었다. 그리고 그 기술은 케이컬쳐와 만나, 또 다른 장가계를 구현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케데헌 인물들이 하나씩 나타날때마다 아이들은 소리를 질렀고, 외국인들은 "Oh my god"을 외쳤다. 젊은 커플은 서로의 어깨를 감싸며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것은 단순한 드론쇼가 아니었다. 중국 장가계에 가면 그 절경을 보고 절로 외침이 나오게 된다. 드론과 케이컬쳐의 만남은 새로운 장가계의 절경을 우리에게 선보였다. 그리고 여의도 한강공원은 그 절경의 중심지가 되었다.


여의도는 역사적으로 원래 이런 공간이 아니었다. 그저 강과 도시 사이에 끼어 있는 거대한 빈 땅이었고, 봄이면 벚꽃축제가, 여름이면 수상 공연이, 가을이면 불꽃축제가 열리는 곳 정도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그 인식은 이미 옛날 이야기다. 지금의 여의도는 명백히 서울에서 '이벤트가 가장 많이 열리는 공원'이며, 이 도시가 스스로를 드러내는 가장 화려한 무대이다. 이날의 드론쇼 역시 그 큰 흐름의 일부일 뿐이었다.


그 큰 흐름의 가장 대표주자는 바로 매해 개최되는 한화 서울세계불꽃축제일 것이다. 이 불꽃 놀이 축제는 매년 9월 말~10월 사이에 열리는 서울시의 대표적인 불꽃놀이 행사이다. 불꽃축제가 열리는 날 여의도는 말 그대로 도시의 맥박이 가장 빠르게 뛰는 서울의 심장이 된다. 행하가 시작하기 몇 시간 전부터 평소에는 인적이 드문 마포대교와 원효대교에는 인파가 몰린다. 평소에는 여유롭던 나의 평화로운 동네의 도로는 차로 휩싸이고, 강변 산책로는 발 디딜 틈이 없다.


늦게 온 사람들은 돗자리 하나를 펴기 위해 수십 분을 헤매야 하고, 강가를 따라 이동하는 것 자체가 지하철 9호선을 타는 것 같이 느껴진다. 만약 평일에 9호선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은, 이날도 출근하늘 날 볼 수 있었던 광경을 강변에서도 보게 되어 PTSD가 올 것이다. 그리고 강물 위에서 불꽃이 터지는 순간, 이 도시의 모든 이목이 63빌딩을 중심으로 한 여의도로 향한다.


여의도 한강공원이 만들어내는 이 압도적인 장면들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선다. 그것은 서울이라는 도시가 무언가를 기념하고, 보여주고, 나누고 싶은 순간이면 언제나 여의도로 향하는 문화적·도시적 본능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왜 하필 여의도 한강 공원일까?


한강에는 11개의 공원이 있다.


이 모든 공원 중, 왜 여의도만이 이토록 유난히 사람을 끌어모으는가? 왜 벚꽃은 여의도에서만 피는 것 같고, 불꽃은 이곳에서만 터지는 것 같고, 새로운 케데헌 드론쇼는 언제나 여의도를 배경으로 삼을까?


그 이유는 단순히 도심과 가깝기 때문도 아니고, 공원이 넓어서도 아니다. 여의도라는 공간은 태생적으로 행사가 열리는 공간으로 설계되었고, 어느 순간부턴 시민들이 그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 공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즉, 여의도는 도시의 일상과 비일상, 기능과 감정이 가장 빠르게 교차하는 서울의 중심 무대로 성장해온 것이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체감으로 알 수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데이터를 열어보는 순간, 여의도 한강공원이 가진 독보적인 위치는 감정이 아니라 숫자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 5년간 서울 열린데이터 광장의 '한강공원 이벤트 개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여의도 한강공원은 다른 공원 대비 *연간 행사 비율이 3배 이상 높은 유일한 공원이었다.


*연간 행사 비율: Proxy 데이터 활용(한강 공원 주차장 일별 이용/한강 공원 방문자 월별 이용자 수)

출처: 서울 열린데이터 광장


서울 열린데이터광장에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공개된 월별 방문자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10월과 4월처럼 대형 이벤트가 열리는 시기에 여의도 한강공원 방문자 수는 평소 대비 극단적으로 상승한다.


예를 들어 팬데믹 시기로 외부 활동이 줄어들었던 2020~2021년 시기를 제외하고, 2022년 10월 여의도 방문자는 100만명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4월과 10월처럼 대형 이벤트(벚꽃놀이, 서울 세계불꽃축제)가 열리는 시기에 여의도의 방문자 수는 평소 대비 수 배 이상 폭증했기 때문이다.


1) 4월/10월 뚝섬/망원/반포/여의도 한강 공원 방문자 수(2020~2023년)


반면 연중 평균 방문자 규모로 보면 뚝섬이 꾸준히 50~60만명대를 유지하며 절대적 1위를 차지한다. 뚝섬이 항상 붐비는 공원이라면, 여의도는 특정 순간 도시의 에너지가 폭발하며 수치가 수직 상승하는 공원이라는 사실이 팬데믹 이후 데이터에서 더욱 뚜렷해진다.


주차장 데이터도 같은 결을 보여준다.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 2022~2025년 누적 주차량만 따로 계산해도 여의도는 여전히 전체 공원 가운데 가장 높은 값을 기록하며, 반포의 약 1.3배, 뚝섬의 2배 수준이다. 이는 여의도가 ‘가볍게 산책하러 들르는 공원’이 아니라, 차를 끌고 목적을 가지고 오는 방문이 집중되는 이벤트형 공원임을 보여준다. 드론쇼, 벚꽃축제, 불꽃축제 같은 특정 이벤트가 열리는 순간마다 서울의 인파가 가장 강하게 몰리는 공원은 결국 여의도라는 사실이, 정상화 이후의 데이터에서 명확하게 증명된다.

뚝섬/망원/반포/여의도 한강공원 주차대수


여의도가 이런 독특한 패턴을 보이는 이유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 구조적 관점에서 보아도 여의도는 한강공원 중 가장 행사 친화적인 입지를 갖고 있다. 금융지구와 국회의사당, 방송사 밀집 지역이라는 특성상 평일과 주말의 인구 구성이 확연히 달라지고, 지하철 5호선·9호선·여의나루역이 삼각형으로 배치되어 있어 대규모 유동 인구를 흡수하기 쉬운 구조다. 여기에 마포대교와 원효대교, 서강대교의 접근성이 더해지면서, 서울 서부·서남권·경기 서부에서 유입되는 인구가 가장 먼저 만나는 한강의 관문 역할을 여의도가 맡게 되었다.


이 말은 곧, 평상시에는 비교적 여유 있게 머무는 사람들이 공원을 채운다면, 특정 이벤트가 열리는 순가에는 훨신 많은 사람들이 짧은 시간 안에 몰려들었다가 빠르게 빠져나가는 패턴이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실제로 2025년 10월 19일 종이비행기 축제, 11월 15일 드론쇼가 열린 날의 데이터를 보면, 주차장에 들어온 차량 수는 평소의 두 배 가까이 치솟지만 평균 체류 시간은 오히려 직전 며칠보다 낮게 기록된다.


돗자리를 펴고 반나절씩 눌러앉는 피크닉 인파가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맞춰 공연과 이벤트를 보고 빠르게 자리를 비워주는 회전형 관객이 여의도의 주된 이용자가 되는 것이다. 단지 더 많은 사람이 왔다는 차원을 넘어, 공원이 하나의 공연장처럼 작동하는 순간, 여의도는 산책의 공간이 아니라 거대한 야외 스테이지로 기능하게 된다.

여의도 한강 공원 주차장 사용 차량 수 및 체류 시간


내가 한강 공원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로 여의도 한강 공원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우리집과 가장 가까운 공원이라서가 아니다. 여의도라는 장소가 서울에서 가지는 상징성은 그 무엇보다 특별하다. 대한민국이라는 가장 역동적인 나라에서, 그 역동성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한강과 맞닿은 여의도다.


"여의도는 서울의 모든 이야기가 모이는 곳이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우리는 지금부터 여의도 한강공원의 땅과 역사, 그리고 이곳을 거쳐 간 사람들의 삶을 천천히, 그러나 깊게 들여다보려 한다.


※ 본 글의 분석에는 서울 열린데이터광장 및 패턴 스튜디오(Pattern Studio)의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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