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데이 경로 재탐색
Prologue :: 에브리데이 경로 재탐색
Unlucky : 불행한, 불운의
이따금씩 찾아오는 불행을 외면할 수 있을까
늘 행운이 가득하기만을 바라며 살았다. 지금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니 네잎클로버만 사랑했지 Unlucky라는 단어 따위는 쳐다도 안 봤다. '불행한, 운이 나쁜' 같은 부정적인 단어를 3초 이상 바라보고 싶지 않다. 무조건 행복만을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 절대 불행해서는 안된다는 강박. 그러다 문득 나는 불행하면 절대 안 된다는 강박에 집착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 순간도 불행하면 안 된다는 강박이 나를 더욱 Unlucky 한 상황으로 몰고 있던 게 아닐까. 무수한 변수로 가득한 세상. 인생에 당연한 기본 값이란 어쩌면 없을지도 모른다. 기쁨, 분노, 슬픔, 우울감 등 세상이 내 삶에 부어내는 수많은 사건과 감정들을 피해 갈 요량이 있을까. 유난히 시리게 느껴졌던 작년 가을의 출근길, 너무도 애정하는 아티스트 아이유의 신규 앨범이 발매됐다. 나는 특히 그녀가 직접 쓴 가사들을 매우 좋아하는데 가만히 읽다 보면 시 한 편을 보는 듯 특유의 색깔이 있다. Unlucky의 가사는 눈을 감으면 칠흑같이 어두운 암흑 속에서 시신경을 자극하며 팡팡 터지는 푸른 네온사인 빛깔 같았다.
길을 잃어도 계속 또각또각 가볍게 걸어.
무릇 ‘길치’란 실제로 그 길을 찾고자 하는 의지가 아무리 넘쳐도 도통 제 방향을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을 뜻한다. 마치 나처럼. 세월의 흘러 나이만 먹었지 아직도 삶이라는 미로 속에서 미취학 아동 마냥 수시로 길을 잃곤 한다. 언제쯤 어른이 될 수 있는 걸까. 성격이 급한 나는 사회 속에 빨리 뛰어들고 싶었고 자리도 빨리 잡고 싶었다. 그 후의 일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조급히 먹었던 마음은 마치 삐뚠 동그라미처럼 어느 길을 들어서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난 나의 보폭으로 갈게
불안해 돌아보면서도
별 큰일 없이
지나온 언제나처럼
남들보다 반 걸음은 더 빨리 걷고 싶었던 나에게 나만의 보폭은 없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불행한 일이 닥치면 당황하고 주저앉아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내가 직접 털고 일어날 의지가 없는데 누가 도와줄 수 있을까.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역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럴 땐 숨 한번 깊게 들이마시고 툭툭 털고 일어나서 네비 언니의 멘트처럼 '경로를 재 탐색' 해야 한다. 내가 길을 잃었던 것이 단지 내가 Unlucky 해서였을까? 나에게 다가오는 행운 그리고 불운 모두 그저 일어난 일이며 그걸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내 눈앞의 현재가 달라진다. 불운이 있어야 행운도 행운이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늘 급하게 걷는 나는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출근길의 생각이 떠올라 의식적으로 ‘또각또각’ 천천히 걸어본다. 그마저도 넘어지지 않으려는 어리숙한 걸음. 행운도 불운도 그냥 모두 받아들이자. 물론 이렇게 생각한 지 5초도 안지나 또다시 내 감정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을거다. 이 어리숙한 걸음은 언젠가 또 잘못된 길에 들어서고 미끄러운 땅 위에 또다시 꽈당하고 넘어질지도 모른다. 그럴 땐 볕이 들고 땅이 마르길 기다렸다가 다시 딛고 일어나면 된다. 나는 자주 울고 웃으며 그 과정을 배워간다. 나만의 보폭으로 '경로를 재 탐색' 하는 과정이 그야말로 녹록지는 않겠지만 오늘도 매일 같은 길을 반복해 걷는다. 기꺼이 휘청 거리면서. 하루쯤은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어쩌면 나름대로
더디게 느림보 같은 '지금 이대로'
괜찮은지도 몰라.
난 나의 보폭으로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