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에 아이랑 캠핑을 갔다가 우연히 들른 카페 앞에 300년 된 느티나무를 보게 되었다. 한참을 이곳에서 머무르다가 사진을 찍어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 보다가, 또 생각날 때 작은 손바닥 만한 노트를 꺼내서 조금씩 그림을 그렸다. 한 번에 그림자 한 부분, 한 번에 줄기 하나씩 그리다 보니 오래 걸렸다. 예전 같았으면 앉은자리에서 다 그렸을 텐데 이제는 그러질 못한다.
한편으로는 부지런히 이런 나무들을 찾아 사진을 찍고 마구 그려내고 싶은 마음이 저 깊숙이 일어나곤 하면서도 그 마음은 며칠이 아니라 단 몇 분이면 사그라들고 온갖 다양한 것들에 시선과 집중을 잃어버린다. 이런 번잡한 상황 속에서도 불구하고 얼마나 걸렸든 이렇게 결국 블로그에 걸 수 있게 되었으니 그것으로 흡족해야 한다.
위안삼을 만한 것이라면 이렇게 조금씩 그리면 그만큼 긴 시간 동안 음미하면서 나무를 지켜볼 수 있었다는 거다. 이런 나무를 지켜본다는 건 뭐 별다른 상념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와 이렇게 큰 나무라니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지켜보게 되고 숙연해진다. 그런 데다가 나무줄기 틈 하나하나를 그리고 있으면 지저분한 잡념과 생각들을 잠시나마 떨치고 그냥 쓱싹쓱싹 하는 소리에 묻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림을 그린다기보다는 명상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