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장자의 꿈, 지지자
장자의 나비. 꿈. 호접지몽. 나비의 꿈. 일장춘몽
저는 장자의 구운몽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위의 단어들은 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단어이자 제 삶의 영감이 되는 이미지들입니다.
그래서 나비도 좋아하고 나방(?도 좋아합니다. 그냥 좋아하는 것을 넘어 수집미학처럼 나비를 보관하는 것도 좋아해요. 채집을 넘어 수집.. 조금 그로테스크 한가요? 생물학적으로 나비라는 개체에 대한 재미도 항상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에 많이 등장하는 나비가 굉장히 자연스럽게 느껴져요. 왜냐면 그는 이상주의자에 미치광이 화가였으니까요. 그의 삶이 얼마나 파란만장했으며 그의 그림이 얼마나 파격적인지 저희는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기 때문에 몰라요.
시계가 흘러내리는 고전 그림 때문에 그는 오히려 고리타분하게 느껴지거든요. 전혀 그런 인물이 아닌데..
하지만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제가 모네와 고흐, 야수파 화가며 다양한 군상의 화가들을 사랑하고 있을 때 살바도르 달리는 어쩐지 심심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를 떠올리면 흘러내리는 시계밖에 떠오르지 않았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어느 날은 아니고 꼭 가고 싶던 스페인을 가서 가우디의 생애와 작품들을 보며 그와 함께 했던 살바도르 달리에 대해서도 혁명적인 인식의 변화가 생깁니다.
그가 얼마나 재치 있고 순수하고 기발했는지.. 이제는 알아요.
그 흘러내리는 시계가 표현하는 것이 단순히 지루한 시간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우리, 인간의 삶의 허무와 화살같이 지나가버리는 인생을 녹여내었다고 지금은 믿어요. 그것이 바로 그가 생각하는 초현실주의적인 표현인 거예요.
그렇게 하고 다시 보니 그의 작품이 모두 환상적이게 느껴졌습니다. 아 이것이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세상이구나. 눈속임을 가장한 많은 의미가 그의 작품 속에 녹여져 있다는 사실을 드디어 깨달은 것이에요. 저는 이제야 그의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그와 진정으로 소통했다는 것이 아닐까요? 물론 그는 이미 이곳에 계시지 않지만 그 사상과 같은 곳을 향하는 이상으로 유대를 느끼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그가 어디에 등장하고 어떤 콜라보를 이제와 하더라도 저는 그것에 감탄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지요.
살바도르 달리에 관한 평가는 아직도(? 분분해요. 그가 정말 천재였던 건지 미친 허세남이었는지에 대해.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듯이 천재와 바보는 늘 한 끗 차이이고 그 한 장 차이의 미세한 디테일이 거장을 만들고 때로는 쓰레기를 만들게 하죠.
한국에는 이런 말이 있죠. 유명해지만 똥을 싸도 그걸 예술로 알아준다. 얼핏 맞는 말 갖기도 하고 굉장히 재미있는 속담(?인데 그 말은 그만큼 개인이 가진 영혼의 힘이 강해지면 그가 하는 행보와 행위에 막강한 동기부여가 된다는 말이겠죠. 그래서 우리는 그 개인의 이면까지도 이해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아마 한국에서 그리고 저의 세대에서(아마도)는 앤디워홀이 그런 인물이지 않을까 싶어요. 하지만 사실 매 세대마다 그런 문제아들이 있었고 그 문제아들 중에 극소수가 바로 거장이 되고 대가가 됩니다. 그 성장환경에서의 미세한 변화가 그들을 피어나게 하고 지게 하죠.
때로는 스스로 잠재력을 가진이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서포트해주는 가족, 스승 혹은 친구가 있었을 거예요.
가우디에게 든든한 조력자이자 친구로 있었던 살바도르 달리처럼..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지지자가 될 수 있기를. 힘들고 잠재력이 있지만 어린 디자이너라 아직은 개발되지 않은 친구들, 혹은 예술가를 후원하고 그들의 친구가 되어 그들이 하는 일이 더 넓게 인정받을 수 있게 심적 지지자가 되고 싶습니다.
많은 누군가가 스치듯이 저에게 해주셨던 것처럼요.
많은 디자이너 친구들이 하는 말이 있어요. 자식을 낳는다면 절대 디자인은 안 시키겠다고(? ㅎㅎ 귀엽죠? 근데 이게 다만 디자인이나 예술에 국한된 일은 아닐 거예요. 그만큼 자기의 업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사람은 그 길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선뜻 추천할 수 없죠.
누군가는 배부른 소리다 싶을 수도 있겠지만, 부모마음이라는 게 그렇잖아요.(물론 저는 무자식상팔자입니다)
하지만 저는 달라요.
저는 미래의 가까운 이가 디자인을 하고 싶다면 응원해 줄 거예요. 좋은 방향으로 가이드를 해주고 꼭 그 디자인이 아니더라도 연관되고 피어날 수 있는 방향이 있다는 걸 알려줄 거예요. 빵부스러기 놓아주듯이요.
남편이랑 가끔 하는 말이 있어요. "공부 잘해봐야 뭐하겠노 대기업이나 가겠지(웃음)" 누군가에겐 웃지 못할 일화일 수도 있겠지만 이게 사실 슬픈 일이에요. 정말 뛰어난 전문가들이 그저 대기업의 노예로 전락하고 자신의 진짜 아이덴티티를 실현시키지 못하고 자본주의의 태평양에서 희생되어 가고 있거든요.
많은 의사 직종에서도 일어나는 일이죠. 성형외과 자본에 밀려 외과, 응급실이나 산부인과나 소아과가 입지가 좁아지는 일이...
저는 제 주변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국제학교나 대안학교가 많아지는 것은 저는 좋은 신호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는 문제아적 집단처럼 보이겠지만.. 저는 그런 시설이 필요했어요. 연약하고 소심하고 그렇지만 꿈만큼은 담대했던 어린 미아들에게요.
오늘도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또 제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럼 살바도르 달리의 명언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글귀로 오늘의 글 마무리 짓겠습니다.
-살바도르 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