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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uka Azusa Sep 13. 2019

폭풍우가 치는 밤에 #1-08

Chapter 1. 동쪽에서 손이 오면 서쪽에서 귀인이 찾아오고

  화평이 말한 주술의 원리는 의외로 간단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일종의 장삿속과 비슷한 원리라는 화평의 말에 길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술의 원리는 복잡한 듯 하면서도 간단하다. 먼저 자신에게는 작은 것이지만 상대에게 요긴한 것을 바친다. 그 작은 것을 대가로 조금 더 큰 것을 얻는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차차 반복하면서 한 번 성공한 주술을 점점 더 키워나간다. 명확한 대가를 바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삿된 것들은 자신들이 손에 넣을 수 없던 것을 얻기 위해 자신들을 알아보는 인간에게 지속적으로 접촉한다. 얻고 싶은 것이 있으니 서로가 유착한다. 이제 사람을 죽여 대가를 바쳤으니 저 쪽에서 값을 치를 차례가 남았다. 지금부터의 문제는 '무엇을 얻으려 하는 것인가'를 알아야 한다. 그것을 알면 지금 이 사건으로 사이비 종교에 대한 경계와 정보수집이 극에 달한 경찰 공권력의 구성원인 길영이 정보를 고르고 정리하는 것이 쉬워진다.

  "내가 말하고 싶은 본론은 이 미친 짓을 한 범인을 잡는 거지. 알잖아."
  "이제 저는 감응을 막 하는 영매가 아니라구요. 우리 큰 누님 강신무한테 너무하시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거야. 알잖아."
  "지푸라기라. 지푸라기 잡을 바에는 쳐들어 가는게 내 적성에 맞는데."
  "야 윤화평. 그건 내가 할 말이거든. 지푸라기가 아니라 머리채 잡아 쳐들어가자는 거지."
  "두 사람 다 너무 위험한 일에 머리 들이밀고 그러지 마요."
  "너도 이미 들이민 거 아니야? 마태오 신부님, 동료는 막 버리고 그러는 거 아닌데......"

  준호가 윤의 걱정을 썰어버리면서 능숙하게 배를 깎아 접시에 올리기 무섭게 길영이 조각을 집어들었다. 와사삭 소리를 내며 녹는 달달한 배에 그녀의 표정이 잠시 풀어졌다. 윤은 그제서야 제 머리를 감싸쥐었다. 박일도를 잡을 때는 위험하니 아닌지를 따지기 전에 그저 모두가 제 한 몸 사리기 전에 달려들기 바빴지만 지금은 길영과 화평 두 사람을 잃는 것이 두려워진 겁 많은 인간 최 윤이 남아 있었다.

  [야 임마. 이럴 때는 그냥 같이 싸우러 가는 거야, 등신아.]
  "............"
  [너 혼자 희생한다고 끝나는 거 아니다. 네가 희생하면 너 혼자 죽고 네 가족한테 그 큰 마음의 상처를 줄텐데. 그거 버틸 수 있어? 아직 못 깨달은 모양이면 우리 초등부 성도님들 교리 가르치듯이 주입시켜 줄까?]

  준호가 어느새 배를 다 깎고 빛과 같은 속도로 윤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길영은 준호의 폰을 보고서 저게 무슨 구시대의 유물이냐며 기겁을 해댔다. 화평도 그녀와 같은 생각인지 신부님들 월급이 박봉이지 그래, 하며 짠하게 눈만 끔벅이자 고개를 들어올린 준호가 해맑은 얼굴로 누가 더 빨리 타이핑하나 내기 하실래요? 하고 말하려는 중간에 윤이 저 분위기도 모르는 주둥아리를 속으로 외쳐며 그의 입을 막았다.


   아무리 화평의 신당에서 머리를 맞대어도 나오는 결론이 애매모호 했다. 차라리 김 서방이 바다에 빠트린 모래알을 찾는 것이 빠르지 않을까. 길영이 우는 소리를 내었다. 그 흔한 머리카락 하나 지문 하나 나오지 않은 현장에서 나온 증거물들만 해괴함의 극치를 달렸다. 길영은 이미 사고회로가 펑크가 난 건지 바닥에 드러누워 버렸고 윤과 화평, 준호만 사진을 보고 보고 또 보고 있었다. 화평은 제 몸 속의 해신이 피비린내 나는 것을 어서 저리 치우라는 걸 살살 달래는 내적 대화를 하면서 사진을 검토하기에 바빴고 윤과 준호는 화평의 아이폰을 빌려 처음 보는 언어를 뒤지면서 해독하는 것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중국어는... 扭欢你十八代祖宗. 정리하면 너희들의 18대 위의 선조의 영혼을 전부 묶어 가두리라."
  "중국어는 용케도 잘 하시네요."
  "읽어주면 잘 알아들어. 우리 큰 고모님이 중국어 교사신데 회화도 못 하면 체면이 안 서지."
  "이쪽 일본어는... 저 말 안 하면 안될까요? 이건 진짜 아닌 거 같습니다."
  "야 최 윤 뭐 얼마나 심하길래 그래. 그냥 내가 느끼기에도 이거이거 기운이 요사한 문장이긴 한데 뭐라도 한 자 더 알아야지 우리가. 일단 들어나 보자, 응? 뭐라도 좀 더 알자!!!"
  "강 형사님 귀 좀 잠시만 가려주실래요?"
  "야, 내가 너희보다 나이가 두 살이 더 많아, 두 살이!!! 무슨 내외를 하고 지랄이야 지랄은!!!"
  "아니, 제 양심이... 그래도 신부인데 차마 양심이 있어서......"

  무슨 유리 세공 심장도 아니고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악령을 만나면서 온갖 잔인하고 험한 꼴이며 부마자의 욕이란 욕은 다 들어본 사람들 뿐인데 뭐가 그리 부끄러운 거인지 윤은 땅을 뚫고 사라질 기세였다. 제 부탁으로 모여 모두가 사건의 실마리를 찾던 중인 상황이니 전원이 머리를 짜내도록 같이 정보를 공유해야 할텐데 윤이 귀와 목까지 새빨개져서는 너무 부끄러움을 타면서 고뇌를 하는 것을 보니, 어쩐지 여리디 여린 소녀 하나를 희롱한 동네 총각이 되어버린 개떡 같은 감정을 느낀 길영이 귀를 막고 팽 돌아 누웠다.

「阿婆擦が股割を産み、股割は四つ足を産み、アヤメを咲かせる」
      (추히 늙어 헤픈 여인이 가랑이가 쪼개진 것을 낳아, 그것이 네 발 달린 것을 낳고, 붓꽃을 피워낸다.)
  "그게 무슨 뜻인데."
  "아니, 이게... 아바즈레(阿婆擦れ)까지는 어떻게 듣겠지만... 와타마레(股割れ)는......."
  "뭐가 어떻길래 이게 이 난리야... 아. 야. 설마 이거 한자, 야야야....."

  준호가 일본어 문장 중간중간의 한자를 대충 읽다가 식겁한 표정으로 길영을 돌아보았다. 등을 돌린 길영이 몰라서 다행이다, 라는 표정을 한 준호가 저한테만 귓속말로 말하라고 하자 윤이 그래도 선배라고 그에게 뜻을 말하자 그의 표정이 싸악 식으면서 썩어갔다. 화평이 저만 따돌려지는 것 같아 뭐냐뭐냐 성화를 부리자 준호가 윤의 해석을 속닥속닥 토스했고 그 뜻을 들은 화평의 표정은 아주 더 경악을 하면서 썩어갔다.

  "우리 해신님이 귀 부정 탔다고 이 짓 한 것들 전부 싸그리 명계에 갖다 던지라고 하신다."
  "......일단 다른 거도 더 찾아 봅시다. 어쩌면 다른 나라 말들끼리 다 맞춰 넣으면 문장을 이룰지도 몰라요."

  생각치도 못 한 문장에 충격을 받은 세 남자가 이런 걸 길영이 알아서 좋을 것이 없다며 화르륵 타오르기 시작했다. 대학 문턱은 커녕 박일도를 쫓느라 고등학교도 다 마치지 못 한 화평까지 스마트폰으로 외국어와 씨름을 할 정도였으니. 그렇게 타오르는 남자들 뒤에서 길영은 어느새 부지런하게도 일어나 제가 나설 일이 생길 때 까지 설거지와 청소를 하고 있었다. 어휴 얘들아, 다 들리게 말하면 뭐하냐. 강력반 형사로 살면서 별의 별 일을 다 겪은 길영이라 그 문장이 내심 심한 말이라고는 생각해도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런 말 하나 보고서는 제가 들으면 안된다고 지켜주려 하고 모두가 같이 공분하며 화를 내는 걸 보니 역시 좋은 남자는 이미 유부남이거나 게이라는 말에 이제는 신부와 무당까지 추가해야 하나 고민하는 그녀였다.

  한참 동안 머리를 싸매던 세 남자가 테이블 앞으로 엎어지듯 쓰러졌다. 찢어지고 탄 부분이 있는데다 워낙에 악필인지라 괴발개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부분이 더 많았다. 그나마 한자는 정해진 획이 있어 이 괴발개발 더미 속에서 알아보기 쉬운 것이라는 사실이 더욱 그들을 절망스럽게 만들었다. 어찌어찌 화평이 아랍어로 추정되는 글씨가 아닐까 했던 것들은 키릴 문자인지 그리스 문자인지도 구분이 쉽지 않았다.

  "알아 낸 거라도 모아보자. 아까 그 문장이 '네 발 달린 것을 낳는다'고 하지 않았어?"
  "그러게요. 네 발 달린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짐승을 말하는 표현이 많지요."
  "뭐야. 사람이 그럼 짐승을 낳았다는 건가 그럼...?"
  "증거물 중에서 짐승 뼈가 있었는데. 그거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거 아닐까요!???"
  "뭐야 뭐야. 너네들 뭐 좀 알아낸 거 있어???"

  눈을 빛내며 달려온 길영에게 어디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갈등하는 윤과 화평을 두고 준호가 이상한 주문에서 짐승 이야기도 나오고 증거품에서는 뼈도 나왔으니 혹시 동물을 숭배하는 사이비 종교가 있지 않았냐는 말에 후다닥 에코백에서 수첩과 파일을 꺼내온 그녀가 와. 한 자리에 종교인을 셋이나 모으니까 어떻게 실마리가 잡히기는 했네, 세상에. 하는 감탄사와 함께 세 사람에게 얇은 파일을 내밀었다.

  "풍산개교...? 이거는 또 무슨 개 떡 같은 사이비야. 이름 붙이는 센스가 바닥이네."
  "뭐 풍산개가 지네 뭐시기나 그거인 듯 해. 이게 무슨 사건이냐면 14년에 이 풍산개교라는 사이비 종교 신도라는 여자가 자기 본적지도 아닌데 이 사이비가 다른 지방에서 운영하는 기숙시설에서 살면서 자기 아이를 학대 치사로 죽인 사건이 있었어. 문제는 3년이나 흐른 17년이 되어서야 미취학 아동 전수조사에서 이 아이가 자기 주소지도 아닌 그 기숙시설 근방에서 백골화가 된 시신으로 발견 된거지. 한 때 전국이 다 뒤집어지고 진짜 초등학교 입학대상자들 대상으로 한 나절만 애가 안 보여도 집중 단속 대상이었어. 그런 상황이 언론을 타자 전국 동사무소부터 교육부에 경찰들까지 진짜 다들 미쳐 돌아가게 조사했더니 이런 사이비 종교 관련은 아니라도 유괴나 납치, 학대로 죽은 아이들이 더 나와서... 후우. 그 해 봄은 다시 생각해도 끔찍하다, 진짜."

  길영의 설명은 이러했다. 사이비 종교에 환장한 아이 엄마가 사이비가 운영하는 공동 기숙 시설에서 살면서 아이도 같이 그 곳에서 살게 되었는데, 아직 만 세 살 밖에 안 된 아이가 정상이 아닌 사이비 종교 신도들과의 집단 생활에서 불안 증세를 보이며 원래 잘 가리던 대소변을 가리기 힘들어 하고 집에서보다 밥투정도 매우 심했다고 한다. 심히 변해 버린 환경 탓에 조금 정도는 심했을지도 모르나 그 정도의 행동은 보통의 가정에서 자라는 어린 아이에게 있어도 간혹 보이는 증상인데, 같이 생활하던 다른 신도가 그런 아이에게 악마가 들렸다며 아이를 때려 죽이고 아이의 친엄마는 사체 유기와 훼손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게다가 아이를 죽인 주범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상고했으나 당연히 기각을 당했고, 교도소에 가서도 악마를 죽였다고 당당해 하다가 재소자들에게 린치를 당했다. 거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세 남자의 표정이 참담하게 굳어갔다.

  "클라이브 바커의 소설 '피그 블러드 블루스'도 아니고 이런 일이 진짜 세상에 있었다니..."
  "아가토 신부님 뭔데요, 그건 또."
  "고아원 원장이 돼지가 신이라면서 애들을 돼지 먹이로 주는 호러 소설. 결말이 좀 이상해서 말이 많았었지 아마. 결말이 신으로 모셔지던 식인 돼지랑 먹이로 바쳐진 소년의 영혼이 뒤바뀌었던, 가.....?"
  "준호 신부님 책 취향이 왜 그러세요."
  "담임 신부님 아시면 난리 납니다. 적당히 하세요."
  "아이 왜 나는 여기 와서도 구박데기야..."
  "...짐승을 낳고, 붓꽃이 피어난다. 세상에 없는 아름다움이 피어난다."
  "세상에 없던 아름다움??"
  "붓꽃이 만발한다는 비유는 일본에서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아름다움을 비유한 것을 말합니다. 정확하게는 아름다운 매춘부가 가득한 유곽을 향한 표현이예요. 지금처럼 화학 염색이 보편화 되지 않았던 근대시대까지 가장 비싼 염료인 보라색 비단을 몸에 걸칠 수 있던 사람은 고위 귀족이 아니면 몸값 비싼 기녀들이었으니까."
  "으아. 어렵다, 어려워. 다른 글은 무슨 언어인지 받아 적기도 힘들어서 해석도 안 되고..."
  "짐승을 낳는다는 의미가 큰 의미일까?"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번지고 뭉개지기는 했지만 알아볼 수 있게 적은 문장이니까요."
  "강 형사님. 사건 현장에 있던 짐승 뼈는 무슨 동물이었어요?"
  "아. 이번에 나온 거? 토끼랑 강아지래. 각각 두 마리씩."

  서로가 아는 지식 안에서 온갖 추측과 가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머리를 쓰는 타입이 아닌 화평이 가장 먼저 쓰러지며 엎어졌다. 길영이 아까 전에 펑크상태가 되고 난 후 이제는 화평마저 펑크가 나고 말았다. 길영이 해신님에게라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화평이 굿 값 없이 움직이는 신은 없다며 백기를 들었다.

  "야, 최 윤. 아까부터 말하는 붓꽃이 그런데 어떤 꽃이야? 그게 그렇게 예뻐???"
  "글쎄요. 지금의 미의 기준에서 보면 미묘할걸요. 축 늘어져 흐느적 거리는 보라색 나비 같기도 해요. 사람마다 아마 느끼는 점이 다를 거 같은데 무더기로는 조금 그래도 한 송이만 있으면 그래도 뭐."
  "으으음... 어떻게 생긴지나 보자. 봐야지 알지."

  길영이 스마트폰을 들어올려 검색을 하자 난초같은 잎에 윤이 말한 표현 그대로의 꽃들이 나오자 묘하게 그녀의 표정이 굳어갔다. 길영의 반응을 본 준호가 슬쩍 화면에 머리를 들이밀었다가 그녀와 같은 표정이 되었고 두 사람이 이게 뭐냐는 듯 원망하는 눈으로 윤을 바라보았다. 뭐 이런 꽃이 어디를 봐서 세상에 없는 아름다움이야. 세상에 얼마나 예쁜 꽃이 많은데 이걸 아름다움이라고 인식하면... 묘하게 굳어가는 그녀를 보던 윤이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래도 향은 좋아요. 화분에 난초처럼 한 송이만 있으면 확실히 예뻐 보이기도 하고, 라며 그가 열심히 붓꽃에 대한 변호를 해 줄 때였다.

  "나 이 꽃 그런데 어디서 본 거 같지 왜."
  "봄이 제철이라 자생하는 것도 있고, 종에 따라 꽃이 작은 애들은 향이 좋아 꽃집에서도 많이 팔아요."
  "아니, 최근에. 최근...... 봄에 핀다는 꽃을 이 계절에 내가 어디서 봤더라..."

  그 순간 길영이 스스로의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기억의 조각을 잡느라 머릿속이 분주해졌다. 요즘 세상에 봄 꽃이라고 하더라도 온실에서 키우면 피지 못 할 일은 없다고 하지만 비용 탓에 제철의 꽃을 보는 것이 쉬운 편이다. 그런 붓꽃이 낯설지가 않다라. 자신이 가져온 사진들부터 파일을 전부 뒤지던 길영이 하, 하고서 웃으며 파일을 하나 더 옆에 던져두었다. [화훼온실 대마 불법재배]라고 적힌 글자부터가 섬뜩했다.

  "이건 사이비 종교랑은 크게 상관 없을 거 같은데. 그래도 모르나."
  "대마면... 마약 아닙니까?"
  "응 맞아. 이게 야산 깊은 곳에서 자생하는 것도 있어서 그런 거 파와서는 몰래 키우는 인간들도 있고. 특히 시골이 그런게 더 해. 순찰 인력도 부족하고 낙후된 병원시설 탓에 어르신들이 진통제로 쓰는지라."
  "아직도 낙도 같은데 가면 그런 일이 더러 있어. 7, 80대 노인분들이 양귀비 두어 송이 키워서 약으로 쓰고 그런 거. 육지서 배는 못 뜨고 사람은 넘어가면 그런 거라도 쓰는거지..."

  파일을 한 장 두 장 넘기던 길영이 사진을 상 위에 펼쳤다. 온실 가득한 보랏빛 꽃 너머로 엄청난 양의 대마를 키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시 외곽에 떨어진 곳에서 온실용 꽃만 키우던 업체가 야생 대마를 엄청나게 불려 판매했는데 온실 내부 규모만 해도 워낙 장난이 아니라 잡지 못 했으면 큰일이 났을거라 했다.

  "그런데 고 선배는 이거 보고 창포라고 그러던데..."
  "엥? 뭐래요 이 누님이. 창포는 이렇게 안 생겼는데? 창포꽃 못 생겼어. 강아지풀 같은데. 잎만 문질러도 향이 나서 딱히 꽃에 집착하는 풀도 아니고. 헤헤. 우리 길영이 누님 도시 여자라서 야생 꽃은 잘 몰랐....컥."

  괜히 길영을 놀리려다 명치를 주먹으로 맞은 화평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우리 해신님이 화라도 내시면 어쩌려고! 하는 화평을 조용히 노려봐 준 길영의 눈빛에 깨갱하는 강아지마냥 그가 윤의 눈치를 보자 지난번과는 다르게 윤은 제 기다란 다리를 뻗어 화평이 도망갈 구석을 막아버렸다. 배신감을 느낀 듯한 표정으로 화평이 그를 바라봤지만 모른 척 고개를 돌리는 윤도 제 가족 앞에서는 능글맞고 뻔뻔한 구석이 있었다.

  "일단 의심가는 건 다 뒤져보자. 사진은 두고 갈게. 혹시 뭔가 이상한 거 떠오르면 가르쳐 줘."
  "에엑. 우리 신당에는 두지 마. 해신님 화내신다고. 최 윤 신부님아, 이거 다 가져 가."
  "알았어요. 가방에 막 담기는 그러니까 담아 갈 봉투나 좀 줘 봐요."

  적당히 늦은 시간이 되어 어지러진 거실을 하나, 둘 정리하고 술판을 벌이려는 와중에 길영의 휴대전화가 미친듯이 울기 시작했다. 워낙에 요상한 사건이라 화평에게 자세하고도 길게 묻기 위해 내일까지 비번을 낸 길영이었다. 윤과 준호도 미리 외박 허가를 받아 둔 상태라 아까 시장에서 사 온 마른 안주거리에 맥주라도 마시려던 차에 울리는 착신음 소리에 일행 모두가 길영의 손에 들린 전화를 주시했다.





결국 우리 파워레인져의 즐거운 뒤풀이는.........(아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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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桃華 明寿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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