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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uka Azusa Sep 13. 2019

폭풍우가 치는 밤에 #1-10

Chapter 1. 동쪽에서 손이 오면 서쪽에서 귀인이 찾아오고

  "야. 윤화평. 너 지금 무슨 소리 하는건지 알고 있냐?? 이 사건이 지금 연쇄살인을 넘어서 사이비가 학살을 저지은 건 아닌가 싶은 판국에 지금 뭐? 세상에 없다니 호적에도 없는 사람들도 저기 있다 뭐 그런......"
  "저기 있는 사람 말고요, 얘만 그런 거인ㄷ... 최 윤!!!!!"
  "야, 마태오!!!!!!!!!!"

  화평이 발로 아이를 밀치자 준호가 황급히 윤의 후드티 뒷목을 잡아채 제 쪽으로 세게 당겼다. 윤의 목을 물어 뜯으려던 아이가 걷어차이면서 그를 놓치자 짐승 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다시 달려들었다. 눈 앞에 펼쳐진 상황에 놀란 길영이 아이의 발을 걸어 넘어뜨린 다음 재빠르게 수갑을 채웠다. 저에게 안겨 등산로까지 올 때만 해도 얌전하던 아이가 제 목을 물어 뜯으려 했다는 사실에 가장 많이 놀란 것은 윤이었다.

  "향유에도 성수에도 반응하지 않았었는데... 어째서,"
  "그야 '이 것'은 부마자가 아니니까."

  등산로 중간에서 길영과 화평을 만나기로 통화를 끝내었을 때, 아이의 처참한 몰골을 본 준호와 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지고 있던 향유와 성수로 아이의 이마와 손목에 부마자 특유의 반응이 없는가를 확인했었다. 오히려 아이는 향유에서 나는 은은한 향을 맡자 배시시 웃어 보이며 향유가 묻은 윤의 손을 가지고 손장난을 쳤기에 윤도 안심하고 아이를 안고 있었다.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준호가 꺼림칙한 표정으로 아이의 곁에 가려하지 않기에 그저 아가토 형제님의 비위가 약한가 보다, 짐작하고서 칼보다 매섭다는 겨울바람에 혹여 추위에 몸이라도 더 상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품에 아이를 더 꼭 안고 있었던 윤이었다.

  그렇게 곱게 웃던 아이가 한 짓이 도저히 머리로 이해가 되지 않아 멍해진 윤의 목과 뺨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이를 억지로 떼어내는 도중에 손톱에 긁힌 것이었다. 보통 손톱에 할퀸 상처는 살점이 뜯어지기 마련인데 예리한 날붙이에 베인 듯이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길영이 악다구니를 쓰는 아이를 향해 폭력을 쓰지 못하고 겨우 억누르고 있는 것을 본 준호가 그녀를 도왔다. 아이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닌듯 했다. 마치 맹수가 짖는 듯한 고함소리에 모두가 얼굴을 찌푸렸다. 귀 속이 얼얼할 정도의 고성이었다.

  "꾀여 나가 떨어지지 마, 마태오 신부님."

  화평이 윤의 어깨를 팍 치고서 길영과 준호에게 붙잡힌 아이의 위에 올라탔다. 한 줌도 안 되는 아이의 목을 잡은 화평의 하얀 눈이 물빛으로 반짝이며 맑은 여인의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무고(巫蠱)로구나, 독한 것. 여리지만 독한 것. 그래, 너로구나."
  "크아아악!!!! 크아악!!!! 캬아아아악!!!!"
  "고독염매(蠱毒厭魅)라 했지, 널 만든 놈이 삿된 것으로 내 눈을 가리고 숨긴 것이 너로구나, 아가. 해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짐승아, 이를 어쩌누. 내 종이요 제자는 그리 만만한 그릇이 아닌 것을!!!"

  고운 여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지자 다른 세 사람의 몸이 움츠러 들었다. 깊은 밤 조용한 산 속에서 울리는 맑은 여신의 목소리에는 하늘의 무게 같은 위압과 바다의 깊음 같은 신성이 서려있었다.

  "초귀파(草鬼婆)도 아닌 것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을 만들었구나. 삼사고(三尸蠱)의 눈을 가진 고동(蠱童)아. 사람의 태를 빌어 낳은 탯줄 없는 짐승아. 독한 기운에 썩은 살과 피를 모두 품어 금잠고(金蚕蠱)가 되었으니 초라한 신당안에서 그저 재물을 가져다 주는 허주로 남아 있어야 했을 터인데 어찌 자유를 얻었느냐. 네가 감히 사람의 육신부터 혼까지 해하고도 신들의 눈을 피해 무사하게 남을 줄 알았더냐!!!"

  아이의 표독스러운 눈이 여기 저기를 둘러보다 길영에게 퉤, 하고 침을 뱉자 화평이 그녀를 발로 차 옆으로 넘어뜨렸다. 어이가 없어진 길영이 화평에게 소리를 지르려다 아이의 침이 떨어진 흙바닥이 썩어 들어가는 것을 보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짙은 녹색으로 눈을 번득이는 아이가 이번에는 준호를 노리려 했지만 정신을 차린 윤이 아이의 머리를 무릎으로 잡아 고정하고서 아이의 입 안으로 성수에 적신 손수건을 밀어넣었다.

  "성 미카엘 대천사여 싸움 중에 있는 저희를 보호하소서......"

  윤이 묵주를 잡고 성 미카엘 기도문을 외우자 준호도 옆에서 같은 기도를 복창하며 윤의 주머니에서 향유를 꺼내 아이의 이마에 십자가를 그렸다. 신의 표식에도 아이가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자 윤이 조금 남아있던 성수를 죄다 아이의 몸으로 끼얹었지만 그 어떤 반응도, 현상도 일어나지 않았다. 당혹스러웠지만 화평이 홀로 싸우게 둘 수는 없었다. 방금 전 길영의 일로 아이의 침이 위험한 물질임을 확인한 윤은 손수건을 뱉으려는 아이의 턱을 잡아 입을 벌리지 못하게 막으며 화평의 공수를 듣고 있었다.

  "존재 자체가 섭리를 벗어난 이매망량(魑魅魍魎)이요, 깨달음이 없어 신성과 순리와 이치를 알지 못하여 귀(鬼)도 될 수 없음이니. 네 존재의 의미를 모르는 괴이하고 망측한 짐승아, 어찌 감히 네가 사람의 모습을 빌었느냐. 사람에게서 났다 하여 사람은 아닌 법. 감히 이런 네게 사람의 거죽을 준 것이 누구일까..."

  화평의 속사포 같은 공수에 정신이 번쩍 든 길영이 다시 아이의 팔을 붙잡았다. 아이의 이마 위에 손을 얹고 잡아 누르며 눈을 마주한 화평이 접신한 채로 어미가 아이를 달래듯이 속살이며 공수를 이어갔다.

  "나는 태고에 있어온 큰 물의 현신이요, 모든 생명의 시작을 지켜보았느니. 나는 선도 악도 성도 마도 천 길 아래 품어 다시 비가 되고 샘이 되고 생명이 되도록 품는 자. 네 몸 속의 피마저 물이라면 내 말에 답하라."

  온 몸을 뒤틀던 아이가 해신의 외침에 기절하듯이 넘어가며 의식을 잃었다. 샤워기라도 갖다댄 듯 아이의 머리가 물이 뚝뚝 흐르도록 젖어 있었다. 말랐던 피가 다시 녹아 흐르는 머리에서 바다내음이 흘러나왔다.



 .. . .. . .. . .. .
  화평의 주장도 주장이지만 윤과 길영이 위험에 처했었기에 기절한 아이를 급한대로 노끈과 수갑으로 묶은 다음 입에는 손수건을 물렸다. 일단 현장으로 돌아가기는 힘들다고 판단한 길영이 차를 가져오기 위해 먼저 산을 내려갔고 남겨진 세 사람은 등산부터 접신에 지쳐 흙바닥에 털석 주저앉았다. 화평에게 휴대전화를 돌려 준 윤이 초조해하는 얼굴로 머리를 감싸쥐었다가 풀다가를 반복했다. 길영도 윤도 아직 2년 전의 끔찍한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기에는 너무 이른 것인지도 몰랐다. 화평도 그랬다. 단지 화평은 작금의 상황이 박일도라 불렸던 악령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알기에 조금 침착해진 것 뿐이다.

  "저 애는 도대체 뭐야? 형사님 진짜 큰일 날 뻔... 아니, 사람 맞아 쟤? 침? 침 맞지 그거???"
  "침이 아니고 독이예요, 독. 맞으면 살이 썩고 녹아서 큰 일 나는 거."
  "부마자 특유의 반응이 나오지 않았어요, 마치 그 때 처럼...... 설마 저 어린 아이가,"
  "아니야, 아니야. 그런 게 아니고. 애초에 부마자가 아니야. 빙의였으면 차라리 속이 편하지."
  "부마자가 아닌데 아이가 몸에 독을 품고 그런다고요?"
  "...무고(巫蠱)라는 게 있어. 나도 이번에 실물을 봐서 확실하게 알게 된 거지만."
  "무고?"
  "다른 말로는 고독(蠱毒)이라고도 하고. 보통 쓰이는 그 뜻들이 아니라 독을 품게 만드는 저주야."

  고(蠱)라고 불리는 주술. 중국에서는 마신 치우(蚩尤)의 후예들인 묘족들이 쓰는 주술이라 알려진 것으로 예로부터 악독한 술사와 무당들이 만들어 왔던 것이라 한다. 나면서부터 독을 품은 짐승과 벌레들을 항아리 안에 넣고 봉해 서로가 서로를 죽여 단 하나가 남을 때까지 기다리는 주술. 살기 위해 온갖 독충의 살점과 독을 삼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것이 품은 독은 절대 풀 수 없는 독이라 하자 윤과 준호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흙도 녹인 침이 길영에게 닿았다면... 독과 저주가 엉킨 흉은 결코 나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을 것이다.

  "성수에도 축복 받은 향유에도 반응이 없었는데 그게 가능합니까?"
  "보통 무고가 아니라 금잠고예요, 저 아이는. 아름답고 깨끗하며 향기로운 것을 좋아해서 제 주변이 더럽거나 부정한 것을 못 참아요. 아마 저 아이를 저렇게 만든 누군가가 이미 화를 입었을 거예요."
  "저런 존재가 악령이 아니라고요?"

  준호가 성물에 영향을 받지 않았던 아이에 대해 의문을 표한 것에 화평이 답하자 준호와 윤이 동시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사탄이 맑고 고운 사람의 영혼을 타락시키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건 천주의 아름다운 피조물을 '망치는' 것에 그들이 쾌락을 느끼기 때문이지 그런 것들을 그들은 굳이 즐기지는 않는다. 설사 재미로 즐기다가도 종국에는 그것들을 파괴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기에 신의 이름으로 부정한 것을 몰아내는 성수나 성물을 그런 식으로 향유할 수는 없다.

  "신부님들에게 살갑게 굴었던 것은 그래서일거예요. 부정한 것을 뒤집어 써서 짜증나는데 성직자가 둘이나 와서 신성함이 깃든 맑은 물로 닦아주고 좋은 향이 나는 것도 제 몸에 발라주고."
  "그래서 잘 해주는 마태오에게 얌전히 있었구나...... 난 그냥 쟤를 보고만 있어도 이상하게 속이 토할 것 같이 울렁거리고 답답하고 턱턱 막히는 느낌이 들어서 곁에 안 갔거든요."
  "잘 하셨어요. 만드는 법이 잊혀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실체를 보는 것은 처음이라."

  화평이 준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깊은 한숨을 쉬며 아이의 옷을 걷어올렸다. 판판하다 못해 갈비뼈가 보이게 마른 아이의 배에는 배꼽이 없었다. 화평이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제 머리를 감쌌다.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뭐라뭐라 혼잣말을 하는 화평을 보던 윤이 문득 찾아드는 불안감에 그의 어깨를 잡아 돌렸다.

  "그럼 저 아이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
  "윤화평. 대답 해. 지금 무슨 생각 하고 있어."
  "내가 무얼 하든, 혹은 이 일이 어찌 되어도 '저 것'은 살지 못 해. 죽은 사람을 천도해서 주술이 풀려도 죽고 저 것을 만든 놈이 잘못해서 주술이 뒤틀려도 죽어. 애초에 사람이 아니라 염라의 명부에도 없는 것을 날 더러 어쩌라는 거야!!! 나도 이제는 귀신 들린 '사람'은 살릴 수 있어, 그게 사람이면!!!!!"

  어깨를 파고 드는 고통에 화평이 윤의 손을 내쳤다. 손 끝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윤이 숨을 삼켰다. 그 아픔보다 자신이 화평을 믿지 못 했다는 사실이 더 윤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화평이 또 다시 스스로를 희생할까봐, 뒤도 안 보고 손도 닿지 않는 곳으로 사라질까 하는 두려움이 온 몸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무슨 악마 못 잡아서 애도 죽이는 미친 놈이겠냐?"
  "그런 거 아닙니다."
  "알아, 안다고!!!! 너 또 내가 스스로, 아오 진짜 씨발 누가 저딴 거를 만든거야!!!!!!!!!"
  "야이 골치덩어리들아!!! 시끄러우니까 빨리 타!!!"

  길영이 제 차를 몰고 와 손짓하자 준호가 제 감정을 서로 못 이기는 윤과 화평의 뒷덜미를 잡아 뒷좌석 쪽으로 끌고 갔다. 서로가 서로를 노려보다 윤이 앞좌석으로 가려하자 준호가 아이를 안고 와서는 윤에게 안기고서 재빠르게 조수석에 올라탔다. 길영이 빨리 안타냐고 호통을 치자 그제서야 두 사람이 차에 올라탔다.

  "야, 윤화평. 아까 그 까마귀는 일단 니가 실으래서 차에 실었는데 어쩔거야."
  "불에 태워야지요. 일단 신당으로 돌아가요. 경찰이 있으니 한동안 범인이 학교에는 손을 못 댈 테니까."

  액이 옮지 않도록 화평이 부적을 붙여둔 까마귀가 실린 트렁크가 덜커덩 거리는 소리를 내며 산길을 빠져나갔다. 고 형사가 길영을 찾는 전화를 걸자 길영이 다른 쪽으로 범인을 찾아보게 본청으로 간다는 핑계를 대며 전화를 끊었다. 겨우 한 숨을 돌린 네 사람을 실은 차가 다시 화평의 신당을 향했다.



 .. . .. . .. . .. .
  화평이 신당으로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기절한 아이의 몸에서 옷을 잘라내 벗겨 부적을 붙인 후 까마귀의 사체와 함께 태우는 것이었다. 아이를 안고 있던 윤의 옷 여기저기에도 독에 당해 알 수 없는 탄 자국이 남았고 화평은 윤의 옷을 벗겨가면서 그의 얼굴을 향해 제 추리닝을 던져주었다. 졸지에 길영 앞에서 속옷 바람으로 서 있어야 했던 윤이 황급히 손님방으로 들어갔다. 길영이 볼 것도 없다고 빽 소리를 치자 얼굴이 토마토처럼 시뻘개진 채 급하게 들어가느라 문지방에 발이 부딪혀 윤이 억 소리를 냈다.

  "진짜 볼 거 없는 거 아니잖아요. 전에는 종이인형이더니 지금은 잘 빠졌구만."
  "윤화평 너는 이 상황에서 농담이 나오냐?"
  "......농담이라도 해야지 어쩌겠어요. 저도 머리가 아파 죽을 거 같은데."
  "이게 무슨 환장쇼 파티도 아니고..."
  "화평씨는 이제부터 어떡하실 생각이세요. 저랑 마태오 신부가 성당에서 성물을 챙겨와서 구마예식을 할 수 있지만, 아이에게서 부마자 특유의 반응이 없어서는 예식이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준호 신부님께서도 제 이야기를 믿지 못 하시겠지만, 저 아이는 사람이 아니예요."
  "윤화평. 진짜 너는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누님은 박일도를 봤을 때도 처음에는 안 믿으셨잖아요."

  화평의 대꾸에 길영이 정말 환장하겠다는 듯 마루가 내려 앉을 듯 쾅 소리가 나게 드러누웠다. 아프지도 않은 것인지 색색대는 숨소리만 들려오자 그녀의 행동에 깜짝 놀란 준호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사람이 한 짓이면 사람이 매듭이라도 지을 수 있잖아요. 누님, 나는요."
  "...말 하지 마. 윤화펴,"
  "나는 저 천 길 물 속에서 그 것이 다시 나를 죽이려 올까, 하는 건 두렵지 않아요."
  "윤화평!!!!"
  "다시 누님이랑 최 윤을 해치면 어떡하지. 내 목숨으로도 막을 수 없으면, 그런 걱정이......"
  "...화평씨? 제가 한 대만 칩니다. 주님, 부디 제 죄를 '둘 다' 사하여 주시옵소서."

  화평의 넋두리가 이어지는 와중에 준호가 훅 치고 들어오듯 예고를 하더니 성호를 긋고 나서 커다란 손으로 화평의 등을 풀 스윙으로 내려쳤다. 엄청난 소리도 소리지만 길영의 등싸대기와는 차원이 다른 고통에 화평이 그녀가 누워있는 옆 자리에 쓰러져 쿨럭쿨럭 거리자 길영이 퍼뜩 일어나 화평의 등을 쓸어주었다. 이제까지 조금 덤벙대는 듯 해도 유순해 보이던 준호가 버럭 화를 내자 길영도 놀라고 말았다.

  "진짜 듣자듣자 하니까 마태오 저거도 그렇고 니도 그렇고 못 하는 소리가 없다?"
  "...최 신부님?"
  "다들 뒤진다 뒤진다 그런 말을 뭐 그렇게 쉽게 하고 지랄이야!!!"
  "아니 준호, 신부님께서 뭘 아신.. 다고,"

  껑충 소매가 들린 화평의 옷을 갈아입고 나온 윤이 준호의 막말과 마루에 쓰러진 화평을 보고 준호를 말리기 위해 서둘러 마당으로 나와 그의 팔을 잡자 준호가 윤의 손을 팍 털어내듯이 내쳤다.

  "뭘 알아요? 아니 그럼 뭘 알아야 말을 하나? 대하드라마를 시리즈로 찍었거나 말거나. 죽는다는 소리를 그렇게 쉽게 해? 살았으면 감사해. 희생한 사람 대신 다시 또 뒤진다 뒤진다 그러면 누가 좋아한대? 최 윤 이 새끼야, 너도 똑같아. 진짜 내가 잘못해서 사과했지만 신부 서품 받고 주님의 종으로 살아야 하는 놈이 죽네마네 하는 게 아주 시건방이 하늘을 찌르네. 내가 아니라 주님이 오셔도 등싸대기 맞을 짓을 하고 있어......"

  제 성질을 못 이기고 할 말을 해 버린 준호가 아직 깨어나지 않은 아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이가 소란스러움에 스르륵 눈을 뜨자 준호가 아이에게 다가갔다. 옷을 입히지도 못 해 화평의 낡은 점퍼 하나 덮고 있는 아이가 준호의 눈을 마주하자 다시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할 수 있는 걸 하자고요, 지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최 윤이나 윤화평 혼자가 아니라."
  "아가토 신부님......"
  "나도 있고, 형사님도 계시잖아. 사람이 넷인데 뭐가 되어도 되겠지."





그래요. 파워레인져는 넷이죠. 우리 모두는 혼자가 아니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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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桃華 明寿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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