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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uka Azusa Sep 13. 2019

폭풍우가 치는 밤에 #1-16

Chapter 1. 동쪽에서 손이 오면 서쪽에서 귀인이 찾아오고

  많은 피를 토한 탓에 상태가 좋지 않아 우선 병원으로 후송된 범인의 상태는 심각했다. 이송 중에도 몇 번이고 구급대원들을 때리고 치면서 토혈을 해서 진정제를 강제로 주사하고 나서야 검사를 진행했다는 고 형사의 말에 길영은 걸게도 욕을 했고 화평의 미간에 설풋 주름이 졌다. 그녀의 전신에 가득한 긁힌 상처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다발성 장기 내출혈 때문에 살 수 있을지에 대한 예후를 짐작할 수 없다고 하는 의사의 말에 복도에서 대기하던 경찰들의 한숨이 들어찼다. 체포한 범인이 사망하면 공소권이 전부 소멸하기 때문이다. 

  미친 여자가 화평을 보고 나면 가만히 있을까. 화평은 왜 이 여자를 만나겠다고 고집을 피웠고 저는 그 말도 안 되는 화평의 고집에 져주고 있는가. 고 형사의 협조를 받아 병실에 들어서자 정신병원에서나 볼 법한 스트레이트 재킷(구속복)을 입힌 모습에 길영이 이마를 짚었다. 화평은 아무 그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보다가 안대를 벗었다. 진주빛으로 깊게 차오른 눈동자가 범인의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그녀가 번쩍 눈을 떴다.

  "......초귀파가 너였구나."
  "크크큭, 음란한 화랭이가 감히 어디라고 내 앞에 서 있누."
  "거 참. 내가 색을 밝힐지 아닐지 네가 어떻게 알아. 모태솔로구만."

  화평의 얼굴에 짜증과 화가 묻어났다. 비록 단공이라는 이름으로 음의 세계에 산다 해도 무(巫)를 추앙하는 수도자다. 몸을 정갈히 하고 끊임없이 신과 자신을 맑게 하는 고행과 기도를 올려야 한다. 그 것이 힘들기에 다른 신이 하나 둘 이 땅을 차지하면서 사람과 사람을 잇는 무는 저 멀리 잊혀져갔다. 이승과 저승을 잇는 이들의 명맥이 끊겨 길을 잃은 산 자와 죽은 자는 통함을 잃었고 그 끊어짐의 실낱을 가진 자들은 이제 극소수다.

  "무당이라 함은 서로 사맞지 아니한 계(界)에서 사람과 사람의 말을 전하는 일이니 화랭이라 부르지 말지? 왜 무당이 제 이름에 사랑채를 뜻하는 당(堂)을 쓰겠어. 법칙을 이해하며 법도를 지키며,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사랑채가 되는 이를 말하니까 그런 거야. 사람 잡아 먹는 초귀파 따위가 감히 나를 욕 보이고 거 참. 내가 그래도 깨끗한 청백지신(淸白之身)이라고. 진짜 무당도 아닌 할매가 왜 자꾸 해신님 심기를......"
  "감히 사내의 몸으로 여귀(女鬼)를 맞아들여 받은 주제에, 윽... 으윽......"
  "나에게서 비롯된 미물이 나를 알아보지 못하니 어찌할까. 이 자리에서 죽여주랴. 네가 감히 나를 천한 귀라 부르느냐. 법칙을 깨달았으면서 보이지 않는다 하여 어찌 믿지 아니하는 우(愚)를 범하느냐."

  화평의 목소리가 단번에 변하더니 해신의 맑은 목소리가 울리자 바다 내음이 이내 안개를 몰아오며 병실 안에 가득 찼다. 공기가 아닌 물로 폐가 들어차는 감각에 길영도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 

  "아가씨. 내가 더 숨을 조여도 버틸 수 있겠어?"
  "......저 깡 아니면 벌써 죽었어요."
  "그렇지? 이제 내 검을 그만 돌려주시게나. 내 제자도 참 자기를 소중히 하지를 않으니 원."

  온화하게 미소짓는 화평에게 다가간 길영이 재킷 안주머니에서 장도를 꺼내 공손히 건네자 그 칼을 뽑아 든 화평이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로 짙게 깔린 안개를 갈랐고 그 틈으로 맑은 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날이 지나는 선에서 흐르는 물이 얇은 비단 같은 면이 되어 바닥을 적실 듯 쏟아지면서 안개가 엷어져 갔다. 흐르던 물은 다시 솟구쳐 허공으로 올라 부드럽게 방향을 틀었다. 춤을 추는 무희의 손 끝에서 휘날리는 사(紗)가 흩날리듯 돌던 물줄기가 화평의 몸 주변으로 모여 항성을 흠모하는 위성처럼 감겨 들어 흐름으로 멈추었다.

  "우리 아가씨는 나를 믿지 않아도 괜찮아.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할까."
  "큰, 큰 신이... 어째서."
  "허나 너는 아니다. 타락한 암무이(*무당을 속되게 부르는 말)야. 신성이라 함은 선에서 의미를 찾는 법. 신을 능멸하고 사특한 것을 섬기는 것아. 권능이란 너의 것이 아니다."
  "네가 그저 그릇이 큰 것 뿐이지 않느냐. 너도 네 것이 아닌 것을 품은 주제에... 크큭, 힘이 있으니 네 마음대로 할 수 있지 않느냐? 쉽게 그 힘을 잡은 주제에... 나는 내 힘으로 신을 만들었다, 내 힘으로!!!"

  윤화평의 짧다면 짧은 삶, 혹은 길다면 긴 서른 네 해에 저주보다 더 고통스러운 천형(天刑)이었던 그의 생을 기억한다면 그 누구도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길영이 화를 억지스럽게 삼키는 와중에 허공을 흐르던 물이 한 순간에 터지며 범인의 머리를 내리치자 길영이 화평을 말리기 위해 다가가려다 땅에 못이라도 박힌 듯 움직일 수 없는 다리에 고통스러워 했다. 공기 중을 감도는 분위기가 이상해 길영이 화평의 얼굴을 자세히 보자 접신하며 눈동자 색이 변했던 그의 눈에서 맑은 빛깔의 푸른 물빛이 빠져 본래의 흰 빛깔이 드러나 있었다. 해신이 아니다. 화평이다. 사고를 치고 있으니 평소처럼 그의 이름을 볼러야 했다. 제가 짜증스럽게, 혹은 엄하게 이름을 부르면 그가 누나 누나, 하면서 애교를 부리며 올 것 같았다. 그래야했다. 온 몸이 가위 눌리듯 짓이겨지는 고통 속에서 길영이 쥐어짜는 목소리로 화평의 이름을 몇 번이고 불렀다. 윤화평, 윤화평... 화평아. 화평아, 화평아...!!! 길영의 외침이 화평에게는 닿지 않는 듯 손에 들려있던 해신의 장도를 바닥에 버린 화평은 피가 올라 붉은 빛을 띄는 흰자위로 범인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이 물에 잠겨 죽어버려. 다시는 이승으로 돌아 올 수 없도록 그 혼도 뭉개주마. 그깟 것이 뭐라고 아직 더 창창하고 곱게 빛날 생명들의 혼(魂)과 백(魄)과 신(身)을 부수고 부정하게 더럽히고 취해. 너 같은 것 때문에, 너 같은 것 때문에, 너 같은 더러운 것 때문에!!! 분노와 울음에 뭉개진 발음이 병실을 가득 채웠다. 범인의 머리를 내리쳤던 물줄기가 다시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그녀의 코와 목으로 꾸역꾸역 밀려들어갔다. 익사라도 시키겠다는 듯 엉키던 물줄기가 풀린 것은 화평이 뒷덜미가 낚아 채여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진 순간이었다. 해신과 화평의 신기에 가위가 눌려 온 얼굴에 시뻘겋다 못 해 시꺼멓게 피가 몰린 길영이 악착같이 바닥을 기어가서 화평을 잡아 끌어내려 기어이 그의 폭주를 막았다. 세 사람의 몸을 적시던 물줄기는 어느 사이엔가 흔적도 없이 기화되어 사라자며 바다내음만을 남겼다. 화평의 눈에서 붉은기가 도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잡았잖아, 네가 잡았잖아, 윤화평. 네가 다 한거야. 네가 더 큰일이 벌어지기 전에 구한거야......"

  기진맥진한 화평은 꾸역꾸역 눈물만을 쏟아냈다. 해신의 분노보다 더 큰 분노가 마음속을 소용돌이 치던 순간, 물을 다루던 것은 해신이 아니었다. 강제로 밀어 젖히듯이 해신을 밀어낸 것은 자신이었다. 화평은 제 신을 몸에서 몰아낼 정도로 분노했다. 영매라는 이유로 천대 받고 멸시 받다 못 해 제 가족을 모두 잃었다. 제 가족 뿐일까. 화평의 그릇을 탐내어 제 몸뚱아리 하나를 빼앗겠다던 악령은 무고한 사람들마저 죽였다. 죄를 지은 제 몸이 역겨워 그 목숨들의 무게를 전부 지고 죽고자 했었다. 이렇게 끔찍한 일은 제 생에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바랬다. 그렇기에 화평은 저와 같은 처지의 서윤이 애틋했었다. 서윤의 모자란 눌림굿 삯을 육광에게 낸 것도 그였다. 저와 같은 아픔을 그 누구에게도 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폐에 물이 차고 눈 안으로 소금기가 들어 차 안구가 오그라드는 고통 속에서 몇 번이고 올린 기도는 그저 단 하나. 내 이 악마의 관이 되게 하시옵고 그 누구도 더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지 않기를. 부디 나를 잊고 윤과 길영은 웃으며 살아주기를. 타인의 한을 파고 들어 그 가여운 혼들의 이름마저 가로채간 악령을 묻으려 했다. 나 자신으로 살 수 없는 그 고통이 어떤 것인데. 사랑하는 이를 잃는 단장(斷腸)의 고통이 어떠한 것인데. 가여운 생명들을 고작 그런 이유로 죽인 범인을 죽이고 싶었다. 제 아픔을 가볍게 말하는 범인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박일도라 불렀던 그 악마보다도 더 악독한 인간을 진심으로 죽이고 싶었다. 제정신으로 해신의 힘을 쓴 탓에 약해진 몸이 삐걱대며 눈에서 흐르는 끈적한 눈물이 심상치 않음은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머리부터 척수까지 끊어지는 고통에 손 끝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하얗게 질린 화평의 코에서 한 줄기 피가 흘러나왔다.

  겨우 화평을 뜯어말린 길영이 정신이 들자마자 그의 몰골에 기겁을 했다. 정신을 잃어가는 화평을 안아올리려다 눈과 코에 번진 핏자국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넘어지면서 머리에 충격이 갔다면 함부로 흔들거나 들어 올리는 처치를 해서는 안 된다. 급히 너스 콜을 누르려는 길영의 손목을 꼭 잡은 것은 화평이었다. 색색 거리는 숨으로 눈을 깜박여 시야를 밝힌 다음 이성을 찾고서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 필히 물어야 할 것이 있었다.

  "네 년이 한 짓이 아니지? 넌 그렇게 정교하게 주술을 붙일 그릇이 못 돼."
  "......내가 신을 만들었지... 사람이 교접해 사람을, 쿨럭... 낳, 아 봐야... 개 보다... 못..."
  "그 신은 이제 없어. 내가 말끔히 태웠거든."
  "뭐......?"
  "우상을 만들었으니 우상을 부수었지. 내 동료들이 좀 대단하거든. 남의 나라 신이라도 엄청난 신을 모신단 말이야. 지금 다른 '알'을 잃고도 당당한 이유를... 알지. 그 것에게 새 알을... 묻으려, 했으니..."

  길영이 경악에 물든 표정으로 고개를 들자 온 몸이 묶인 범인의 얼굴이 야차처럼 험악해져 갔다. 그제야 길영이 화평이 그렇게나 주술을 풀려고 몸 사리지 않고서 독하게 덤빈 것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네 신이 누구야. 누가 그런 극악무도한 짓을 저질렀을까."
  "내가 신의 어미다, 내가... 내가 신의 어미야!!!!!"
  "고동(蠱童)을 만든 시점에서 이미 묘족에게 빚을 졌지, 허나 치우(蚩尤)도 그리 독한 신은 되지 못 하는데."
  ".......누가 알려줬나."
  "내가 너보다는 용하지... 들어나 봐야 하지 않나? 나도 단공인데 센 신 이름 하나 몰라 면이 서겠어?"
  "하늘에 뜬 해를 떨어뜨릴 분이지, 아니... 아니.... 해보다도 더 위대하신 분이지......"
  "그래봐야 그 불은 고작 재 위에 재를 묻어 태울 뿐인데 정말 신이 만들어 질 거라 생각 했나? 이를 어쩌나. 내 해신께서 그 부정한 것을 염화로 태워 재마저도 지옥보다 깊은 바다로 돌려 보내셨는데."

  가만히 범인이 말을 듣던 화평의 표정이 바로 날카로운 비웃음으로 물들었다. 그의 비웃음을 본 범인은 그 말 뜻을 알자마자 발작하기 시작했다. 비명을 지르고 혀를 물려는 범인에게 급히 시트를 물린 길영이 주먹을 내리 꽃듯 너스 콜 버튼을 누르자 의사와 간호자들이 몰려와 자초지종을 들은 다음 범인에게 진정제를 주사하고 입에 재갈을 물렸다. 그 모습을 화평은 그저 바닥에 쓰러진 채 무표정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 . .. . .. . .. .
  결국 화평은 길영의 등쌀에 떠밀려 입원을 하고 말았다. 몸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피눈물과 코피도 흥분해 울다가 실핏줄이 터진 것이라는 진단을 받은 것이 전부지만 비과학적인 일을 너무 많이 겪은 길영은 그 말을 귓등으로 듣고서 경찰 권력을 팔아가며 전신 검진을 시켜버렸다. 한 번 접신을 할 때마다 살이 내리는 무서운 현상에 며칠 사이 화평의 몸은 갈비뼈가 도드라질 정도로 말라있어 기겁한 길영은 검사가 끝나자 마자 수액까지 맞혔다. 화평은 길영에게 기우가 우주를 뚫고 갈 거라느니 오지랖이니 뭐니 볼멘소리를 했다가 등싸대기를 맞기 직전 그의 바싹 마른 갈비뼈를 떠올린 그녀에게 멍이 들 정도로 볼이 꼬집히기는 했지만서도.

  2주 후 길영이 병실에서 화평과의 대화를 편집한 녹음 파일 때문에 범인은 정식으로 기소되었다. 아무래도 범인의 현재 몸 상태가 문제인지 재판 진행이 더디었다. 주술이 갉아먹은 내부 장기의 손상이 심한 것도 있는데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사의 소견서가 있어 임시적으로 보호감호가 결정될 예정이지만, 너무 많은 사람을 죽인 탓에 보호감호 자체도 여론을 보면 힘들 것 같다는 상황도 한 몫했다. 특히 80년대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 이후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에 일어난 전대미문의 사이비 종교 관련 살인사건에 형기를 구형하는 것 자체로도 검찰과 법원이 애를 먹고 있다는 소식에 화평과 윤, 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신의 어머니라니 소름 돋는 결말이군요."
  "정신병자가 무슨 짓을 못 하겠어. 아. 새 기사 뜨네. 신도 학대와 마약 혐의는 확정이 났다나 봐."
  "마흔 명이나 죽인 살인죄가 세서 묻힐 거 같더니 안 묻혔네."
  "죄값은 받아야 하는데 묻히면 안되지요. 강 형사님께서 얼마나 고생하셨는데."
  "나만 고생했나. 모두 다 도와줬으니까 그래도 어떻게든 잡았지."

  거실에 앉아 모두가 밥을 먹는 와중에 화평은 말을 할 수 없었다. 길영과 윤은 물론이요, 길영에게서 화평의 살이 내렸다는 소식을 들은 윤이 부득불 전자 체중계를 사와 기어이 화평의 체중을 재 58kg가 나온 것을 본 세 사람이 그를 향해 짜증과 원망의 눈길을 보내었다. 그 일 이후로는 윤과 길영의 극성을 이해한 준호마저 구운 소고기를 제 입에 밀어넣고 있어 환장하기 일보작전으로 미쳐가는 용한 박수무당님 윤화평이었다.

  "그래도 무섭네요. 이국의 신화속에 존재하는 신의 주술로 만든 괴물이라니."
  "......어우, 무슨 고기를 숨도 못 쉬게 먹이냐. 그거 아마 치우는 아닐거야."
  "네.........?"
  "확실하지는 않은데 해를 떨어 뜨렸다고 했어. 그 무고를 만드는 묘족 신인 치우는 아니야. 비와 전쟁을 관장하는 신이라 물의 신이기도 해서 대충은 알아. 중국에서는 단풍나무를 만든 것도 치우라고들 하지."
  "아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다행이도 끝이 났다고 믿었는데,"
  "나도 처음에는 아이의 실체를 보지 못 해서 우연이 엄청나게 겹친 줄 알았는데 그 아이가 아닌 제2, 제3의 다른 알까지 이미 만들어져 있었어. 기적과 기적이 수십 수백으로 겹쳤다고 해도 그 여자의 그릇으로는 이룰 수 없는 주술이야. 그렇게 내상을 입고도 그 때까지 산 것을 보면 그 여자가 모시는 신이라는 잡놈이 아직은 그 여자가 제자로 가치가 있다고 봤나보지... 그거도 이제는 끝이 났겠다. 지금 시간이면."

  이상한 화평의 말에 모두가 설마, 하는 찰나에 마침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길영의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벨소리를 빽빽 내지르듯이 터뜨리자 젓가락을 내린 길영이 다급하게 전화를 받았다. 예, 예, 하고 답을 하던 길영의 표정이 굳었다. 통화종료를 알리며 액정이 꺼진 전화를 바라보던 길영이 분노로 눈을 질끈 감았다.

  "....범인이 사망했대."

  윤과 준호마저 그 순간에는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 준호는 연신 찬물을 들이켰고 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갔다. 화평만이 침착하게 불판의 불을 끄고서 길영의 등을 도닥여 주었다. 고개를 든 화평이 머쓱하게 미소 지으며 준호를 마주보다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윤의 담배에서 나는 연기가 퍼지는 모습이 마치 모든 것이 끝난 종막에 예를 다해 바치는 향의 연기 처럼 화평의 눈동자에 비쳐들었다.

  차갑도록 애처로운 그 해의 겨울이 그렇게 저물어 가고 있었다.





조만간에 챕터 1의 후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여러분 메리메리 추석입니다!
청백지신 유나뼝... 네 동정이고 땅콩을 쓴 적 없는 마법사지요!!!
아시지요? 이제 시작이예요. 이제 챕터 1애서 챕터 2로 넘어간답니다! ㅎㅅ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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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桃華 明寿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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