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15,2021
매미 울음소리가 창문을 뚫고 이어폰을 낀 귓가에 지그시 맴돈다. 말복이 곧인데 앞으로도 한참은 더울게 분명하지만 요 근래 내게 보인 하늘은 마치 비행기 창문을 통해 봐 왔던 하늘처럼 그렇게 뽀얗고 푸르렀고 부드러웠다. 꼭 곧 가을이 올 거처럼 말이다.
며칠 전 내 친구들은 육 개월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꿀 같은 휴가를 나와의 약속을 위해 써주었다. 거리두기 격상으로 인해 소개해주고 싶었던 술집도 계곡에서 물놀이도 하지 못했지만 한바탕 소란을 겪고 또다시 만난 그녀들은 언제 만나도 재밌었다. 이번 만남이 헛되지 않게 우리는 몇 달 동안 만들자고 이야기만 나눴던 적금 통장 만들기를 성사시켰고 훗날 우리만의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짧고 짙었던 2박 3일이 웃음소리 가득하게 지나갔다.
몇 주간 1000명 중간대의 확진자를 유지하더니 눈 깜짝할 틈에 1000명 후반대로 확진자수가 늘어버렸고 새로운 앞 자릿수를 보게 됐다. 벌써 꽤 오랜 시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마스크를 쓰고 지냈지만 단 하루도 마스크를 벗고 싶지 않은 날이 없었다. 백신을 예약하는 날이 다가오고는 있는데 2차 접종을 끝낸 2030의 사망자가 늘어나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보고 있다. 백신을 받아들이는 데에 있어 두렵지 않다면 거짓이겠지 그렇다고 맞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빨리 백신을 맞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던 난데 막상 백신을 맞으려니 혹시나 죽음이 내게 다가올까 두려운걸 보니 이 생에 더 미련이 남은 게 확실했다.
4단계까지 격상이 된 거리두기 때문에 다가오는 새 학기가 그리 달갑지는 않았다. 실기 위주인 수업을 하는 우리 과가 온라인 수업을 한다면 당장이라도 휴학을 하고 싶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게 더 이상의 휴학은 사치라는 걸 알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맞지만 그래도 470만 원이나 하는 학비를 온라인 수업으로 낸다는 게 아깝지 않을 수는 일이다. 이십 대 후반이 돼서 학교에 돌아오니 듣고 싶은 수업들이 많아졌다. 올림픽의 여운으로 인해 중학교 때 좋아했던 배구나 배드민턴 수업으로 하루 종일 작업만 하고 있을 내게 생기를 불어넣고 싶기도 했고 휴학기간 동안 꽃이나 식물에 관심이 많았는데 우리나라에 자생하고 있는 생물의 종류를 알 수 있는 수업도 꽤나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외에도 더 많은 사람들과의 조화로운 소통을 하고 싶어 하는 내게 대화의 기법 같은 수업이나 아이의 심리를 공부할 수 있는 수업 혹은 가족 간의 관계에 관한 수업들은 내 관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나이가 들어 갑작스레 넘쳐나는 공부 욕을 달래줄만한 제도가 다행히도 학교에 있었다. 직전학기에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들에게 3학점을 더 들을 수 있게 부여해주는 제도인데 나는 1학기에 정말 열심히 한 덕분에 3학점을 더 들을 수 있게 됐고 다음 학기를 무지하게 다채롭게 보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빌어먹을 코로나가 제발 꺼져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넘쳐나고 있는 상태이다.
펑펑 놀았던 1-2학년 때 나의 빈점수들을 채우기 위해 29살이 되어 방학을 반납해가며 계절학기를 듣고 평생 할 생각이 없었던 자격증 시험을 혹시 모르니 준비하고 며칠 좀 놀다 보니 벌써 2달 하고 보름짜리 방학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두려움을 가득 찬 마음으로 학교에 돌아온 지 6개월, 왠지 더 촘촘하고 잘 정리된 책장 같은 시간들을 보낼 줄 알았는데 지나온 생활이 빽빽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러워하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이번 여름 생각보다 더위를 많이 탔고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생애 처음 장학금을 받은 역사적인 기록도 세웠고 하루를 시간 시간으로 쪼개며 계획해 한 학기를 보냈는데 말이다. (같은 과 동생들이 언니처럼 부지런하게 2학기를 보내는 게 목표라고도 했다.ㅎㅎ)
방학이 되면 이 소중한 시간들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우고 싶었다. 여러 점의 그림도 그려 공모전에 나가보기도 하고 상품화할만한 아이템들도 흙으로 쪼물딱 거리며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또 그간 써 내려가지 못했던 나의 이야기들도 브런치에 올리고 말이다.
수연아 욕심을 버리던가 조금 더 부지런해져.
아님 여유로워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