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좋다는 말이 돌아왔을 때, 그냥이 그냥은 아닌 거 같았다. 분명 이유가 있지 않을까. 좋아하는 마음을 일으킨 어떤 손길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같은 답을 듣는 날이 꽤 많았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실컷 늘어놓다가도 정작 이유를 물으면 ‘그냥’이라는 말로 마음을 묶어버리는 사람들. 그럴 때마다 좋아한다는 마음이 포장된 상자처럼 느껴졌고 하나하나 풀어보고 싶었다. 그냥 좋다고 얘기하지만 실은 이유가 있는 것들. 그들이 말하는 ‘그냥’의 이유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건축을 전공하고 UX디자인을 일로 선택하면서 항상 강조되는 건 ‘눈'이었다. 정확히는 사람을 보는 눈, 나아가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눈.
정말 단순하게 말하면 건축은 좋아할만한 공간을 설계하는 일이고, UX디자인은 끌리는 이유를 설계하는 일이다. 좋아할만한 무언가를 건네주고 좋아하는 마음의 싹을 틔우는 것. 그리고 그 마음 때문에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것. 그것이 건축과 UX디자인이라는 두 줄기가 모이는 도착점이다. 그래서 이렇게 쓰는 일을 통해 사람들의 좋아하는 이유를 헤아려보는 건, 경험디자이너로서 깊은 눈을 기르고 싶은 바램과도 이어진다.
당신에게도 이 몇 편의 글이 마음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그어주거나 혹은 몰랐던 자신의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반가운 손길이길 기대해본다. 좋아하는 이유가 담긴 상자를 하나씩 풀어가는 마음으로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 당신의 상자도 함께 열어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