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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민 HEYMIN Feb 07. 2022

타투를 왜 하는지 알겠어

타투편


"야, 너 타투 할 생각 없어?"


오랜만에 전화 온 15년 지기 친구의 제안. 뜬금없긴 했지만 내심 반가웠다. 한 번쯤 해보고 싶은 거였는데 같이 할 사람이 생기니 순식간에 진행됐다.


어떤 모양으로 할지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른다. 글자를 적는 게 쁠까? 아니면 그림을 그리는 게 나을까? 평생 지울 수 없는 자국이니 질리지 않으면서도 항상 나를 붙잡아주는 짧지만 강한 메세지를 담고 싶었다. 자기 전 매일같이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다른 사람들은 어디에 어떻게 타투를 새기는지 찾아봤다. 그러다 문득 내 별자리가 떠올랐다. 10월 22일에 태어난 나는 하루 차이로 전갈자리가 아니라 천칭자리가 되었는데 아슬아슬 하루 차이로 당첨된 별자리라 그런지 왠지 모르게  애틋하게 느껴졌다.


천칭자리를 뜻하는 영문을 찾아봤다. 몇 개의 단어들 사이로 오! 이거다 싶은 단어가 눈에 들어왔.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른손 팔목에는 구불구불하면서도 유연한 마치 리본을  풀어놓은 것 같은 필기체 타투가 생겼다.



Balance

균형. 천칭.


밸런스라는 글자를 고른 데에는 내 삶을 이루는 다양한 것들이 고루고루 균형을 이루었으면 하는 바램도 들어있었다. 그 후로 가끔씩 타투를 쓰다듬는 습관이 생겼는데, 문득 어지러운 잡생각이 밀려들면 오른 손목에 적힌 밸런스라는 글자를 왼손 검지 손가락으로 살살 문질러본다. 그럼 참 묘하게도 막 구겨놓은 주름진 종이 같던 마음이 반듯하게 펴지면서 차분해지는 느낌이 든다. 고요함과 어지러움이 균형을 이루는 순간이다.






타투를 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한 가지 매력은 확실하다. 낡은 사진이나 오래된 가요처럼  갈수록 무르익는다는 . 사진을 보면 기억하고 싶었던 순간이 살아나고, 그때 그 시절 유행했던 노래를 들으면 당시의 추억이 우러나는 것처럼, 타투도 지금의 나를 이루는 것과 내가 사랑하는 것을 가장 가까운 곳에 기록하고 추억하는 방법이다.


시작은 되려 가벼웠지만 이제는 밸런스라고 적힌 4cm짜리 필기체가 주는 힘을 믿는다.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 지금 내가 훗날 언제 어디서든 나타나 방황하고 흔들리는 나를 붙잡아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믿음은 삶의 균형을 지탱하는 데 큰 힘 되어준다. 타투를 문지르는 습관이 별 거 아닌 듯 별 거 인 게 되었다.


시간이 좀 흐르고 다시 만난 친구는 타투를 더 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그때는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잘라 말했지만 아주 가끔 괜찮은 타투가 있는지 보게 된. 이게 한번 하면 또 하고 싶어 진다는데 어떤 마음인지   거 같. 역시 모든 경험은 해봐야 아는 거지, 안 해보면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타투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던 예전의 나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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