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보너스를 받은 월급일
정신없이 일했던 1분기가 끝나갈 무렵,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 종일 폐쇄된 공간에서 일을 하다 보면, 하루가 끝나갈 즈음에는 정신이 좀 이상해 지는 것 같아서, 자기 전에는 잠시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채 5분도 집중하기 어려운 그 순간, 나에게서 발산되는 부정적인 기운을 줄여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일과 취미 (혹은 자아실현) 사이의 줄다리기를 잘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일이 나의 모든 걸 지배하고 있었다. 내가 가진 제일 좋은 것들을 일에 빼앗기는 기분이 들어서, 가는 시간만 아쉬웠던 나날들.
갑자기 눈물이 펑펑 쏟아질 것 같은 날, 비로소 안다. 내게는 위로가 필요하구나. 통장에 어느 정도는 돈이 모여가고, 삶은 불안할 정도로 조용하게 안정되어 일만 하고 있는데. 이것도 참 다행이라 여기면서도 그렇다고, 인생이 막 미친 듯이 즐거운 건 아니었다. 그냥 인생은 사는 거, 버티는 거, 그런 거다 싶었다. 최소한 동물처럼 먹고 자고 일하고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살아지게 두지는 않으려고 나름의 사색도 생각도 하지만은, 힘들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쉬어가야 함을 안다.
이번 주는 있던 약속도 모두 취소하고 조용히 있어봤다. 그리고 오늘은 늦잠도 자봤다. 얼굴에 있던 여드름이 터지고 미뤄둔 청소를 하니 속이 개운해졌다. 쉬는 날에도 전화기에는 확인해야 할 업무 문자와 메일이 쌓여 있지만, 오늘은 이 정도쯤은 가볍게 넘긴다. 나가서 땀이 날 만큼 걷고, 월급일의 호사스러운 소고기도 샀다. 정육점에 오랜만에 가서 이것저것 고르다 보니 금세 생각한 금액을 넘어버렸다고 사장님에게 서비스를 바라는 듯한 대화도 던져봤지만, 아니어도 또 좋다. 다들 먹고살기 힘든 요즘일 테니.
다짐해본다. 내가 항상, 누군가의 우위에 있다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지.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어떤 부분 하나는 배울 게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지. 타인과 함께 성장해봐도 좋겠다고도 생각해보고, 내 주변의 모든 슬픈 것들이 나로 인해 비롯된 건 아니니 책임감은 좀 내려놓고 잠들자. 내가 마음 편히 행복하다 해서 죄책감을 가지지 말자고 끊임없이 내게 세뇌시킨다.
사는 건 이렇게 부단히 연습해 나가는 것인가 보다.
매일매일 나가서 조금씩은, 쉬임 없이 걸어야 하는 것처럼.
한 마디라도,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것처럼.
그리고 오늘처럼 쉬는 날도 가져야 하는 것처럼.
나라는 틀을 깨고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야 하는 것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