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버나드 쇼 선생

내 삶은 잘 흘러가고 있는 걸까요?

by 장서율

흔히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지'라는 번역으로 통용되는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 원문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대학 시절 일문학, 불문학, 영문학 가릴 것 없이 잡식성으로 강의를 수강했던 나는 언어에 대해서는 매우 두려움이 없는 편이었다. 물은 무서워 하지만 언어의 바다에서는 유려하게 유영하는 어린아이처럼 폭 젖어들었는데, 용감하게 보들레르의 시를 번역하다가 선생님이 하셨던 말이 기억난다. '번역은 반역이다'라는. 아무리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번역도 원문의 뉘앙스를 따라갈 수 없다는 뜻이었을까. 세상의 모든 경험은 간접보다는 직접 해야 그 진짜 '맛'을 알 수 있다는 의미 었을까. 멋모르고 살았던 그때 그 시절이 좋았을까? 아니면, 조지 버나드 쇼의 이 묘비명을 어느 정도 '알 것 같은' 나이가 되어버린 지금이 더 나은 걸까?


정답은 없다. 하지만 스승을 만나 조언을 구하고 싶다. 이렇게 머물러 있어도 되는 것인지, 혼자서만 이 흐르는 시간 속에 박제되어 살아도 괜찮은 것인지, 어디로 어떻게 발걸음을 떼어야 하는 건지 알고 싶다. 나이가 든다는 건, 자신의 말과 행동의 궁극적인 주체는 '나'이며, 그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하는 비중이 100%에 가까워지는 것으로 응축되지 않을까 싶다. 건강상의 이유나 피치 못할 경제적 파산 등의 이유가 아니라면, 신체적인 구속이 없는 상태라면, 내 인생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인데, 서른 끝자락에 서 있는 나는 그 말이 무섭고, 참 외롭다.


해외에서 지내면서 코비드를 거치면서, 이제는 사람들을 소규모로 만나 유대감을 확인할 수 있는 시기가 왔는데 (참고로 올해 나의 재택근무는 2월 중순께부터 시작되었으니 한 해 대부분을 집에서 보낸 것이나 다름없다) 누군가를 만나고 집에 돌아오면 오히려 더 쓸쓸해져서 잠이 잘 오지 않는 것이었다. 이상하지, 분명히 유대감을 확인했는데, 그 외로움의 씨앗은 어디에서 스멀스멀 자라고 있는 걸까?


혼자서 먹는 밥, 혼자서 보는 영화, 혼자서 쓰는 글, 혼자서... 하는 모든 것들에 지독하게 익숙해져 있는 나에게 잠들기 전 내가 묻는다. '너는 정말 동반자를 만나 생활을 꾸릴 생각이 있는 거니? 아니라면 외롭다고 난리 치지나 말지' 이렇게 나를 몰아붙이고 나면 마음이 쿵 내려앉으면서 의식이 명확해진다. 잠은, 오지 않는다. 삶에서 어떤 가치들은 감히 값을 매길 수 없다. 건강과 가족, 사람들 간의 유대감이 특히 그러하다. 조건 없는 친절함과 배려에서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라고 느낀다. 그렇지만 집에만 돌아오면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나의 감정과 정서들은 자연스럽게 의식 저편 혹은 마음속 진공 포장백에 하나하나 갇혀 숨을 쉬지 못한다. 밖으로 자꾸 터져 나오려는 그것들을 부여잡고 잠을 청한다. 마음을 다잡고 다잡아 보지만, 사실은 시원하게 한 번은 울고 싶다.


관성의 법칙 속에 갇힌 나의 정서들이 봇물 터지듯 나오는 순간, 그런 상대를 가지는 게, 두렵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기대도 되는 양가감정 속에 살고 있는 나. 무심히 세월은 흘러 사람을 만나기 버거운 나이가 되어가누나. 세상을 관조하며 내 마음을 내려놓으려는 시도는 기능적으로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마음적으로는 글쎄. 어떤 식으로든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 언어가 되어 표현되기 마련일 텐데, 마음을 지배하는 내 기억은 영겁의 시간을 살고 버티면서 내 발목을 잡고 함께 살고 있는 것 같다. 감정을 드러내 놓는 게 두려운 이유는, 곁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모습을 보고 놀라서 도망가지 않을까 하는 공포심에 가까운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누가 그런 일 없다고, 괜찮다고, 이야기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렇게는 쓰고 있지만, 나도 안다. 나의 패턴들을 모아서, 내 인생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걸. 진실된 내 모습으로 쌓아올린 내 길을 가야만 한다는 걸. 두려워 하지 말자.


출처 : https://exploringyourmind.com/7-ingenious-george-bernard-shaw-quotes/ 인생에 대한 해학적이고 깊이 있는 명언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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