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이 소란스러워도 오롯이 분리된 이 느낌이 처음엔 조금 낯설어서, 시내 나온 김에 친구를 불러내 볼까 하다가도, 15분 정도 있다보면 내 속이 고요해지고, 하고 싶었던 말들은 이렇게 글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하나의 시를 소개 받았다. 작자 미상이라고 했지만 그가 이야기한 웅덩이는 지난 번 글에 내가 말한 동굴에 다름 아님을 알고 많은 공감과 감사를 했다.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곳에 빠졌다. 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난 그곳에 빠졌다. 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였다 그 구멍에서 빠져나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걸 못 본체했다. 난 다시 그곳에 빠졌다.
똑 같은 장소에 또 다시 빠진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빠져나오는데 또 다시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 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미리 알아 차렸지만 또 다시 그곳에빠졌다. 그건 이제 하나의 습관이 되었다.
난 비로소 눈을 떴다. 난 내가 어디에 있는가를 알았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난 얼른 그곳에서 나왔다.
내가 길을 걷고 있는데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 둘레로 돌아서 지나갔다. 난 이제 다른 길로 가고 있다.
....작자 미상 『지금 알고 있는 걸...』
세상의 외로움 혼자됨 혹은, 주변에 사람이 있어도 마냥 혼자인 것 같은 기분은 살면서 나만이 느끼는 건 아닐거다. 오히려 나는 내가 그럴 때마다 피신할 수 있는 요새를 두었다는 게 안심이 되기도 한다. 다만, 내 마음이 이미 어두운 상태에서는 그 동굴에 들어가는 걸 꺼릴 때도 있다. 굳이 거기 들어가지 않아도, 나는 그곳이 존재하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 - 그리고 그 안에서 느낄 내 감정의 진공상태와, 거기에서 나와야 할 때 공기에 닿는 아픔을 알기에- 위로가 된다. 모순일지도 모르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내 마음은 그렇다.
그렇게 숨을 쉰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같은 곳에서 먼 곳을 바라보던 나는, 비틀거리고 더듬어도 지금 이곳의 내 마음 자리를 찾아왔다. 한참 고뿔이 지나가고 난 자리에, 괜찮은 척 하면서도 겹겹이 옷을 입고 떨고 있던 춥고 가난한 내 마음이, 스며드는 햇볕에 한 겹씩 그 껍데기를 내려놓고 있는 중이다. 계절과는 상관없이 마음에 봄이 찾아들기를 얼마나 바라고 또 기도했는지 모른다. 내 마음의 소리가 다시 어둠에 묻히지 않기를. 어둠이 아니라 빛 속에서 한참 부끄러운 내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기를. 그렇게 나를 찾아가기를. 오늘도 간절하게 소망해 본다.
괜찮은 척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지금이 아닌 그때도 알고 있었더라면.. 내 삶은 조금은 편해졌을까. 내 인생은 늦여름 혹은 초가을 어딘가에 벌써 와 있는 걸까ㅡ 내 마음은 아직도 봄인데. 밝은 색의 옷을 입고 밝게 살고 싶은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