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대한민국에서 퇴사 이후를 미리 생각하지 않았다면
멀쩡한 잘 다니던 회사를 나이 50에 그만두었다.
주변에서 모두 미친 짓이라고 한다.
특히, 와이프의 반대가 심했다.
복지, 학자금, 그리고 주변의 인식 모든 게 틀어졌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우리나라에서 꽤 괜찮은 직장이었다.
실적 압박감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
자리가 없어질까 봐 노심초사하는 마음
다른 회사의 동년배 얘기를 들어보면, 항상 이런 압박감을 느낀다고 했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런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으며, 적당한 스트레스로 익숙해 있던 사무실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편안함에 취해있는 나를 본다
오늘 점심은 뭘 먹어야 할지, 저녁 약속은 어떻게 되는지 여유 있게 챙겨보고 있는 나
실무에서 멀어지면서 서명하는 기계가 되어가고 있던 나
나른한 오후이면 누구의 방해도 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앞섰던 나
그런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
이렇게 5년만 더 지나면, 뒷방 노인네가 되는 건 순간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이기적인 생각도 했다.
'정년퇴직이 70이라면, 이 자리에 계속 있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겠다.'
왜냐하면, 이렇게 안정적으로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60세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몰려왔다.
회사에서 내몰리기 전에, 내가 회사를 밀어내고 싶었다.
그래야, 바깥세상에서, 야생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많은 샐러리맨들이 꿈꾸는 로망이지만,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포기하는 퇴사를 하려 했다.
안정적인 수입,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 나가서 내가 뭘 잘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하는 불안감 등
나이가 들수록 나가야 할 이유보다는 나가지 말아야 할 이유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하지만, 21년 다니던 직장과 나의 퇴사를 이해 못 하는 동료들을 뒤로하고 나왔다.
출처 : Pinterest
타이틀을 내려놓고, 이름 하나로 살아남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체감하고 싶었다.
세상을 헤쳐나갈 확실한 무기 하나 준비하지 않고서, 누가 봐도 무모하게 회사를 뛰쳐나왔다.
그런데, 습관이라는 게 무섭다.
아침에 일어나서 어디 갈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밖에 나갔을 때, 나를 소개하는 명한 한 장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아이들이 "아빠는 뭐 해?"라고 물어볼 때, 당당히 대답해 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내가 가진 감투로 대우받지 않겠다고 스스로 감투를 벗어던졌지만, 아직은 낯선 게 사실이다.
이제 20대, 30대 젊은 친구들을 만나더라도, 예전보다 더 동등한 인격체로 예의를 갖추어서 대하려 한다.
지금부터는 실전이다.
퇴사 전 조금 더 준비를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다.
완벽하게 준비하겠다는 것은, 실행하지 않겠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도전해 보고, 성취하는 연습을 지금부터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경제 활동
: 퇴직이 경제활동을 그만둔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거꾸로이다.
정년퇴직 없는 경제활동을 할 수 있어야, 100세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가사 활동
: 기본적으로 요리, 설거지, 빨래, 청소는 혼자서 척척 해 낼 수 있어야 한다.
경제적 기반이 조금만 잡히면, 요리 학원이라도 등록해야겠다.
취미 활동
: 경제활동과 가사활동의 기반이 갖춰진다면, 70세 이후에도 할 수 있는 취미활동을 시작해야겠다.
최소 20년에서 30년은 꾸준히 해 보고 싶다.
위 3가지가 조화를 이루어서, 풍성한 퇴사 이후의 삶이 되도록 잘 꾸려봐야겠다.
10년 뒤에는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싶다.
거 봐, 그때 퇴사하기를 잘했지, 그때 안 했으면 어쩔 뻔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