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a웨이 Jan 31. 2024

 파리 되 마고 카페, 찻잔 여행

-  굿바이 !   아까웠던 재능있는 여자들 

결혼한. 딸집에  잠시 동거를 하게 되었다. 손녀의  어린이집 등, 하원  육아 도우미가 필요해서이다.  육아 도우미로 갔지만 청소, 반찬, 빨래개기, 정도는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갔다. .

내 젊은 워킹맘시절 친정 엄마의 방문은, 퇴근후 현관 문을 여는 순간 배어나오던  장조림 냄새를 시작으로 내가 좋아하던 매콤한 고추장 멸치조림 ... 다 먹어봐도 할머니 육개장이 최고라는 육개장 냄새 ,뿐인가  더러워진 이불호청이 다 벗겨져 세탁기에서 때 빼는 날이었으며 프라이팬 기름 때 같은 집안의 때가 다 벗겨져 잠시 집같은 집으로 변신하는 그 만큼은 못 되어도. 마음 만은 ..

보고 배운내 친정 엄마 역할은 그런거 였다 . 그러나 나는 정말  아무 것도 안하고  손녀 육아만 돕다 왔다 .

딸은 내가 하려는 일 마다 손사래를 털며 NO !!!!  했다. 첨엔 편했으나

아무 것도 못하게 하는 것에 슬그머니 의심을 품었다.꼼꼼이 청소하지 못하는 내가

못 미더운가 ,정확히 각 못 잡는내  빨래개기가 시원찮은가, 별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딸네집  살림살이는  정확히 반반씩 나누어 잘 꾸려나갔다. 퇴근 후 요리솜씨가 좋은 딸이 밥과 반찬을 하고 차리면 그 이후 설거지 청소 빨래는 철저히 사위 몫이었다 

딸은 아이 씻기고 재우고 ...

 피곤하고 귀찮은 날에는 일주일에 한 두번은 근처 콩나물국밥집 등

에서 산책하며 설거지 없는 저녁을 즐기고....

며칠이 흘러가니 알겠다.

딸은 아주 잘 살고 있었다. 내 오래된 낡은 관념의 습관이 내 머리 속에 틀어박혀 쓸데없는 

오해를 품은 것이다 .생각이 맞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친정엄마라는 이유로 딸집에 와서 가혹한 가사노동하는 건 부당하다. 그러니 엄마도 생각을 바꾸라는 무언의 암시겠지 !!


세상이 진화하여 살림남의 시대가 왔음을 티비에서도 보았으면서도 ...

세상의 진화에 새삼 공감하며  내 젊은 시절 억울하게 보낸 시간에 대해 한바탕 

슬픈 넋두리를 해본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라떼는 말이야...

여자는 결혼만 하면 가정 ,직장 양쪽으로 시달렸지. 집에선 살림남이 멸종된 빙하기였지.  여자만이 살림녀가 되어 슈퍼우먼이 되어 독박육아는 기본 , 독박살림녀로 생존해야 했어 ,직장에선 쯧쯧...  가장의 능력이 얼마나 부족하면 여자가 나와서 돈을 버나 시선을 보냈지. 임신한 워킹맘은 소중한 생명체를 잉태한 위대한 사람이 아닌 죄인이 된 것같은 마음으로 세뇌되었지

.. 맞아  .. 내 첫 출산 휴가 하루도 ,겨우 한달 휴가였는데  마지막 하루는 학교 장학검열 나온다고 출근해 없냐는 교장샘의 간곡한 부탁에

부기도 덜 빠진 상황에 출근했지. 미쳤지 . 그래서  살림은 살림이 아니라 가사노동이었지 .

오로지 여자 혼자 독박 썼던 시절 .친정 엄마의 편안한 노후생활의 희생을 갉아먹고 생존했던...

 

우리집, 아래집, 옆집 ....대세가 그리되니 그게 당연한 것으로...


   

남자의 재능을 키우려고 자신의 재능은 남편  살림의 일상에 매몰되어 점점 빛을 잃어가는  

재능있는 여자들 이야기와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날마다 카페에 나와서 토론과 글을 썼던

사르트르와   시몬느드보바르   두 지성의 이야기가 전해오는 카페 되 마고의 찻잔 여 행을 했다.



이혼하려고 일주일간 가출하여 친구 집에서 출퇴근을 했을 때 읽었던 듯 싶다


아인슈타인 못지 않은 뛰어난 수학자 였고 아인슈타인 노벨물리학상에 큰 조력자였으나 병약한 아들을 돌보다 남편으로 이혼당하고 만년을 쓸쓸하게 보내다 사라진 밀레바 마리치 아인슈타인, 유명한 작가인 남편에게 정작 자신의 글도 강탈당하고 남편을 뛰어 넘으려고 기를 쓰다가  정신병원에서 자살한 첼다 자이레 피츠제럴드 , 로댕의 그늘에서 빠져나와 독자적인 조각가의 길을 가려고 애를 쓰다가 로댕이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 한다는  추적망상의 정신병자로 생을 마친 카미유 클로델 ,자신의 창작욕구를 참고 남편이 쓴 글의 교정자 남편의 과도한 성욕과 모성의 강조에 13명의 아이를 출산해야 했던 소피야 안드레예브나 톨스토이야, 자신의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는 작곡가의 재능을 묻어두고 남편의 곡을 연주하는 반쪽자리 삶을 산 클라라 바크 슈만 ,  지적호기심과 지적 능력이 탁월했으나 여자에게 공공교육의 기회가 없는 사회를 한탄하며 카를 마르크스의 논문 발췌,정리 ,출판을 도맡아 비서와 동지로 지냈으나 만년에는 자신의 삶이  묻혀버린 우울증과 장암을 고통스런 삶을 마감한 제니 베스트팔렌 마르크스. .....    



 반짝반짝 자신의 색깔로 빛이 나고 재능과 자의식이 분명했던 여자들이 같은 길을 가는 유명한 남편과 동반자의 자격으로 연애, 결혼을  했으나 결론은 모두 재줌마들의 처참한 패배.책의 저자인 독문학자인 잉에슈테판은 재줌마 개개인의 잘못이 아닌 가부장제의 잔재로 사회 구조  상의 모순으로 설명한다.    


책 속의 재줌마들과 연애하면서  준비없이 떠난 길에서 피투성이가 된 그들의 생체험을 진심으로 듣고 가슴아파하면서  비로소 내 결혼생활을 정직하게 들여다 보았다.    


복잡한 가족사로 혼자 객지를 떠돌던 30대 초반의 남편은 안정되고 대우가 좋았던 직장에 취업을 하자 돈 버는 여자 보다는 따뜻한 집밥과 가정을 만들 아이를 낳아줄 여자가 필요했고 그래서 내게 교사를 그만두라했고 아직 20대 중반인 나는 다니던 대학원 공부가 재미있어서 학문과 글 쓰는 일을  계속 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게는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으로 궁핍한 시기를 보낸 경험이 가장도 안전망은 아니라는 불안감으로 자리잡고 있었고 혼자된 엄마의 고군분투를 짠하게 지켜 보면서 여자도 경제적으로 독립해야한다는 철칙이 세워져있었다.일하면서 돈을 버는 것은 내겐 독립과 자립의 근본으로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였다.    


동상이몽 同床異夢  ! 어찌할 것인가.    


재줌마들과 날마다 대화를 했다. 그들이 말했다.      

동시에 두 종류의 사람이 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첫째, 자신의 고유한 법칙에 따라서 살려는 사람 그리고 둘째로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사랑과 보호 속에서 안락하게 살고 싶은 사람     


둘 중 하나를 선택 하는 것이라고 .

나는 이 두 종류에 하나를 더 보태어 우리 안에 살고 있는 여자는 세 여자라고 말했다.    

1. 여성성을 무기로 스폰서같은  남편의 사랑과 보호 속에서 우아하게 살고 싶은 왕비

2. 티브이 쇼, 또는 연극무대 같은 세상에 내 아바타로 가족들을 내보내 그들 뒤에서 뮤즈, 컨설턴트, 무보수 집사 ,마음 속 베이스 캠프가 되고 대리만족 하는 내조의 여왕.

3.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색 ,속도, 자신의 정체성대로 자신 만의 왕국에서 자신이 왕이 되고 싶은 여자                   


물론 3번이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혼하는 수 밖에.   하지만 어쩔 것인가. 아이는 태어났고 책임은 져야하고 무엇보다 그 시절 이혼녀는 주변의 몰이해를 견뎌내야 하는 용기도 있어야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소심하고  찌질한 골 아픈 착한여자인 나는 3번 여자를 버리고  2번과 타협했다. 학문과 글은 꿈으로 남기고 일은 하기로. 3번을 버린 여자들의 마지막을 보았기에 3번을 잊지 않으려고 옮기는 집마다 지하에 나만의 서재를 파서 아지트로 만들어 잠깐씩 책 속 선남 선녀들과 연애도 하면서....



 앞서서 걷다가 상처입은 선배 재줌마님들 ...잘난 남편과 그 남편이 돌보지 않는 애틋한 아들 딸들에게 자신의  아지트를 뺏긴 당신들에게  서재와 작업실을 드리고 싶습니다.


살림 공간에 들어선 작은 서재 , 감성있는 작업실 ....


당신들과 지하서재에서 연애한  덕분에 늘 제 멘토가 되어 주셔서 조금이라도 제 정체성 잊지 않고  살게 되었습니다.    





  


 차마 아까운 재줌마들인 당신들께는 파리 레되 마고  카페의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씩 드리겠습니다 .커피맛과 커피잔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맛보다 커피 한 잔에 담긴 이 공간을 오간 사람들의 수다,침묵,사색,창작 모든 아우라가 중요하게 담긴 커피 한 잔.


 당신들의 실패를 밑거름으로 사르트르라는 유명한 남편과 계약결혼이라는 새로운 결혼의 시스템을 현실이라는 컴퓨터에 깐...시몬느보봐르 . 의식은 깨어나게 했으나 형식은 뒤따르는 후배들이 없는 것으로 보아 성공한 것 같지는 않지만, 본디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 자신이 직접 경험해서 깨지기 전 까지는 자신의 사랑 만은 자신의 결혼 만은 절대 그렇지 않다라고 환상을 버리지 못하는거니까. 사실 또 그런 환상 때문에 사람이 사는 것이기도 하고. 인생은 모순(矛盾 ) 과 역설 (Paradox )이  진실이니까. 보봐르가 사르트르와 하루에 2시간씩  단골로 다니면서 토론하고 사색하고 글을 쓰곤 했다던 파리 카페  레 되 마고.    


 자유로운 영혼을  상징하는 치렁치렁 긴머리, 은회색 낡은 스웨터 ,보헤미안 풍 낡은 긴 고동색 짚시치마,  샤넬 No 44. 루즈빛 입술, 카키색 부츠에 담배 물고 열심히 수첩에 글을 적다가 다시  생기발랄하게 여행지도를 펼쳐드는 ...내 안에 이루지 못한 꿈으로 남은 3번 여자에 대한 상상... 그런 상상을 하게 했던 카페.

    

 무대위의 조명처럼 눈부시고 화려한 봄햇살에 차마 아까운 재줌마들의 마음속, 푸른 곰팡이로 피어있는 우울도 바싹 말라 사라질 것 같은 그런 봄날  스르렁스르렁 바람까지 불어 잠자고 있던 꿈과 감성까지 다시 살아날 것 같은 그런 봄날 ,  

성당 옆 노천 카페에서 당신들을 내 오랜 컴컴한 지하 서재에서 비로서 해방시켰고 





 굿바이 ! 차마 아까운 재줌마들 ...........    


당신들의 살림솜씨로 세상은 잘 굴러가고 그동안 잘 굴러 왔습니다.  


일찍 태어나 앞서서 걷다가 상처입은 선배 재줌마님들 ...잘난 남편과 그 남편이 돌보지 않는 애틋한 아들 딸들에게 자신의  아지트를 뺏긴 당신들에게  당신들만의 따뜻한 수다가 넘치는 힐링공간과 차 한 잔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한적한 호숫가에 ..



이전 11화 찻집이 약간 어두어야 좋은가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