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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Feb 14. 2024

대만의  'HUILIU' 찻집 찻잔

- 물 끓고 있는 차실, 쌍화밀크티, 오미자 버블티-




 수요일의 찻잔여행.. 내 인생 이막 로망은  찻집주인이었다.   찻집 주인이 되었다. 이왕이면 제대로 된 찻집주인이 되고 싶었다. 제대로  된 찻집은 제대로 된 찻잔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찻잔들을 만나기 위해 집을 떠나 여행을 했다. 그 여행 다녀올 때마다 찻잔과 찻잔 관계있는 것들이  하나씩 둘씩 바뀌어 와서 지금 현재 모습이 되었다. 때로는 공간 인테리어, 때로는 메뉴, 운영방식,...... 정리해야지. 언젠가는.. 그 언젠가는... 이 드디어 왔다고 생각했다. 연재 프로젝트에 선뜻 나선 이유다.

 그러나 몇 회 안 가서 실수했다는 걸 알았다. 나는 얼리어덥터다. 새로운 일을 기획하고 꿈꾸는 글이면 몰라도. 이 글도 처음 몇 회는  생기가 있다. 그 이후부터는 내가 봐도 부끄럽고 허접하다. 우선 지나간 일들이라 당시의 열정과 생생한 감정은 휘발되어 잘 살아나지 않았다. 그래서

꼼꼼히 기록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때그때 조금씩 메모해 놓은 기록이 생생할까?  그대로 옮겨도 봤으나  그것 역시 아니었다. 시간이 너무 흘렀다.  독자와의 약속이라 쓰고는 있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이상해져 갔다. 뒤집어 엎고 다시 써야 하는 거 아닐까? 그러나 한번 한 약속인데.. 내게 수요일은

부담스러운 숙제를 해야 하는 날이 되었다. 미루고 미루다 정확히 딱 수요일 밤 끝자락 자정 5분 전 12시 55분에 발행한다.  


 그러다  어제 십이 년 전, 찻집 손님이었던 분의 댓글을 만났다


R 독자

Feb 13. 2024


읽다 보니 12년 전에 만삭 한 몸으로 처음 가보았던 곳 이야기 같아서 반가워 댓글 답니다. 순창 살다가 멀리 이사 가고 출산하고도 아기(들)를 데리고 가곤 했는데 정말 좋아했던 공간이었고 아직도 그리워요.
공간의 공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사람이라는 걸 잘 알 수 있었어요. 그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무척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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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번쩍 든다.  글은 내 치유가 아니라 -물론 시작은 내 치유 목적이 컸지만

백 이십 개의 글을 발행해 봤다면 이제 나 아닌 누군가와의 대화를 해야 한다

독백이 아니라 대화를 해야 한다.




 대만 여행은 찻집 식구들과 함께 한 여행이었다.

이 여행은 여행의 고수인 젊은 친구가 동행해서 내가 꼭 필요로 한 곳을 다 방문할 수가 있었다

나중에 이 젊은 친구는 찻집에서 티움이라는 독립책방을 하여 잠시 찻집 식구가 되기도 했다.


대만을 갔던 때는  나에겐 우리 찻집만의 혼 찻잔이 너무도 절실했던 때였다. 이미 나와 있었던 우리나라 일인 다기 상품을 다 뒤져서 찾아 써 보았으나 정말 기본도 안 되어 있어서 폐기 처분한 참이었다. 그래서 가격대비 가성비 좋은  일롱이라는 브랜드의 여행용 찻잔에 필이 꽂혔었다. 국내에서 작가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맘이 꿀떡 같았지만 가격이 부담이 되어서... 대만에 가서 골라오자.

일롱은 타이베이의 번화가라는 '융캉지에'에 있었다.... 찻집과, 먹거리, 잡화점이 가득한 거리다. 맛있다는 망고 빙수집도, 유명한 딤섬 레스토랑도 모두 이 길에 있었다.



열심히 일롱을 뒤졌다. 내가 처음 본 찻잔은 이거였다. 너무 밋밋하고 단순하고 심심해서 올드해 보이는데 손잡이 부분에 뜨거운 차를 마실 때 편하라고 나무가 달려서 그나마 조금 모던해 보이는 것.. 그런데 막상 자세히 살피니  마시는 입술 부분이 너무 두꺼워 둔하게 보였고 각이 좀 졌으면... 하는 아쉬움에..... 완벽한 흠잡을 데 없는 둥글둥글함도 싫었다 조금 모자란 듯한 빈틈을 좋아하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 색깔도 진한 감색 등 연한 수채화느낌보다는 덧칠한 유화느낌이어서 찻잔보다는 커피잔이 더 어울릴 듯했다. 어디까지나 내 느낌이다.  너무 강렬해서 차가 들어가면 졸아서 잎사귀도 못 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대 실망하여 나오는데  그곳에서 눈에 확 띄는 찻집을 만났다. 입구부터 작은 연못, 식물들.. 돌... 초록초록한 풍경. 저절로 발길이 내부로 향했다


'HUILIU'라고 쓰여있는 간판에 좌식테이블과 입식테이블이 함께 있는 곳이었다. 지하에는 다기를 전시하는 공간이 있는 걸로 보아 복합 문화공간처럼 보였다. 고재로 된 테이블의 전통과  철재로 마감한 입식 플로어의 모던함이 우리 공간과 아주 닮았다. 이곳은 차가 어떻게 나올까 궁금하고 기대되었다








친절한 점원이 와서 한국인인 것을 알고, 자리를 내어주고, 찻집 이용 방법을 안내해 주었다.


이곳은 우리나라 찻집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운영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입장료겸 공간 이용료 를 1인당  지불하고, 원하는 차를 선택해서 그 차 값을 따로 지불하는 방식이었다. 차의 종류마다 가격이 달라서, 다양한 종류의 차를 선택할수록 차 가격이 추가되는 형태다.   1인당 공간 이용료를  받고 차 한잔은  무료로 주었던 우리 찻집  시스템보다 더 전문적이고 찐 찻집 이었다. 더구나 차실 차탁 위에서는 투명 유리주전자에서 찻물이 펄펄 끓고 있는 풍경 !!!! 

그래 이거야!!!!!. 차실은 물 끓이는 풍경이 핵심이야!!!!! 과연  차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짐작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차 한 잔을 마셔도 제대로 마시는 손님들이 다수가 되어야 가능한데 우리집 손님들은  차맛은 서브고 야외 호숫가라는 뷰 맛을 메인으로 즐기러 오신 분들이 대부분이셔서 오히려 왜 커피는 안하냐고 불만을 터트리시는 분들이 대부분 이셔서 ..불가능한 시스템이라고 금방 포기했다. 

그래도 차실에  불이 물끓이는 풍경은 너무 매혹적이어서  

 당장 구매처를 알아서 저 검정 워머 세트는 그날 저녁 그 거리에서 구해 왔는데 , 정작  화재가 염려가 된다고 직원은 물론이고 가족 손님들 마저도 불안해해서 한 번도 써먹지 못하고 인테리어 소품으로 찻집에 놓여있다.


 드디어  주문한 차를 젊은 직원이 가져와 직접 한번 우려 주었다.  제대로 차공부한 내공이 차분히 하나하나 나타나는 직원분의 아우라가 느껴지며 감동이었다.  이후로는 우리 찻집에도 직원이 새로 들어오시면 반드시 차공부를 시키게 되었다.



아.. 순서가 바뀌었네요. 실은 찻집 식구들이 대만에 가서 제일 먼저 공항카페에서 흡입하듯이 맛있게

마신 차가 밀크티였다. 대만이 우리에게 내놓은 웰컴티인  밀크티. 춘수당이라는 브랜드에서 나온 . 

뜨거운 것은 뜨거운대로 차가운 것은 차가운대로 단박에 내 맘을 사로잡았다. 물론  한국 공차에서 맛은 보았지만 그거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품위 있는 밀크티였다. 우선 그 티가 인공이 가미된 화려한 향이  아니라 진한 진짜 좋은 찻잎에서 우러나오는 찐향이었으며 타피오카 알갱이들을 쫄깃쫄깃 씹는 것은 묘한 쾌감을 주었다.  


그 춘수당 밀크티 경험은 우리 찻집에서 오미자 버블티, 쌍화밀크티로 거듭나 손님들의 엄지 척을

 많이 받았다.  특히 붉은 색 오미자에 둥둥 석류알처럼 붉은 보석처럼 떠 있는 붉은 타피오카는 

눈으로 아름답고 맛도 독특하였다. 붉은 타피오카는 구하기가 어려워 밤새 검색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미 소문나 있었던 쌍화탕(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쌍화탕은 레시피와 좋은 약재를

골라준 한약사아들 재탕없이 딱 하루에 한 솥 정성스럽게 고아낸 아버지의 핸드메이드 합작품이었으므로)

에 비방의 음료를 더한 아이스쌍화밀크티는 인기 짱이었다. 지금에야 흔하지만 당시에는 우리가 유일했다.   




대만의 찻잔 여행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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