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a웨이 Jan 24. 2024

찻집이 약간 어두어야 좋은가요?
          

-대만의 찻집 ,소만 찻잔 여행-

찻잔은 어둠 속에서 더 잘 보인다.

내 몸이 용량 초과의 마음들로 무거워져 앞으로

나가기가  힘들 때

마음도 요즘 유행하는 '신박한 정리'프로처럼  정리가 필요하다.


마음의 정리가 '명상'이다.

오랫동안 살피지 못한 마음들이 뒤죽박죽 섞여있어 꺼내 보기도 쉽지 않다

마음도  분리수거가 가능하다면

왔다간 마음, 지금 현재 마음, 아직 오지 않는 마음 구분해서

지금 마음만 남겨놓고 다 버리리라. 그러나 안타깝게도 마음은 모두 한 몸에 엉켜있다  

정리? 그냥 흘러 보내고 지켜보는 것이다. 스스로 풀어질 때까지..

 

 마음 정리는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철저히 나 홀로  

찻잔 들고 어둠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일이다.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속해 있어서

밝은 곳에서는 몸에 밀려 움츠려 있다가

어둠이 깔리고 몸도 더 이상 못 따라오는  순간

 비로소 기를 펴기  시작한다.


사실 어둠 속으로 들어갈 때마다 두렵기도 하다.

마음이 눈에 안 보이는 어딘가에 숨어있다가  

이제까지 살아온 내 삶이 전부 거짓이라고 밝힌다면.....

두려워 가다가 돌아오는 사람도 많다. 진짜 마음을 찾으면 이전의 것을 

버리고 새 출발 해야 하는데 그게 또 참 몸이 힘든 일이다.  사십 대 때 

젊지도 않은 나이에 안정적인 교사 자리 버릴 때 경험해 보아서 안다 

마음이 스님 자리 벗어나 자유롭게 살라 했는데  존중받는 성직자인

 자신을 못 버리고 하루하루 미루고 피하다 끝내  생을 마치는 

스님도 보았다. 그래도 아무튼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몸의 세계 공간인 밥집은  환해야 좋지만

마음의 세계 공간인 찻집은 약간의 어둠이  

좋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가 여행한 찻집 중 으뜸인 대만의 찻집 소만 ,

  


숙우회의 기원인 소화방이라는 찻집 ,


-


모두 어둠이 공간의 매력이고 핵심이다.


"그곳은 ‘소화방’이라 불리던 전통찻집으로 대낮에도 촛불을 켰다. 그 촛불 덕에 우리는 만나면 해가 지는 것도 몰랐다. 창이 거의 없고 촛불로만 조명을 한 탓에 훤한 대낮도 밤처럼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우린 만나면 서로 읽은 책 이야기로 시간을 잊었다. 어떤 때에는 저녁 먹는 것조차도 잊고 몰두하다가 늦은 저녁을 먹고는 헤어지기를 못내 아쉬워하기도 했다. 어떤 장소는 그 장소, 그 공간에 서려있는 어떤 기운이 있기 마련이다. 그곳이 그랬다. 그곳에 들기만 하면 우린 우리도 모르게 현실을 까맣게 잊고 책의 바다를 유영하는 두 마리 물고기가 되곤 했다."


-  추억여행 (구달 칼럼#5) 김종호

(우리의 성소를 찾아서...) 2014.4.14.-             


이렇듯  어둠이

그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 마음속의 신성을 발견하게

하여   평범한 일상 공간에서 성지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직원들과 대만 여행을 갔다.

찻집 직원들 하고 동행이니 당연히 찻잔 여행이었고

여러 군데를 방문했다...


시내 중심가에 융캉지에 있는

HUILIV 찻집은 차 우려 주시는 직원 분들의 전문가다운 포스와

먼저 공간 이용료 받고 차값은 따로 받는 운영 시스템 ,알콜램프를

이용해서 주전자에 차 끓이는 풍경은 정말 보기  좋았다. 내가 꿈꾸는

찻집 로망이 차실에 찻물 끓는 것. 목조주택이라 화재위험 때문에

이루기 힘든 로망이지만.

그래도 램프 사가려 열심히  헤맸으나 끝내 구입 못했다.

"차떼떼"의 다양한 많은 차, 럭셔리한 카페 분위기도 ...좋았으나 웬지

허전했다.  

2박 3일 짧은 여행이 머 그렇지 ..

 마지막 날  소만이라는 찻집도 별 기대  없이 들렸다.      

이제까지  찻집 중 젤 초라한 외모의  찻집이었다

  환한 말할 수 없이 빛이  쟁쟁한 밖의 풍경과 달리

 찻집은 컴컴한 어둠이 ᆢ깔려 있었다ㆍ

 건물 도 낡고 오래되었다ㆍ새로 리모델링 하지않고 낡으면

 낡은그대로 기능에 이상이 있는 곳만 정성스럽게 손 봐준 공간

그런데  어둠도 금방 익숙해지고 앉아서 차를 기다리는 동안 마음이   더없이 편해졌다ㆍ

세상에 이렇게 낡고 오래된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는  곳이 또 있을까 ㆍ

내가 헛것으로 흘려  보냈다 생각하는  시간들 도 다 존중받고

 내 이 나이든 누추한  몸과 마음도 시간도

오롯이 인정받는  느낌

 

차 한잔을 마시니

어둠 속에서   기억속에.  사라졌던  

아니 묻어버렸던   내 멍든. 금간 찻잔 들이  조용히

영화 화면처럼  나타났다 사라진다 ㆍ


.     

초딩 교실 ,담임 샘이

난로의 모래를 내 입에 강제로 넣는 모습

빈항하다가 끝내

모래를 입에 물고 분해 하는 모습....


또 아버지 상을 치르고 첫 등교한 교실에서

4학년 인 꼬맹이 인 나를 무차별로 구타했던

피아노 치시는 손가락이 아름다우셨던 여 선생님

....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겉으로는 노를 모르는 yes 우먼이었지만

진짜 속마음은 NO,NO,NO 반항으로 불온한 여자였다는 것.


행여 그 맘이 들킬까봐 내 진짜 마음은 내가 죽였다는 것


내가 살기 위해서  내가 내 맘을 죽였다 .


역설 ...논리는 틀리지만 진실이다 .


그 이국의 찻집 어둠 속의 찻잔 속에서

오래동안 매고 다니던 마음의 짐을

비로서 내려 놓았다


찻집에 조명이 좀 어둑해졋다.



이전 10화 찻잔여행의 성지,해운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