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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Aug 13. 2024

왜 울어?왜 싫어? 말이 필요해 !

-낯가림,우아한 거절-

황당하다. 손녀가 나를 거부한다.

"진아 ! 할머니라니까. 며칠 전에도 봤잖아. " 더 가까이 접근해서 안으려고 하면

 더 큰소리로 운다. 민망해서 뒤로  물러난다. 외손녀에게 거부당한 내 몸.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바쁜 척 폰을 들여다보는 시늉을 한다. 그러다

강렬한 눈길이 느껴져 보니 아이 봐주시는 정샘의 등에 업힌 손녀가 나를 뚫어져라  관찰하고 있는 중이었다.


낯가림!  손녀도 자기 앞에 인생 첫번 째 낯선 손님으로

등장한 나를 어떻게 대접해야는지 몰라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내게 온 낯선 조그만 생명체 한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이 뭉클한 애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주고받을 지 두렵고 긴장이 되었다



.


우리 조상들은 나와 만나는 나 이외의 것들, 생. 노. 병. 사 , 희.로. 애. 락뿐만 아니라 도둑 ㆍ질병 같은 진상, 불청객 조차도 아니 하찮은 미물들 까지  손님이라 불렀다. 도둑도 밤손님이라고. 표현하다니 ᆢ

손님..  

하필 코로나라는진상 손님이  가장 진상을 부리던 시기에 세상에 나온 손녀는 산후조리원 입소검사에서

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온 엄마와 함께 입소거부를 당했다. 얼마나 황당한지..육아 경험이 전혀 없어

조리원에서 여유있게 육아도 배우고 좀 쉬려했던 딸은  같이 코로나에 걸린 사위와 함께  아파트 8층에 고립되어 갇혔다 . 날마다 교외에 사는 나는  미역국 과 밥과  생필품을 날랐다.아이 얼굴은 커녕 문도 못열고 전날 먹은 그릇들과 새밥그릇만 교체하고 닫힌 문을 벽삼아 "아이는 ..." "괜찮아" 안부를 묻고 얼른 사라져야했다지금도 아찔한 것이 그때 그 어린 손녀가 코로나 환자가 되었으면 어쩔 것인가...다행히 기적처럼 피해갔다.

그리고 손녀는 다른 보통 아이처럼 아프기도 하고 건강해지기도 하면서 백일 잔치도 치르고 돌잔치도

치르고 .. 

손녀의 울음,웃음,표정 ,옹알이, 몸짓으로 손녀와 소통했다.



언어 없는 소통은 가끔씩 나도 모르게 

-말을 하라고! 말을 혀- 답답하고 답답해서 소리지르게 했다

그래서 우아한 거절이라고 미화시켜 브런치에 올린 손녀의 신발 사건은 정말 우아한 거절인가 미심스럽다



- 왜? 맘에 안 들어? -

 세상 경력 15개월 쯤 되었을 때 

 신발을 신기려는 나와 신발 신기를 거부하는 손녀와의 밀당이 생각이 난다.

-어서 신어 봐, 에고 이쁘네 -

-사이즈가 작아? 아닌데 헐렁헐렁한데.. 왜 그래 도대체? -

분명 내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내 손에 든 신발박스를 보고 온몸으로 호기심의 감정을 표현했다.

  눈을 크게 뜨고 입은 동그랗게 오우 하면서... 뿐인가 눈 맞춤과 생긋 눈웃음도 지었었다.

그런데 왜 거부를.. 그것도 다른 때처럼 울거나 강한 거부의 뜻으로 집어던지거나가 아닌

슬그머니 밀어내는 동작으로...


내가 빈틈없는  지 엄마와의 밀당에 매번 패배해 상처 입는데 손녀한테도 밀려?

조선 나이키라 일컫는 검정고무신에 화려한 원색 핸드메이드 꽃그림의 신발을  다시 신긴다.

사실 선물이라고 말하기에도 조금 미안한 선물이다. 고무신이라니. 그렇다. 제대로 된 선물을 사주려고 하는 나에게 딸은 제대로 된 선물은 돌날 이미 받았다고 극구 거절했다. 당연 준비 안 했다.

그러나  손녀를 보러 가는 날이 막상 닥치자 빈손으로 올 수가 없어 즉석조달한 선물이다.

어리바리한 나에 비해 침착하고 차분한 딸은 아이 교육도 아이의 건강과 안전에 최우선을 두는 확실한 철학이 있고  철저히 원칙을 지키는 MZ 엄마다. 개월 수 확인 안 하고 한살림 유기농 과자 사서 먹였다가 너무 달고 너무 짠대 개월 수 확인하셨냐고 내게 한소리 하는 캐릭터다. 내향적이고 옹졸한 내가 상처입기도 하지만 손녀의 건강을 위해서라는데..

뿐 인가 손녀가 물티슈 입구 스티커를 붙였다 띠었다 하길래 금방 쪼르르 완구점에 가서  스티커 놀이 사와 한나절 잘 놀다가 아기는 무슨 물건이든지 빨기 때문에 스티커는 안 된다며 아이 장롱 위에 얹어놓아 버려 그것 내려주라고 조르는 손녀에게 정말 미안하고 어처구니없는  할미가 되기도 한 전력이 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실수 없는 선물  하려고 확실한 개월 수 다 정보입수하고 좋다는  유기농 어린이 과자를 사러 한옥마을까지 들렸던 참이었다. 그런데 가게가 없어졌다. 허탕치고 돌아선 그 가게에 관광온 내 또래의 부부가 손주 준다고 검정고무신신발을 주어들길래 순간 나도 따라쟁이 해서 사온 신발이다

물론 나도 보통의 k국민처럼 엘칸토부터 시작하여 랜드로바 에스콰이어... 나이키 아디다스... 이베이 중고 경매에서  최고의 이탈리아 장인 이 만든 신발까지  섭렵한 할머니이며 내 입장에서 검은, 흰색 고무신은 가장 힙한 신발이다라고 생각한다. 친자연적이고 미니멀리즘 시대정신에도 맞는 그래서 시원한 여름에 내 찻집 댓돌에 꼭 검정, 흰 고무신 한벌을 놓아둔다

손님들이 마당을 가로질러 화장실 갈 때 잠깐 동안이라도 발이 해방되는 느낌을 경험하라고. 손님들 모두 좋아하던 신발.

왜 거절을 하는 거야? 벌써   브랜드 신발을 아나? 시댁 할아버지가 이번에는 명품 신발을 사 주셨나? 신발 장을 뒤져본다 나이키 신발이 있다. 혹시나 내서 신겨본다. 기쁘게 신더니  나와 눈이 안 마주치려 하고      얼른 다른 장난감 있는 곳으로 뒤뚱뒤뚱 걸어서 자리를 옮긴다.  미안한 듯...


 기분이 다운되어 다른 날보다 일찍 딸 집을 나와서 다시 한옥마을에 가서 신발을 꽈배기 네 봉투와 바꾸어 와작 와 적 씹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데 딸이 톡을 보냈다.


딸과 쇼핑 나갔는데 딸이 신발을 직접 고르려고 해  애를 먹었고 결국 지가 고르는 신발을 산 노라고..  

서운해하지 말라고 , 확실히 자기 취향이 있는 것 같고 그게 가격 브랜드  그런 것 같진 않더라고 검은색이라 그런 것 같다고.. 그런데 할머니에게 조용히 밀어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더라고


아!!!!! 그러고 보니 손녀의

 슬그머니 밀어내는 자세 눈을 안 마주치려고 했던 표정이 생각나며 웃음이 나왔다

우아한 거절..


 금쪽같은 손녀가 말을 배우기 전이라 진짜 우아한 거절이었는지..모른다.

드디어 손녀가 말문이 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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