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는 숨어 있다-
찻잔을 만들어 놓고 보니 내가 우리나라 사찰 중 제일 좋아하는직지사를 닮았다.해인사 처럼 격이 높아 자랑스러우나 들어설 때 마다 사람을 주눅들게 만들지도 않았고 너무 편해 최소한의 마음의 긴장마저도 풀어내어민초 느낌이 나는 금산사도 아닌 최소한의 소박한 품격
손님이 한 명 오시던 날도 있었는데 휴일에는 자리가 없어서 기다리시는 분도 생길 정도이니 찻집은 자리를 잡았다. 자리를 잡았다는 말은 이제 길의 정점에 이르렀다는 뜻이가도 해.역으로 생각해보면 어떤 식으로든 방향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새로운 찻잔을 시도한다는 것은
결정 하나 잘 못하면 돈이 아깝게 날아가 버릴 수도 있고
“ 이전의 것이 더 나은 데......”
바꾼 것이 이전 것보다 더 최악의 선택일 수도 있다. 결과에 대한 책임도 부담이 되고.
그래도 어쨋든 소박한 우리 찻집만의 찻잔을 만들었다
“차 한잔 하실래요?”
연인들의 사랑의 시작이 차 한잔 이 되어 , 소통의 도구로
사용되던 시절이 있었다
“차나 한잔 하시게나”
선방 스님들의 전설 같은 스토리 속에선,
깨달음의 도구로 이용되었지요.. 마음의 도구
이 차는 육 대 다류 중 청차이고
카테킨 떫은맛, 폴리페놀...
차 교육장에서 학문으로서의 차 한 잔도 있고
그런가 하면 규방다례라는
집에 오신 손님 대접을 위한 차를 예절이란 관점에서 유교적 관점에서
차 한 잔이 있고
요즈음은 차의 기분이라라는 관점으로 미학, 정신 건강을 위한 명상 치유까지 진화하고 있다
차를 배운다는 것이 무얼까?
항구도시 해변 언덕 위에 있는 그 공간에 막 들어섰을 때
내겐 그곳이
조도 현로 鳥道玄路..
새의 길(鳥道)이 허공 속에서 자유롭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
처럼 투명하게 가벼우나 아득하게 깊은 깨달음의 길...처럼 차원이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이제까지 내가 만난 어떤 차 공간과는 다른
찻잔 공간.
편안하게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오밀조밀한 차 살림과 오랜 차향이 배인 차실.
그러나
나의 기대를 단번에 깨고 나타난 낯설고 경이로운 공간
텅 비었다.
그런데 있어야 할 차 기물은 다 있다.
텅 빈 공간이면서 또 있어야 할 것은 있어 꽉 찬
비우다. 채우다. 모순된 두 언어가 한 공간에 완성된 공간에
수많은 언어가 부질없는 수식이구나. 이미지 하나가
모든 언어를 포함시킬 수 있구나!!!
바다 위에 뜬 배가 될 수도
검객의 칼이 될 수도
불교 경전이 될 수도 있구나!
진짜는 숨어있고 조용하구나!
이 찻잔에 홀려 시골 찻집에서 버스 -택시- 버스- 지하철- 택시-이런 복잡한 과정을 겪어 한 학기를 배우러 다녔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도 흔적도 없는 은둔의 고수이신 숙우회 찻잔을 보고 배우는 경이로움에 먼 줄 모르고 즐겁게 다녔습니다. 차실 너머로 본 파란 바다 풍경과 귀한 찻잔들 기품 있는 은소라 향로에서 나왔던 향냄새... 잠시 생의 다른 곳으로 소풍 나온 느낌이 들게 해 주던 차실 풍경은 힘들 때마다 두고두고 써먹는 위로의 이미지이고 다른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미지입니다.
그리고 이 찻잔들을 통해서 저는 저도 모르는 제 자신을 발견했고 찻잔을 찾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브런치에 간절히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일어난 것도 이 찻잔을 공유하고 싶어서이며.
그런데 글로 옮길 때마다 먼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다는 고통, 제 부족함을 느끼게 하는 것도
이 찻잔입니다.
그냥 자기 깜냥대로... 제가 느끼고 경험한 것만 기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