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우회 해조성 공연 후기
어디서 부터 써야할지 ,,우선 숙우회 공연 후기 한 편 올리고 시작하겠습니다
썼다 지운다 , 널 미워해
지우다 다시 쓴다, 널 사랑해
어제도 요가수업 하는 내내 힘을 빼라는 선생님과 힘이 자꾸 가는 내 몸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요가에 대한 애증으로 마음이 복잡했다.
계속해야 한다는 맘과 그만두고 다른 운동을 해야 한다는 맘 ,,,어느 것이 진짜 내 맘인지 모르겠으니....
진짜 맘을 알아내는 것은 오래 살아도 어렵다
전라도 시골역에서 6시 16분 발
첫 ktx를 타니. 환승 한 번에 부산역 도착.
아침 출근 시간 대에 목적지 해운대 도착.
그리고도 공연 시작 까지 생수 한 병 들고 마시면서
잠시 아침 산책까지 할 여유도 있다니...
절박한 마음이 거리는 문제가 안 되게 만든다.
마음이 항상 이렇게 확실하게 드러나면 얼마나 좋을까.
보이지 않는 내 내면에서 .. 막히다가 시원하다가 갑갑하다가
밝다가 어둡다가 무섭다가 행복하다가 차갑다가 따뜻하다가
흐르면서 희로애락을 만들어내는 ...마음은 고정되어 있지 않기에
붙잡기도 힘들고 .찾기도 힘들다.
이럴 때 찻잔을 들고 잠시 명상에 들어가면 도움이 된다
몸이 안 좋아지면 잠시 밥그릇을 멀리하고 내장을 텅 비우는 단식을
마음이 흔들리면 찻잔 들고 마음을 비워서 그냥 흘러가게 하는 명상을 ..
그 명상 찻잔의 으뜸인 - 내 기준으로- 숙우회 공연을 보러 먼 길 달려서
해운대에 온 참이다.
초대받았던 첫 공연 포스터다. 벌써 12년 전 과거 이야기가 되 버렸다.
저 곳에서 군더더기 없는 절대 미감의 숙우회 행다 공연에 반해서 잠시지만 수업 참가도 했고
차회와 공연은 빠지지 않고 참석하다 보니,
해운대는 이제 내겐 찻잔의 성지 가 되어 버렸다 .
산다는 것 자체가 품었던 로망이 하나씩
깨지면서 실망과 상실감이 많은데 여전히 지치지 않고 완벽한 공연과 차회를 펼치는
숙우회 찻잔,
오늘도 기대하며 공연장 KNN 시어터 로 향한다.
레지스탕스들의 비밀 아지트 공간 같은 아주 작은 지하 공연장,,
목소리 높이지 않고 조용히 스며드는
도시 은자들의 찻잔, 물 따르는 소리 듣기에는 딱 좋은 공간이다
드디어 커튼이 올려지고 이번 공연의 백미인 해주성이 조명과 함께 공연장에 펼쳐진다. 공연과 동시에
섬세한 행다 동작이 한쪽 영상화면으로 확대되어
공연과 영화 관람을 동시에 하는 것 같은 신선한 시각 경험을 준다,
큰 사각, 작은 사각 공간 두 개 .
작은 사각 공간 안과 큰 사각 공간 안에서는
활기찬 부둣가 선술집인지.. 고급 비밀 카페인지
중국 무협영화 속 찻집인지,
노숙자에게 밥 퍼 주는 밥집인지..
항구의 유명레스토랑인지
따지는 내 마음이 무색하게 내 생각의 경계를 향 연기가 안개길 처럼
지우며 분주하게 분주함 속에 차분하게 찻잔을 주고받는다
좁은 계곡에 갇혀있다 갑자기 풀려나는
힘 찬 물소리...
닫힌 성처럼 느껴지던
사각 공간들이 보이지 않게 허물어 지는 듯 하고
뜬금없이 내 마음 속 에 떠오르는 이미지 ㆍ
숨죽이던 지하의 목소리들이 바깥으로 쏟아져나와 자신들의 목소리로. 소리지르는 장발장 영화 한 장면ㆍ그리고 오래동안 마른 눈물샘에서 눈물 한 방울이그렁그렁 맺히다 떨어진다. 들키지 않게 수습한다.
컴컴한 공간 인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왜 눈물이 났을까
그 눈물의 의미는
오전 오후 공연이 진행 되면서
알게되었다.
오륜,화룡 ,향하 현로 ..청음..
이어지는
도시 은자들의 찻잔이
이전과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큰 찻잔 한 분의 강력한 카리스마로
집중하여 다법 하나 하나가 완벽한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명품 작품이었다면
그래서
고품격의 그 아름다운 이미지에 곧 바로 빠져버리지만
隱者들의 찻잔에 큰 찻잔이
뒷 배경 그늘로 남아있어 아쉽고 미진한 아쉬움이 있긴 있었다.
중국 올림픽 서막 공연에서 장기판으로
중국역사를 표현한 장예모 감독 작품이 생각난다.
큰 대륙 중국답게 스케일 크고 상상초월의 완벽한 퍼포먼스구나,
감탄하며 보다가
일사분란하게 똑같은 속도 비슷한 모습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사람이기 보다 인간 장기 들인 것처럼 느껴져서 불편했던
한 사람 한사람 존재감이 큰 찻잔의 카리스마에 묻혔었다면
이번 공연은 그런 완벽한 아름다움 보다는
자연스럽고 편하고 따뜻했다.
잘 하는 사람은 잘하는 대로 초짜는 초짜대로 서툰 것도 나름대로
존중해주고 일일이 조명을 받게 하는 공연.
“이 모든 보살들은 자기 밥그릇을 가지고 한 찰나 사이에 시방을 두루 다니며
일체의 성문.연각.보살과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또 아귀들에게 베풀어 모두 만족 시키지만
그 그릇의 밥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네”
이번 공연의 타이틀 ‘해주성’은 화엄경에 나오는 그릇 이야기이다
왜 해주성인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번 공연은 큰 찻잔이 자신의 존재는 지우고 지워서
본질만 남은 가장 작은 그릇으로 은둔하고 그 공간에 제자들에게
더 넓은 자리를 내 주는 공연이었던 것이다.
요즘 감동깊게 읽은 책 중 하나가
조리는 언제나 재료를 익히다. 조미하다 두 단계일 뿐..
가장 최고의 요리 도구는 손이다
-애쓰지 않는 요리 , 저자 다나카 레이코-
평생을 요리선생님으로 산 일본 유명선생님의
책이다.
한 분야의 대가 고수들은 궁극으로
본질만 남기고 심플해지는 것.
완벽해지려고 힘 쓰지 않는 특징을 가진다는 것 인데
해주성 작은 그릇으로
은둔한 숙우회 큰 찻잔님이 여기에 해당되지 않으실까
어떤 분야든 고수의 완성은
완벽이 아닌 따뜻한 부드러움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대가의 단 한번의 큰 완벽한 공연이 아니라
너무 평범해서 사람들이 눈여겨 보지 않는
매일매일의 평범한 마음들 아닐까 ..
일일시호일
- 日日是好日-
Every Day A Good Day
매일매일이 좋은 날 ,순간순간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
큰 구호가 아닌 조용한 목소리
일본에 영화 " 일일시호일"의 다께다 다도 선생님의 찻잔이 있다면
한국은 해운대 바닷가에 일일시호일 숨은 찻잔이 계시다
유투브,인스타 ... 검색해도
만나기 힘든 숙우회 숨은 찻잔
누군가는 기록해 두어야 할 것 같아 기록한다.
기록하다 보니 내 맘을 알겠다
.요가할 때 빠지지않는.
내 몸의 힘은 잘 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라는
것을ᆢ그리고
힘을 빼는 것은 마음 문제 인 것을 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