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사람
엄마의 투병 기간 중 기억에 남는 일이 몇 가지 있다.
그 가운데 특별히 기억나는 일은 엄마가 약을 드신 지 1년 정도 되었을 때 엄마의 성당 동생분들이 엄마의 나아짐을 축하하고 투병 중에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며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고 감사패를 증정한 날이다.
식사 자리에서 한 아주머니가 엄마 앞에서 편지를 직접 읽다가 다들 눈물바다가 된 일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아픈 시간 속에 깊고 진하게 다정히 표현하며 지낸 건 분명 엄마에게도 행복한 기억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를 준비한 분들에게도 큰 기쁨이었을 거로 생각한다. 돌아보면 엄마의 투병은 영화 같은 투병이었다.
엄마 돌아가시기 2주 전쯤 엄마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미국에 사는 이모가 엄마와 통 연락이 안 된다며 급히 서울에 오셨다. 이모는 며칠 동안 엄마 병실을 오가며 지내시다가 미국으로 돌아가셨는데 엄마 장례식 치르고 한 번 연락드린 뒤로는 통 연락을 못 드렸다. 며칠 전에 이모가 생각나 사진 몇 장과 엄마 벤치 이야기 등을 메시지로 보냈다. 그리고 오늘은 잠시 통화를 했는데 이모는 내 목소리 듣자마자 눈물을 흘리셨다.
‘명옥이가 없으니 한국에도 가고 싶지 않네. 시간이 지나면서 통화하고 수다 떨던 일이,
엄마랑 통화하면 고민거리들이 해결되었는데 이제 나눌 사람이 없어서 너무 답답해.’
이모의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부재 속 선명해지는 아쉬움 등을 떠올린다.
한 사람이 살고 가는 그 시간은 몇 명의 사람에게 선명한 기억으로 남을까?
나의 엄마였지만, 엄마가 누군가의 친구로, 이모로, 고모로 친구로 살았던 시간.
엄마의 부재를 통해 깨닫게 된다.
그러고 보니, 엄마는 식사를 나누던 자리에서 아주머니가 읽던 편지 속 문장 그대로의 사람이 되었다.
'어디에 있든 그리운 사람으로 남길 바랍니다.'
그리운 사람이 된다는 것. 떠나도, 보고 싶은 사람이 된다는 것. 나에게도 여운을 남긴다.
2019년 4월 26일 세상 하나뿐인 엄마가 돌아가신 뒤
인스타그램에 엄마의 세례명을 딴 #로사리아의선물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글쓰기란 사랑하는 대상을 불멸화하는 일' 이란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의 말을 아낍니다.
이제, 세상을 떠난 엄마이지만 엄마와 나눈 시간, 말과 행동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글로 남겨둡니다.
훗날, 엄마를 잃게 될 많은 딸들과도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정리하고 있습니다.
제10회 브런치북 응모를 위해, 지난 글을 정리해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