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편지
김신지 작가의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라는 책을 단숨에 읽고 엄마가 돌아가시고 쌓아둔 편지함에서 편지 일부를 꺼내 보다가 아침부터 눈물, 콧물을 쏟았다. 사진, 글, 말, 대화, 음성 녹음, 동영상 등을 활용해 엄마와의 시간과 일상을 기록했던 나. 빛바랜 편지에서, 오직 한 사람만이 갖는 그 글씨체에서 엄마 목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여전히 남아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언젠가 김하나 작가님 글을 읽다가 작가님 어머님께서 딸 해산일로부터 5살 생일까지의 나날을 기록한 자필 육아 일기 『빅토리 노트』가 있다는 것을 알고 무척 부러워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엄마의 수많은 편지가 있고 그것들이 그 노트와 같은 힘을 발휘한다.
어쩌면 나는 언제나 ‘사랑하는’으로 시작하는 엄마의 편지 덕분에 사랑이 많은 인간으로 성장한 건 아닐까?
소풍 도시락에도, 여행 가는 날 아침 용돈 봉투에도, 새해 아침에도, 생일날에도
언제나 편지를 써준 엄마에게 감사하다.
사랑받은 기억은 사람이 지나간 후에도 피어나고 자리를 잡아 또 다른 사랑을 틔운다.
그리고 기록하는 사람은 언젠가 자신이 남긴 기록을 통해 힘도 위로도 받는다.
'사랑하는'으로 시작하는 엄마의 수많은 편지, 카드들. 이것으로부터 지금의 내가 있다.
2019년 4월 26일 세상 하나뿐인 엄마가 돌아가신 뒤
인스타그램에 엄마의 세례명을 딴 #로사리아의선물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글쓰기란 사랑하는 대상을 불멸화하는 일' 이란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의 말을 아낍니다.
이제, 세상을 떠난 엄마이지만 엄마와 나눈 시간, 말과 행동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글로 남겨둡니다.
훗날, 엄마를 잃게 될 많은 딸들과도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정리하고 있습니다.
제 10회 브런치북 응모를 위해, 지난 글을 정리해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