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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나 Oct 18. 2022

2021.09.18

#엄마의성가책 #생명의순환과사랑

추석 전 엄마에게 다녀왔다. 작년에 납골당이자 묘원인 엄마를 모신 곳에 추석 당일에 갔다가 길고 긴 자동차 대기 줄에 놀랐다. 그래서 이번에는 추석 전에 미리 다녀왔다. 

주말이 시작하는 아침, 엄마에게 다녀오는데 오늘의 날씨가, 구름이, 하늘이 엄청나게 아름다워서 이 또한 엄마의 선물처럼 느껴졌다. 


어느 해 명절에 할머니 산소에 다녀올 때 63빌딩을 지나며 한강을 옆에 두고 달리는데 라디오에서 팝송 <What a wonderful world〉가 나온 적이 있다. 그때 엄마가 무척 좋아하며 창문을 내리고 라디오 볼륨을 올려 들은 적이 있었다. 오늘은 그날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엄마 목소리가, 순간이, 장면이 분명히 떠오른 날이었다.     


얼마 전 콜링북스라는 작은 서점을 열었다. 매일 사람을 1:1로 만나는 일을 하면서 엄마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 말로 사람을 편안하게 하던 자연스러운 대화, 어떤 상황에서든지 잃지 않았던 유머 등을 내가 많이 배웠고, 그 덕분에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조금 더 편안함을 느낀다. 오늘 아침 꽃이 없네, 생각하다 말린 수국을 감싸고 있는 내 모습에 엄마가 중첩되었다. 그리고 어느 작가의 고백이 떠올랐다. 

‘나에게 좋은 점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 부모에게 받은 것.’     


조카가 그린 엄마. 엄마의 웃는 얼굴 가운데 큰 글씨로 적힌 ‘MISS YOU’와 조카의 미소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워하는 마음’은 어떤 마음과도 비교할 수 없다. 일부러, 노력으로, 애쓴다고 생기지 않는 유일한 감정 같기도 하다. 


책 수선을 받은 엄마의 성가 책을 조카가 펼치더니 말했다. “내가 하나, 둘, 셋 하면 노래 시작하는 거야.” 생명의 순환, 사랑으로 남아 있는 것들을 품고 마주한다.      

성가 책 속 엄마의 필체. 엄마가 듣고, 적어둔 글귀가 나에게도 남아있다.


사진 속 성가책이 위의 책으로, 재탄생했다. 신앙 안 엄마의 물건이 유품이 되어 나에게 남아있다. 아래, 성가책 원본사진 @재영책수선


2019년 4월 26일 세상 하나뿐인 엄마가 돌아가신 뒤 

인스타그램에 엄마의 세례명을 딴 #로사리아의선물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글쓰기란 사랑하는 대상을 불멸화하는 일' 이란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의 말을 아낍니다. 

이제, 세상을 떠난 엄마이지만 엄마와 나눈 시간, 말과 행동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글로 남겨둡니다.

훗날, 엄마를 잃게 될 많은 딸들과도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정리하고 있습니다. 

제 10회 브런치북 응모를 위해, 지난 글을 정리해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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